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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면 안되는 북한의 이산가족

    北 상봉자가 느꼈던 이산가족 만남
     
    서영석 /뉴포커스

  • 오는 10월  금강산에서 남북이산가족 상봉이 재개된다.
    그렇다면 북한은 어떤  과정을 거쳐 상봉자를  선택하며 이와 관련하여 그들이 겪었던 경험은
    어떤 것이 있는지, 북한에서 상봉자를 접해본 탈북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우선 북한정권이 상봉자를 뽑는 기준은 의용군 혹은 자랑거리가 있는 집안의 사람이라고 한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자마저 선전용으로 이용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을 우선으로 선발하여
    잘난 집안을 먼저 뽑는 것이다.

    최근에는 북한 정권의 입맛을 충족할 만한 기준을 가진 주민을 찾기 어려워지자
    선발기준이 예전보다 낮아졌다는 후문이다.
    이렇게 상봉자에 뽑힌 사람은 정신교육을 받는데 재미있는 점은
    한국인은 전혀 관심 없는 김정일의 생모 김정숙의 선전을 하라는 지시를 받는다는 점이다.

    몇십 년 만에 가족을 만난 자리에서 뜬금없이 김정숙을 찬양하는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연출되는 이유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느냐?”는 질문에 약속이라도 한 듯 “장군님의 사랑으로 걱정 없이 잘살고 있다”는 틀에 박힌 답변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또 북한의 이산가족은 마음놓고 울지도 못한다고 한다.

    만약 상봉장소에서 눈물을 흘릴 경우 북한에서의 삶이 힘들어 보인다는 오해를 받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눈물을 보이려고 하면 즉시 보위원이 달려와서 눈치를 준다고 한다.

    그들이 상봉 장소에 입고 나온 옷을 보면 약속이나 한듯이 남자는 양복 여자는 한복이다.
    이 옷들은 북한정권이 언론을 의식해서 새로 맞춰준 것이라고 한다.
    무료로 지급해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중에는 옷값의 몇십 배에 해당하는 돈을 받아내다 보니
    주민 입장에서는 비싼 선지급 옷을 입고 나오는 셈이다.

  • 상봉을 위해 숙소에 머문 가족들은 우리 측에서 제공하는 치약이나 칫솔 등 위생용품을 받는데
    이에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를 탈북민 김 설미(가명)씨가 들려줬다.

    사용한 칫솔을 북한에 가져가려고 하는데 한국 측에서 칫솔에 써넣은 문구가 문제가 돼서
    북한에서 압수했다더라. 이런 소식을 들은 한 가족은 화장실 바닥에 칫솔을 문질러서
    문구를 지운 후에야 가져갔다고 하더라. 그 사람은 "왜 남한에선 쓸데없이 이런 문구를 넣어서
    사람을 고생시키느냐고 투덜거렸다."고 전했다.

    북한주민이 상봉 후 갖는 가장 큰 후유증은
    갖은 명목으로 돈을 바치라는 북한 정권의 요구라고 한다.

    공식적으로 갖다 바치는 돈이 전체의 50%인데 이외에도 다음번에도 만나고 싶으면 또 내라는 등 비공식적으로 나가는 돈이 전체의 20%라고 한다. 결국, 한국 가족에게 10,000$를 받으면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 약 3,000$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 그냥 두지 않고 고향에 돌아간 후에도 파리가 꼬이듯 계속해서 돈을 내라는 성화에 시달린다고 한다. 한국 가족과 만나는 과정을 계속해서 지켜보던 보위부원은 다양한 이유를 대며 국가에 돈을 바치라고 강요한다고 하는데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불투명한 북한의 제도에 불만을 가진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2010년 상봉자 중에는 이러한 북한정권의 요구에 반박하며
    “돈을 내긴 내겠다. 허나 어차피 나라에다 내는 돈이니 기왕이면 내가 사는 동네에다 내겠다”고 우겨서 결국 자기가 사는 동네에 돈을 기부하여 화제가 된 북한주민도 있다고 한다.

    북한주민이 상봉을 마친 후 동네 사람에게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은 공통된 말은
    “제발 이산가족을 만나는데 정치적 요소를 없애고 만났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한다.
    아마도 남북한 모든 이산가족의 바람일 것이다.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