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 기념행사서 혼자 국가제창 안 해…비난 일자 “마음속으로 존경심 표해”
  • 지지자들 앞에 선 신임 노동당수 제레미 코빈. ⓒBBC for Korea 페이스북 캡쳐
    ▲ 지지자들 앞에 선 신임 노동당수 제레미 코빈. ⓒBBC for Korea 페이스북 캡쳐


    2012년 6월 이석기 당시 통합진보당 의원은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다”라고 주장,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석기 당시 의원은 결국 제19대 국회 개원식에서는 애국가를 제창했다. 

    그런데 영국에서도 한 정치인이 이와 비슷한 일을 저질러 파장이 커지고 있다. 그는 아예 국가를 부르지 않았다. 최근 영국 노동당 당수로 선출된 ‘제레미 코빈’이 그 주인공이다.

    파이낸셜타임스, 가디언 등 영국 매체들은 1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세인트폴 성당에서 열린 영국 본토 항공전 75주년 기념식에서 다른 참석자들이 국가 ‘하나님, 여왕을 구하소서(God Save the Queen)’를 제창하는 동안 제레미 러빈 노동당 당수는 입을 닫고 있었다고 전했다.

    영국 매체들은 “영국 왕실 폐지를 주장하는 극렬 좌파 의원 제레미 코빈이 사실상 국가 제창을 거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레미 코빈은 행사가 시작되기 전 성명을 통해 “내 부모님은 파시즘 격퇴를 위해 굉장한 용기와 결심을 보여주셨다”면서 “우리는 본토 항공전에서 공군이 보여준 영웅적 행위에 큰 감사의 빚을 지고 있다”고 밝힌 터여서 이 같은 국가 제창 거부는 더욱 큰 논란이 됐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영국 내 우파 진영은 “애국심이 없다”며 제레미 코빈을 맹비난했다.

    윈스턴 처칠의 외손자인 니콜라스 솜스 보수당 하원의원은 “국가를 부르지 않는 것은 여왕 폐하와 본토 항공전에 참전한 조종사들에게 큰 무례가 되는 행동”이라면서 “코빈 의원은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고 비판했다.

    우파 정당인 ‘영국 독립당’ 당수 나이젤 패라지는 “노동당 당원 가운데 제레미 코빈의 ‘침묵’을 용납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국가 제창 거부를 비난했다.

    일각에서는 “제레미 코빈은 왕실주의자가 아닌데도 맨 앞줄에 서서 행사에 참여했다”며 그가 참석한 것만으로도 성의를 표한 것 아니냐며 그를 옹호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제레미 코빈은 "침묵했다고 국가를 존중하지 않는 게 아니다. 마음 속으로 존경심을 표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극렬좌파인 제레미 코빈이 노동당 당수가 된 데 이어 국가 제창까지 거부한 것을 두고 그의 본심이 드러났다며 비판하는 목소리는 점차 커지고 있다.

    제레미 코빈은 지난 12일 노동당 당수로 선출됐다. 영국 내 좌익성향 매체들은 ‘무상복지의 복원’을 내세운 그가 노동당 당수로 선출된 것을 놓고 “우파 정책에 지친 영국이 그를 선택했다”며 상당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