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부실한 공개신검’ 책임 통감해야”..병원 내부서도 자성론 나와
  • ▲ 엄마부대봉사단을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앞에서,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해 병원이 앞장서 줄 것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엄마부대봉사단을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앞에서,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해 병원이 앞장서 줄 것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지난달 중순부터 서울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앞에서는 매주 낯선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엄마부대봉사단을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들은 매주 화요일 병원 앞에 모여 현수막과 손 피켓을 들고 목청을 높여 집회를 열고 있다.

    15일 열린 집회에서는 상복(喪服)을 차려입은 시민단체 회원들이 병원을 오고가는 시민들의 눈길을 붙잡았다.

    이들이 외치는 요구사항은 ‘박원순 시장 아들 병역비리 의혹’의 진실 규명을 위해 병원이 앞장서 달라는 것.

    최근에는 정국의 주요 현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을 모른 채 외면하는 병원의 태도를 비판하는 ‘이동 현수막’도 등장했다.

  • ▲ 우파 시민활동가 강재천씨가,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 진상규명을 위해,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앞장서 줄 것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차량에 붙이고 운행하는 모습. ⓒ 강재천씨 페이스북 캡처
    ▲ 우파 시민활동가 강재천씨가,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 진상규명을 위해,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앞장서 줄 것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차량에 붙이고 운행하는 모습. ⓒ 강재천씨 페이스북 캡처
     
  • ▲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돼, 공개신검을 진행한 세브란스병원의 책임을 지적하는 현수막을 부착한 강채천씨의 차량. ⓒ 강재천씨 페이스북 캡처
    ▲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돼, 공개신검을 진행한 세브란스병원의 책임을 지적하는 현수막을 부착한 강채천씨의 차량. ⓒ 강재천씨 페이스북 캡처

    우파 시민활동가 강재천씨는 세브란스병원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현수막을 자체 제작해 차량에 붙인 뒤, 거의 매일 병원 주변을 돌면서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과 병원과의 ‘관계’를 시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시민단체 회원들이 이곳에서 매주 집회를 열면서 정치색 짙은 요구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병원이 3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박원순 시장 아들의 박주신씨 공개신검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 ▲ 주옥순 엄마부대봉사단 대표가 서울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 뉴데일리DB
    ▲ 주옥순 엄마부대봉사단 대표가 서울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 뉴데일리DB

    3년이 흘러 뉴데일리와 MBC 등의 보도로 다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의 새로운 출발점이 바로 이 병원에서 진행된 공개신검이므로, 병원이 나서 진상규명에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 엄마부대봉사단을 비롯한 시민단체의 요구다.

    2012년 2월22일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공개신검을 끝으로 박원순 시장 아들 박주신씨의 병역비리 의혹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사실상 과거사로 남아있던 이 사건이 다시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한 계기는 지난해 12월부터 열리고 있는 ‘양승오 박사 재판’이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암센터 핵의학과 주임과장을 맡고 있는 양승오 박사는 국제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영상의학 전문의다.

    양승오 박사와 치과의사 김우현씨 등은 지난 2012년 2월 있었던 박주신씨의 공개신검 직후부터 주신씨의 병역기피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 양승오 박사(사진 오른쪽)와 양 박사의 변호를 맡고 있는 차기환 변호사(자유와 통일을 향한 변호사연대 대표, 사진 왼쪽).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양승오 박사(사진 오른쪽)와 양 박사의 변호를 맡고 있는 차기환 변호사(자유와 통일을 향한 변호사연대 대표, 사진 왼쪽).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양승오 박사는 공개신검 이후 언론에 공개된 박주신씨 명의의 MRI 영상사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골수신호강도’를 분석한 결과, “해당 MRI 속 피사체가 박주신씨 본인일 확률은 0%에 가깝다”며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치과의사 김우현씨 또한 박주신씨의 치아가 드러나는 자생병원 엑스레이를 근거로, 피사체가 박주신씨일 확률을 매우 낮다며 양 박사와 마찬가지로 의혹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은 박원순 시장의 아들 박주신씨가 대리신검 혹은 영상자료 바꿔치기 등의 방법으로 병역을 기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의 의혹제기는 2012년 2월 공개신검 직후부터 지금까지 3년 6개월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양승오 박사와 김우현씨 등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서울시선관위에 고발했고, 선관위는 이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박원순 시장 고발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2012년 2월 공개신검 당시 박주신씨 명의의 MRI 판독에 참여한 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의 진술을 근거로, 양 박사 등을 공직선거법 상 낙선목적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장에 당선된 박 시장은 ‘관용’을 베풀어 양 박사 등에 대한 고발을 취하할 뜻을 밝혔으나, 피고소인들은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겠다며 검찰에 기소를 요구했다.

    양승오 박사 등 시민 7명을 피고인으로 하는 공직선거법 위판 재판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모두 9차례 열렸다.

    양승오 박사 공판을 계기로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은 전혀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다. 공판에서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증거와 분석자료들이 잇따라 공개됐다.

    특히 피고인과 차기환 변호사 등은 새로 입수한 박주신씨 명의의 공군훈련소-비자발급용 엑스레이를, 이미 언론을 통해 공개된 자생병원 엑스레이와 비교한 결과, 이들 엑스레이 속 피사체를 동일인으로 볼 수 없을 정도의 유의미한 차이점을 발견하고, 이를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다.

  • ▲ ▲(왼쪽부터) 박주신씨 명의의 공군·자생병원·비자발급 엑스레이.ⓒ 뉴데일리DB
    ▲ ▲(왼쪽부터) 박주신씨 명의의 공군·자생병원·비자발급 엑스레이.ⓒ 뉴데일리DB

    박주신씨의 신체를 촬영한 3개의 엑스레이 속 피사체를 ‘같은 사람’으로 볼 수 없을 정도의 차이점이 나타난다는 사실은, 피고인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증거가 아닐 수 없다.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것은 하나다. 의혹의 근원적 해소를 위해 현재 영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주신씨가 돌아와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 아래서 재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약 1시간이면 끝날 수 있는 재검으로 모든 의혹을 해소할 수 있으므로, 아버지인 박원순 시장과 당사자인 주신씨가 결단을 내려달라는 것이 피고인들의 희망사항이다.

    무엇보다 피고인들은 2012년 2월 세브란스병원의 공개신검이, 서울시 및 병원 관계자들의 철저한 통제 속에서 진행됐고, 당시 의료진이 피검자의 본인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당시 현장을 지켜 본 서울시 출입기자들은 녹음은 물론 사진 촬영도 제한된 상태에서 육안으로 현장을 지켜 본 것으로 전해졌다.

  • ▲ 2012년 2월22일 서울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진행된 공개신검 장면. ⓒ 서울시 제공
    ▲ 2012년 2월22일 서울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진행된 공개신검 장면. ⓒ 서울시 제공

    결국 당시 공개신검은 서울시와 세브란스병원이 주도한 ‘허리 MRI 촬영’이었을 뿐, 공개신검이란 표현을 붙이기 부적절하다는 것이 피고인들의 지적사항이다.

    박원순 시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개신검으로 모든 의혹이 해소됐다”, “당시 공개신검 현장은 서울시청 출입기자들도 봤다”는 주장을 하면서,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은 ‘과거사’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변하고 있으나, 피고인들은 위와 같은 이유로 박 시장의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즉, 이름뿐인 공개신검으로 의혹을 해소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켰으므로, 진짜 공개신검을 통해 의혹을 말끔하게 털고 가자는 것이 피고인 측의 바람이다.

    양승오 박사 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 합의 27부, 재판장 심규홍 부장판사)는, 이런 피고인 측의 의견을 수렴해, 박주신씨에 대한 증인신청을 받아들였다.

    검찰 역시 의혹 해소를 위해서는 주신씨에 대한 재검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박주신씨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재판부는 박주신씨의 출석을 전제로, 신체 재검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주신씨는 법률대리인을 통해 “이 사건 재판에 협조할 뜻이 없다”는 의사를 재판부에 전달했다.

    양승오 박사 재판의 핵심 쟁점은 결국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의 진상규명이다. 그리고 이를 위한 사실상 유일한 방법은 주신씨의 증인출석과 신체 검증이다.

    문제는 박원순 시장이나 주신씨가 이 사건 재판에 협조할 뜻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평범한 주부와 아버지들이 서울시청과 세브란스병원 앞에서 머리띠를 두르고 목청을 높여 소리를 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평범한 가장이 병원의 양심을 자극하는 현수막을 차량에 붙이고, 서울도심 곳곳을 누비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박주신씨가 법정 출석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의혹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당시 공개신검을 진행한 병원의 양심선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 서울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서울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당시 공개신검이 매우 불투명한 상태에서 이뤄졌고, 피검자에 대한 본인 확인도 없이 진행된 이상, 병원이 책임을 지고 진상규명에 앞장서 달라는 것이 시민들의 요구사항이다.

    특히 시민들은 병원이 ‘부실한 공개검증’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병원 차원의 조사위원회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시민들은 “130년의 역사를 지닌 병원이 명예를 되찾기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조사위원회 구성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실 세브란스병원의 명예는, 여대생 청부살인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영남제분 회장 부인에게 이 병원 주치의가 허위진단서를 발급해 주면서, 크게 실추됐다.

    이런 상황에서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은 병원에게 있어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 ▲ 엄마부대봉사단을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돼, 병원이 진상규명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엄마부대봉사단을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돼, 병원이 진상규명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시민들은 “병원이 지금처럼 침묵으로 일관하는 한, 2012년 2월 있었던 ‘부실한 공개신검’이 의혹을 키웠다는 비판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병원이 판단을 잘못하면, 영남제분 회장 부인 사건으로 반쯤 땅에 떨어진 병원의 명예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이 땅의 의학발전과 의료선진화를 선도해왔다는 명예와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서는, 병원이 의혹의 해소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세브란스병원 경영진의 결단을 연일 압박하고 있다.

    병원 내부에서도 상황을 외면만 해서는 안 된다는 자성론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주 세브란스병원 앞에서 진상규명 촉구 집회를 열고 있는 엄마부대봉사단 주옥순 대표는 “극히 일부의 비양심적인 사람들이 연세대 의료진 모두의 명예를 훼손하는 파렴치한 행동을 하고 있다”며 “더 이상 늦게 전에 병원이 현명한 결단을 내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