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난민 못 받는다” 반발…유럽 곳곳 ‘난민 수용’ 찬반 시위
  • ▲ 지난 9월 4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한 열차역에서 시위를 벌이는 시리아 난민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지난 9월 4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한 열차역에서 시위를 벌이는 시리아 난민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시리아 내전으로 발생한 난민을 받아들이는 문제를 놓고, EU 회원국 간의 갈등이 갈수록 커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EU 회원국들이 나눠서 난민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독일까지 오스트리아와의 국경을 ‘한시적 통제’한다고 밝히면서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 영국, 독일, 스페인, 스웨덴 등에서는 “시리아 난민을 환영한다”는 ‘난민수용 찬성집회’가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열리고 있다.

    반면 헝가리, 슬로바키아, 폴란드, 체코 등에서는 “난민 수용에 결사반대한다”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들은 특히 “시리아 난민 가운데 무슬림이 섞여 들어오는 것에 절대 반대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양측의 특징도 보인다. 영국, 독일, 스페인, 스웨덴에서 “종교에 관계없이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시위대는 대부분 좌익 성향이다. 반면 과거 동구권 국가였던 헝가리, 슬로바키아, 폴란드, 체코 등에서는 주로 정교회를 포함한 기독교 신도와 우익 인사들이 ‘난민 수용 반대’ 시위를 이끌고 있다고 한다.

    서유럽과 동유럽이 시리아 난민에 대해 극명하게 대조되는 주장을 펼치는 사이, 동유럽 국가들은 시리아 난민들의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을 폐쇄하고, 군인들까지 동원해 국경을 경비하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다.

    시리아 난민 유입 논란의 시발점이 됐던 헝가리는 15일(현지시간)부터 세르비아와의 국경 175km를 모두 폐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케도니아 또한 세르비아 등 ‘시리아 난민’들이 넘어오는 국경 지대에 ‘장벽’을 설치하는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동유럽이 밀려오는 시리아 난민들을 막아서자 ‘풍선 효과’도 일어나고 있다. 난민들이 오스트리아와 그리스, 스페인 등 남유럽을 거쳐 모두 독일로 몰려가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난민 수용에 우호적이던 독일마저도 13일 오후 5시(현지시간)부터 오스트리아와의 국경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토마스 데메지에르 독일연방 내무장관은 언론과 만나 “이번 국경 통제조치는 독일로 입국하는 난민들을 질서 있게 수용하기 위한 절차”라고 해명하면서 “이는 또한 EU 회원국들이 난민들에 대한 책임을 연대해서 져야 한다는 신호”라고 주장했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독일은 오스트리아를 거쳐 독일로 들어오는 열차 운행을 전면 중단시키고, 오스트리아 국경으로 입국하는 사람은 EU 시민이거나 비자를 받은 사람들만 통과시키고 있다고 한다.

    독일은 이와 함께 오스트리아를 포함한 주요 국경에 2,100여 명의 경찰들을 배치해 순찰, 검문을 실시하고, 필요할 경우 군을 투입해 국경을 경비한다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외신들은 독일이 “시리아 난민들의 입국을 적극 환영한다”고 말했다가 불과 며칠 사이에 태도를 바꾼 것은 엄청난 수의 난민 유입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2015년 들어 독일에 입국한 난민이 45만 명이라고 한다. 뮌헨의 경우 지난 12일에만 1만 2,000여 명의 난민이 들어왔다고 한다. 8월 말부터 계산하면 6만 3,000여 명이나 된다고.

    외신들은 “독일 정부는 오스트리아와의 국경 통제가 한시적이라고 했지만, 언제 해제할 지는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독일 정부가 불과 며칠 사이에 ‘난민 수용’에 대한 태도를 바꿈에 따라, 14일(현지시간) 열릴 EU 장관회의에서 EU 회원국들이 16만 명의 난민 수용을 강제할당하자는 의견은 통과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지금도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등이 ‘난민 수용’에 대해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이 ‘고통분담’을 명목으로 난민 강제 수용을 요구할 경우, EU 회원국 간의 ‘파열음’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