뢰츠케 국경검문소 앞 시위 벌이던 중동 출신 난민들, 물병·돌로 경찰 공격
  • ▲ 지난 16일(현지시간) 헝가리와 세르비아 국경에 있는 뢰츠케 국경검문소에서 난민들이 경찰을 공격하는 등 폭동을 일으켰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유튜브 영상 캡쳐. ⓒ유튜브 관련영상 캡쳐
    ▲ 지난 16일(현지시간) 헝가리와 세르비아 국경에 있는 뢰츠케 국경검문소에서 난민들이 경찰을 공격하는 등 폭동을 일으켰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유튜브 영상 캡쳐. ⓒ유튜브 관련영상 캡쳐


    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난민 유입 문제로 EU 회원국들 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이번에는 헝가리와 세르비아 국경에서 헝가리 경찰과 난민 간의 유혈 충돌이 발생, 경찰과 난민 수십여 명이 부상을 입는 사태가 벌어졌다.

    주요 외신들은 16일(현지시간), 세르비아와 국경을 맞댄 헝가리 뢰츠케 국경검문소에서 국경이 차단된 것에 항의하는 난민들이 물병, 돌 등을 경찰에 던지면서 충돌이 발생, 경찰이 최루탄, 물대포를 쏘며 대응했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난민들은 경찰을 향해 “국경을 열라”고 외치며 집단행동을 시작했으며, 난민 가운데 일부 청년들이 검문소 문을 발로 차고 경찰을 향해 돌을 던졌다고 한다. 일부 난민은 투명 플라스틱 방패를 들고 있는 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난민들의 폭력으로 수십 명의 경찰이 부상을 입자, 헝가리 경찰은 최루탄, 물대포를 발사하면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군중들 사이에 있던 여성, 어린이 등이 최루가스를 마시고 쓰러져 세르비아 측 구급차가 출동해 후송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헝가리 정부는 “세르비아 지역에 있던 난민들이 공격적으로 바뀌어 돌, 빈병 등을 던지고 곤봉을 휘둘렀기 때문에 경찰은 국경을 보호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면서 “이번 충돌로 헝가리 경찰 20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헝가리 정부는 또한 난민들의 폭동 이후 세르비아 정부 측에 “난민 가운데 무장한 사람이 있다”며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세르비아 정부 측은 “국경에서 최루탄을 쏘는 게 문제”라며 헝가리 정부에 강력히 항의했다고 한다.

    헝가리 정부는 이에 아랑곳 않고, 난민들이 폭동을 일으킨 뢰츠케 국경 검문소를 17일부터 30일 간 잠정폐쇄한다는 방침도 세르비아 정부에 통보했다.

    세르비아 정부도 이민자들의 소요 가능성을 염려했는지 난민과 헝가리 경찰 간의 충돌을 막기 위해 국경 지대에 경찰을 추가로 배치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난민들의 항의가 폭력시위로까지 번졌지만, 헝가리 정부의 ‘난민수용 반대’ 의지는 매우 강해 보인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15일 오스트리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루마니아, 크로아티아 국경에도 난민이 들어올 수 없도록 장벽을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루마니아 정부는 “EU 회원국 사이의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는 것은 EU 정신에 위배된다”고 비난하며 자국 주재 헝가리 대사를 초치해 강력히 항의했다고 한다.

    헝가리 정부가 세르비아와의 국경을 넘으려는 시리아 난민을 본격적으로 막게 된 것은 지난 15일 자정부터 발효된 개정 이민법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이때부터 헝가리 경찰은 난민 유입을 전면차단하고,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또한 세르비아와의 국경 지대에 기관총 등으로 중무장한 험비를 배치했다.

    헝가리의 새 이민법에 따르면, 불법 이민자 수가 수용 한도를 넘을 경우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고, 불법으로 국경을 통과하는 사람은 징역 3년, 국경 장벽(철조망)을 훼손하면 징역 5년을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 ▲ 헝가리 뢰츠케 국경검문소의 문을 부수려는 난민 시위대.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헝가리 뢰츠케 국경검문소의 문을 부수려는 난민 시위대.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헝가리가 이처럼 난민 유입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자, 유럽으로 몰려든 난민들은 헝가리 대신 크로아티아로 몰려가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한다.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오스트리아를 거쳐 독일로 가는 길이 있다는 것이다. 적당한 교통수단이 없어 난민들은 걸어서 이 나라를 이동하고 있다고 한다.

    크로아티아는 몰려든 난민들에게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조란 밀라노비치 크로아티아 총리는 “우리는 인종, 종교, 피부색을 따지지 않고 난민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으며, 독일, 북유럽으로 가려는 것도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슬로베니아, 오스트리아는 난민들에게 ‘원칙’을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슬로베니아 정부는 EU 회원국들이 맺은 조약에 따라 슬로베니아에 온 이들이 난민 신청을 하면 받아들이겠지만, 다른 나라로 가는 ‘통로’는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앞으로 헝가리뿐만 아니라 슬로베니아 국경으로 입국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비자를 받은 사람들에 대해서만 입국을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규모 난민이 몰려들 경우 오스트리아 정부가 통제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난민 문제는 터키와 불가리아 일대에서도 불거지고 있다. 시리아 난민들이 탄 보트에서 사망사고가 잇따르자 난민들이 터키 서부 국경 도시 에디르네에서 경찰에 맞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에디르네 지역과 국경을 맞댄 불가리아는 현장이 경찰을 추가로 배치하고 난민들의 불법 입국에 대비하고 있다고 한다. 불가리아는 현재 터키와의 국경에 장벽을 건설 중이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종합하면, 시리아와 이라크를 탈출한 난민들은 EU 회원국 가운데 지중해 연안 국가들로 몰려온 뒤 터키, 그리스, 세르비아, 마케도니아 등을 거쳐 독일과 북유럽 국가로 가기위해 몰려들고 있으며, 이들과 국경을 접한 헝가리, 불가리아, 슬로베니아, 오스트리아 등 중부 및 동부 유럽 국가들은 난민의 대량유입을 차단하고 있다.

    그동안 난민 유입에 우호적이던 EU 회원국 가운데 오스트리아, 프랑스, 영국 등은 ‘모든 난민의 수용’이 아니라 EU 회원국 간의 협의를 통해 ‘선별적 수용’으로 정책을 선회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시리아만 해도 난민의 수가 수백만 명에 이르러 이들을 부양하기에는 버거운 데다 난민 행렬 가운데 테러조직 ISIS의 조직원이 위장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안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국내 여론이 비등해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