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청·신구 조화 강조, 폭넓은 영입 나설 듯 "열우당 노선만 아니면 OK"내년 총선 전 지역구 후보 출마 시사… 야권발 정계개편 회오리 시작되나
  • ▲ 민주당 김민석 새로운시작위 의장이 18일 마포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민주당 김민석 새로운시작위 의장이 18일 마포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18일 오전 [국민과 함께, 민주 60년]이라는 명칭으로 창당 60년 기념식을 거행한 것에 대해, 같은 날 민주당 새로운시작위원회 의장으로 취임한 김민석 전 의원은 "새정치연합은 열우당으로 돌아갔다"며 "혁신을 외치고 당명을 바꾸며 60주년을 찾아도 무의미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60년 전인 1955년 9월 18일은 해공 신익희 선생과 조병옥·장면 박사 등이 모여 민주당을 결당한 날이다. 새정치연합은 이로부터 자당의 역사가 시작됐다고 보아 이날 오전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창당 60년 기념식을 열었다.

    하지만 기념식장에는 문재인 대표를 위시해 주로 친노(親盧·친노무현) 계열의 인사들이 자리를 채웠을 뿐 정작 당내의 대표적인 구민주계 인사라고 할 수 있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은 불참했다. 비주류에서는 당직을 맡고 있는 이종걸 원내대표와 주승용 최고위원만 자리를 지켰을 뿐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박영선 전 국민공감혁신위원장 등이 모두 불참했다.

    문재인 대표가 "민주당은 지금 우리 당의 뿌리"라며 "김대중 대통령도 민주당에 참여해 정치를 시작했다"고 외쳤지만 힘이 실리지 않았다. 정작 문재인 대표 본인이 신한민주당·통일민주당·평화민주당·새천년민주당 등 그 어느 민주당에도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몸담았던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평민당 시절부터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정치를 한 전병헌 최고위원이 창당6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장을 맡아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당의 역사를 잃어왔고, 당의 뿌리도, 동지애도, 애당심도 희박해졌다"며 "30년간 당을 지켜오면서 아쉬웠던 부분이고, 무거운 책임감도 느꼈다"고 축사를 해 좌중의 공감을 얻었다.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 구성원들이 왜 동지애와 애당심을 잃어가고 있는지,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은 같은 날 오후 마포 민주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왔다.

    이날 민주당 새로운시작위 의장으로 취임한 김민석 전 의원은 새정치연합의 60년 기념식에 대해 "닮아야 자식 아닌가"라며 "많은 국민들이 새정치연합이 열우당을 닮아가고 있다고 탄식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구 민주당의 정통성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문재인 대표를 정점으로 하는 친노 무리들이 새정치연합에서 득세하면서, 오랫동안 당을 지켜온 당원들이 동지애와 애당심을 잃어가고 있다고 진단한 셈이다.

  • ▲ 민주당 김민석 새로운시작위 의장이 18일 해공 신익희 선생·유석 조병옥 박사와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사진이 내려다보고 있는 마포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민주당 김민석 새로운시작위 의장이 18일 해공 신익희 선생·유석 조병옥 박사와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사진이 내려다보고 있는 마포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민주당 김민석 의장은 "열우당은 대통령을 배출해낸 민주당을 깼던 정당이고, 민주당의 역사에서 보면 극복해야 할 정당"이라며 "지난 10여 년의 야당사는 어찌 보면 열우당의 과오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역사"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대중 대통령이 (1995년) 창당한 새정치국민회의만 해도 법률적으로는 그 이전의 야당사로부터 새롭게 등장한 것이지만, (민주당을 계승하는) 역사적 정통성을 국민으로부터 인정받았다"며 "(열우당으로 돌아간) 새정치연합이 60주년이라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국민들이 다들 참 무리한 이야기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민석 의장은 2003년 친노 무리들이 창당해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에 흡수되며 패망하는 방식으로 4년 간의 좌경맹동주의 정치실험을 끝마쳤던 열우당의 잘못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김민석 의장은 "열우당의 노선이란 당헌을 무시하는 관념적 진보이며, 잘못된 강남좌파 노선"이라며 "당원과 지지자들이 원하지 않는 분당을 하고, 원하지 않는 노선으로 가면서 40번 이상 (선거에서) 패배했다"고 돌직구를 꽂았다.

    이어 16일 새정치연합 중앙위에서 밀어붙이기 식으로 가결된 친노·운동권 혁신위의 공천안에 대해 "이런 식의 혁신안은 백년정당을 만드는 게 아니라 야당이 백 번쯤 깨지게 하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새정치연합 내에서 득세하고 있는 친노 무리들을 향해서도 "지난 (2012년) 총선에서 참여정부의 핵심으로 구성됐던 당시 야당 지도부가 한미FTA와 제주해군기지를 반대했다"며 "참여정부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추진했던 정책을 특별한 설명 없이 부정함으로써 총선 참패의 중요한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를 가리켜 "친노라는 것은 정책집단으로서는 이미 사라지고 친분집단으로서만 남은 것"이라며 친노패권주의와 연결지어 비판했다.

    한편 15~16대 국회의원으로 2000년 새천년민주당 창당에 관여하고 2002년 대선에서 이른바 '국민경선'을 설계해 야권의 대표적인 지략가로 손꼽히는 김민석 의장은 이날 민주당 강신성 대표로부터 당대표급의 권한을 갖는 새로운시작위 의장으로 추대됐다.

    강신성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김민석 의장을 추대한 이유는 민주당에 애정을 가지고 자문을 해줬으며, 현 야권 상황을 타계하기 위한 지혜와 추진력을 갖춘 최고의 적임자라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이제 야권재창조와 좋은 정권교체를 위한 민주당의 도전은 김민석 의장을 필두로 담대하게 시작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 ▲ 민주당 강신성 대표(사진 오른쪽)가 18일 김민석 전 의원을 민주당의 새로운시작위 의장으로 추대하고 있다. 김민석 의장은 수락 연설에서 민주당의 야권재창조의 방향과 원칙에 대해 설명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민주당 강신성 대표(사진 오른쪽)가 18일 김민석 전 의원을 민주당의 새로운시작위 의장으로 추대하고 있다. 김민석 의장은 수락 연설에서 민주당의 야권재창조의 방향과 원칙에 대해 설명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이를 수락한 김민석 의장은 이후 취재진과 문답에서 "제1야당을 그대로 두고 그 옆에 오막살이나 짓는 신당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야권재창조'라는 수사에 걸맞는 규모의 야권발 정계개편을 자신했다.

    그는 현재 신당을 창당 혹은 창당할 예정에 있거나 새정치연합 탈당을 앞두고 있는 야권의 여러 정치인들과의 연대 가능성을 긍정하며, 실제로도 많은 교류와 연락이 있다는 점을 내비쳤다.

    김민석 의장은 "천정배 의원 뿐만 아니라 신민당 창당을 선언한 박준영 지사도 열우당에 맞서서 민주당 도지사로 당선됐고 시진핑 주석과도 친분이 있을 정도로 외교적 역량이 있는 분"이라며 "박주선 의원도 훌륭한 분이기 때문에 야권재창조라는 측면에서 결국은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일 무소속 천정배 의원의 기자회견이 있는 것과 관련해 "천정배 의원과는 15대 국회의원 동기"라며 "20일에 신당을 제안하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한다는 것도 언론 보도를 통해서가 아니라 (미리)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 뿐만 아니라 지금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최고위 구성원을 포함해 굉장히 오랫동안 다 알고 정치해 온 분이기 때문에 안 만나는 게 오히려 뉴스"라며 "연락하느냐고 묻는다면 언제 만난 걸 물어보시는 것인지, 언제 통화한 걸 물어보시는 것인지…"라고 굉장히 잦은 접촉이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

    야권재창조의 방향 및 원칙과 관련해서는, 새로운 얼굴이 필요하다는 천정배 의원의 인식에 기본적으로 공감하면서도 노장청과 신구의 조화 또한 필요하다고 밝혀, 영입의 문턱을 높이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이에 따라 새정치연합 현역 의원들이 조만간 가세해 원내 정당으로 탈바꿈하게 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김민석 의장은 "세종대왕도 황희 정승과 젊은 집현전 학자들을 함께 쓰며 노장청과 신구 조화를 했다"며 "정치는 통합이고 덧셈이기 때문에 대원칙에만 동의한다면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이어 "다음 총선 전에 99.9999% 원내 정당이 될 것"이라며 "전 지역구에서 좋은 인재를 영입해 후보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열우당의 과오를 극복하자는 것은 정치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국민과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 포괄적인 공감대가 있다"며 "열우당 노선으로 계속 가겠다고 하는 사람만 빼놓고는 누구와도 함께 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