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단체 개별적 활동으로 힘 분산...활동 효과 기대에 못 미쳐
  • ▲ '엄마의 힘'(대표 김순희)을 비롯한 애국단체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참여연대' 앞에서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해 참여연대의 협력 대응을 제안하는 집회를 11일 열었다. ⓒ 뉴데일리DB
    ▲ '엄마의 힘'(대표 김순희)을 비롯한 애국단체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참여연대' 앞에서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해 참여연대의 협력 대응을 제안하는 집회를 11일 열었다. ⓒ 뉴데일리DB

    "국방의 의무는 대한민국의 젊은이라면 누구나 갖는 것이며 그래서 가장 평등하고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박주신씨는 그렇지 않았다.

    이 세상 어느 엄마가 소중한 자식을 군에 보내고 싶겠는가. 하지만 내 나라를 지킨다는 도리의 무거움과 신성함의 깊이 때문에 엄마는 눈물을 감추고 아이를 배웅하는 것이다."

       - 김순희 '엄마의 힘' 대표


    2012년 2월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진행된 공개신검을 계기로, 일단락됐던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박주신씨를 둘러싼 병역비리 의혹이, 다시 정국 최대 현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학부모단체 '엄마의 힘'(대표 김순희)을 비롯한 애국단체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참여연대' 앞에서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해 참여연대의 협력 대응을 제안하는 집회를 11일 열었다.

    이날 '엄마의 힘' 회원들은 '참여연대 침묵하는 이유 뭐냐', '사회지도층 병역비리 함께 척결하자' 등 피켓을 들며, "참여연대는 '엄마의 힘'과 연대하자"고 구호를 외쳤다.

    특히, 이들은 "과거 참여연대 소속 활동가들은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아들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돼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참여연대가 나선다면 박주신씨 병역 비리 의혹도 말끔하게 정리될 것이라고 우리는 믿는다“며,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의 진실을 밝히는 데 있어, 참여연대가 앞장서 줄 것을 촉구했다.

  • ▲ '엄마의 힘'(대표 김순희)을 비롯한 애국단체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참여연대' 사무실 앞에서,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 해소를 위해 참여연대와의 협력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뉴데일리DB
    ▲ '엄마의 힘'(대표 김순희)을 비롯한 애국단체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참여연대' 사무실 앞에서,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 해소를 위해 참여연대와의 협력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뉴데일리DB

    한발 더 나아가 김순희 '엄마의 힘' 대표는 박원순 시장 아들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돼 참여연대와의 협력사업을 제안했다.

    “'엄마의 힘'은 박원순 시장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 해결을 위해 전문성을 가졌다고 보이는 참여연대와의 협력 사업을 제안한다.”

    “참여연대가 진정성 있는 시민단체로 인정받고 싶다면, 과거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아들 병역비리 의혹 때처럼, 진보나 보수라는 개념을 떠나서 현재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는 박주신의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돼 열정을 가지고 나서줄 것을 촉구한다.”

    “'엄마의 힘'은 박원순 시장에게 혹 있을지 모를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실천을 기대한다. 한 시간이면 충분할 재검을 아들의 스트레스 운운하며 피한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애국단체 회원들과 시민들은 "박주신씨가 대리신검 혹은 영상자료 바꿔치기 등의 방법으로 병역을 기피했음을 시사하는 유력한 증거와 분석결과들이 잇따라 공개되고 있다"면서, "참여연대는 '엄마의 힘'과 협력해 사회고위층 병역비리 척결에 앞장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 양승오 박사(동남권원자력의학원 암센터 핵의학과 주임과장, 사진 왼쪽)와 양 박사의 변호를 맡고 있는 차기환 변호사(자유와 통일을 향한 변호사연대 대표).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양승오 박사(동남권원자력의학원 암센터 핵의학과 주임과장, 사진 왼쪽)와 양 박사의 변호를 맡고 있는 차기환 변호사(자유와 통일을 향한 변호사연대 대표).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암센터 핵의학과 주임과장인 양승오 박사는 2012년 2월22일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진행된 박주신씨 공개신검 직후부터, 언론에 공개된 박주신씨 명의의 MRI 영상자료에 대한 판독결과를 바탕으로, 박주신씨 명의의 MRI 속 인물이 주신씨 본인일 확률은 0%에 가깝다는 의견을 밝혔다.

    양승오 박사와 치과의사 김우현씨 등은 지금까지 3년이 훨씬 넘는 기간 동안, 온오프라인에서 '박주신 병역비리 의혹'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활동을 벌여오다가, 지난해 5월 박원순 시장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혐의는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의 낙선을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것(공직선거법 상 낙선 목적 허위사실 유포).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2012년 2월 공개신검 당시 MRI 판독에 참여한 세브란스병원 의사들의 진술을 근거로, 양승오 박사와 치과의사 김우현씨 등 시민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양 박사 등에 대한 재판은 지난해 12월, 제1회 공판준비기일을 시작으로 지난달 17일까지 모두 9차례 열렸다. 공판에서는 지금까지 피고인들의 의혹제기를 뒷받침하는 새로운 증거와 정황자료들이 공개되면서, 누리꾼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 및 이 사건을 핵심쟁점으로 하는 ‘양승오 박사 재판’은 뉴데일리의 심층 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지난 1일 MBC는 저녁 뉴스데스크를 통해 이 사건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 ▲ 박원순 아들 박주신씨의 병역비리 의혹을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 ⓒ 화면 캡처
    ▲ 박원순 아들 박주신씨의 병역비리 의혹을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 ⓒ 화면 캡처

    자신의 아들을 둘러싼 병역비리 의혹에 박원순 시장은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다.

    뉴데일리와 MBC의 보도가 큰 반향을 일으키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2일, 임종석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통해, 이 사건을 보도한 MBC사장과 보도본부장, 보도국장, 사회부장, 담당기자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이와 별도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파문을 키웠다.

    박원순 시장은 9일 법률 대리인을 통해, MBC 사장과 편집데스크, 기자 등을 상대로 한 고소장을 서울서부지검에 접수했다.

    이어 박원순 시장은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돼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린 인터넷커뮤니티 사이트 회원 16명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서울시는 이와 별도로 서울시청 앞에서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 진상규명’을 요구하면서, 철야 노숙농성을 벌이던 주종득씨를 상대로 허위사실 유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 ▲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 진상규명을 요구하면서, 지난 7월부터 서울시청 신청사 앞에서 철야 노숙 1인 시위를 벌인 주종득씨. ⓒ 뉴데일리DB
    ▲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 진상규명을 요구하면서, 지난 7월부터 서울시청 신청사 앞에서 철야 노숙 1인 시위를 벌인 주종득씨. ⓒ 뉴데일리DB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돼, 박원순 시장이 방송사, 1인 시위자, 누리꾼 등 대상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인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박 시장이 수사기관과 법원의 힘을 빌려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이들의 입을 막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 사건을 과거 이회창 대선후보 아들 병역비리 의혹사건과 비교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지난 2002년 대선 최대의 이슈는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이었다. 이른바 ‘병풍(兵風)’으로 불린 이 사건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대권 8부 능성을 넘었던 이회창 후보를 낙마시키는데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다.

    당시 ‘병풍 사건’은 범 좌파 시민사회단체 연합체인 ‘병역비리근절 국민운동본부’가 주도했다. 민주당이 만든 이 단체에는 다수의 좌파 성향 시민사회단체와 시민활동가들이 참여했다.

  • ▲ 이회창 전 총리. ⓒ 조선닷컴DB
    ▲ 이회창 전 총리. ⓒ 조선닷컴DB

    박원순 시장이 사무처장으로 있던 참여연대 소속 활동가들도 이 단체가 주최한 행사에 적극 참여한 사실이 있다.

    민주당은 ‘병역비리근절 국민운동본부’를 통해 병풍의혹을 전방위적으로 홍보하면서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었다.

    ‘병역비리근절 국민운동본부’는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의 도심·부도심 지역에서 의혹 해소를 촉구하는 ‘천만인 서명운동’을 벌이는가 하면, 시민들을 상대로 전단지를 배부하면서 관심을 호소하기도 했다.

    심지어 이 단체는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돼 1천만원의 현상금을 걸기도 했다.

    박원순 시장이나 그가 운영을 주도한 참여연대가, 공식적으로 병역비리근절 국민운동본부에 참여한 기록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참여연대 소속 활동가들은 당시 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돼 매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예를 들어 2002년 9월12일에는 참여연대 장유식 합동사무처장과 이재명 투명사회팀장은 참여연대 명의의 고발장을 국방부검찰단에 접수했다.

    이들은 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문제와 관련돼 당시 국방부 법무과장 고석 대형을 공무상 기밀무설 및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같은 해 9월17일에는, 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 등 4개 단체가 공동 주최한 ‘병역비리 근절 국민대통론회’에 참여연대 손혁재 원영위원장이 참석했다.

    역시 같은 해 10월25일 ‘병역비리근절 국민운동본부’가 주최한 기자회견에는 이재명 참여연대 투명사회팀장이 참석해 발언을 했다.

    같은 날 ‘병역비리근절 국민운동본부’가 개회한 긴급토론회에도 장유식 참여연대 합동사무처장이 참석했다.

    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돼 좌파단체들은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입체적인 여론전을 벌였다.

    이적단체인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도 “돈과 권력이 없는 사람만이 국방의 의무를 지고 있는 이상한 나라”라며 이회창 후보를 비난했다.

    당시 좌파 정치권과 사회단체 인사들은 이회창 후보 병역비리 의혹 사건을 사실로 단정 짓고, 대규모 국민서명운동, 아스팔트 집회 및 기자회견, 토론회, 전단지 배부 등 다양한 방법을 총동원해 여론을 움직였다.

    그러나 박원순 시장 아들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을 대하는 좌파 진영의 태도는 전혀 다르다.

    오히려 좌파진영은 친좌파 성향 매체를 통해,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양승오 박사 등 이 사건 피고인들과 이들을 돕는 변호인들, 그리고 이 사건을 보도하고 있는 일부 언론을 ‘망상장애 무리들의 집착’, ‘맹목적 광신도’로 몰아붙이고 있다.

  • ▲ 박원순 시장이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을 보도한 MBC 경영진과 기자 등을 고소한 사실을 적극적으로 옹호한 인터넷매체의 기사. ⓒ 화면 캡처
    ▲ 박원순 시장이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을 보도한 MBC 경영진과 기자 등을 고소한 사실을 적극적으로 옹호한 인터넷매체의 기사. ⓒ 화면 캡처

    반면 박원순 시장에게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재검이 필요하다는 고언을 하는 좌파 인사들은 찾아 볼 수 없다.

    좌파진영이 친좌파적 성향의 매체를 동원해 박원순 시장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면서,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을 악의적인 허위사실로 단정 짓는 태도는, 13년 전 이들이 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돼 보인 행태와 너무나 다르다.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을 둘러싼 파문이 커질수록, 좌파매체와 좌파성향 시민단체들이 보이는 이중적 태도를 꼬집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편, 애국단체들이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돼, 역량을 한 곳으로 모으지 못하고, 힘을 분산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우파진영 안에서 나오고 있다.

    13년 전 좌파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가 ‘병역비리 근절 국민운동본부’로 역량을 집중해, 여론의 흐름을 바꾼 것과 달리,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을 대하는 우파 정치인이나 시민사회의 태도는 어정쩡하다.

    현재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을 주요 이슈로 삼고 여론전에 나선 애국단체는 어버이연합과 엄마부대, 그리고 10일 참여연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엄마의 힘’ 정도다.

    그러나 이들이 각각 독자적으로 활동을 이어가면서,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의 실체와 핵심쟁점 등을 국민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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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박주신 병역비리 의혹 사건의 진행 경과


    ▶ 제1막, 2011년 11월~2012년 5월

    2012년 2월 22일 박원순 시장은, 병역비리 의혹을 받던 아들 박주신씨에 대한 공개신검을 전격 결정한다. 공개 신검을 실시한 병원은 서울 신촌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당일 세브란스병원은 이 병원 4층에 있는 MRI실에서 박주신씨에 대한 허리 MRI 촬영을 진행했다. 촬영장소는 통제됐으며, 소수의 서울시 관계자와 병원 직원, 그리고 서울시청을 출입하는 4명의 기자만이 현장을 지켜봤다.

    촬영현장에서의 촬영이나 녹음은 금지됐다. 때문에 당시 현장에 있던 출입기자들도 육안으로 상황을 지켜봐야만 했다.

    병역의혹의 해소를 위한 신체검사였지만 MRI 촬영 외에 다른 검사는 없었다. 일반적인 신체검사에서 이뤄지는 그 흔한 방사선(엑스레이) 촬영도 없었다.

    이날 공개신검은 ‘공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철저하게 통제된 상태에서 이뤄졌고, 통상적인 엑스레이 촬영조차 건너 뛴 채 허리 부분에 대한 MRI 촬영만으로 검사를 마무리했다.

    추후 확인된 사실이지만, 이날 병원은 환자의 신원확인을 하지 않았다.

    공개신검 자체가 부실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안고 있었음에도, 언론의 관심은 이런 세밀한 문제보다는, 세브란스 정형외과와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이 곧 발표한 판독결과에만 집중됐다.

    병원은 이날 오후 두시가 조금 넘어, 판독결과를 발표했다. 

    병원은 촬영한 MRI 영상자료와, 박주신씨의 신체를 촬영한 것으로 알려진 자생병원 MRI 영상자료를 비교한 결과, 피사체가 동일인이란 사실을 확인했으며, 박주신씨를 둘러싼 병역의혹은 모두 해소됐다고 밝혔다.

    병원의 판독결과 발표는 생방송으로 중계됐고, 방송을 지켜본 대부분의 국민은 박원순 시장의 아들 병역비리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병원의 발표 직후 박주신씨의 병역의혹을 가장 먼저 제기했던 강용석 의원은 의원직 사퇴를 발표한 뒤 정계를 떠났다.

    박원순 시장은 자신을 음해하고 근거 없이 의혹을 부풀린 언론들의 행태를 용서한다며, 담대한 모습을 보였다. 국민들은 이런 박원순 시장의 모습에 뜨거운 지지를 보냈다.

    21일 재판을 통해 확인된 내용을 보면, 22일 세브란스 병원에서의 MRI 촬영은, 그 전날 밤 전격적으로 결정됐다.

    공 개신검 하루 전, 박원순 시장은 자신의 경기고 웅변부 선배인 손명세 교수(연세대 보건대학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돼 고민을 털어놨고, 손명세 교수는 “자신이 있다면 공개신검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조언했다.

    그 직후 박주신씨에 대한 세브란스병원 공개신검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여 기까지가, 박원순 시장 아들 박주신씨의 병무청 병역처분 변경을 둘러싼 병역비리 의혹 사건의 1막이다(박주신씨는 처음 병무청으로부터 현역병 입영 처분을 받았으나 이후 자생병원 MRI를 근거로 공익근무 변경처분을 받았다. 강용석 의원은 자생병원 MRI 촬영 당시 대리신검 의혹 등을 제기하면서 박원순 시장에게 정치적 공세를 펼쳤다).


    ▶ 제2막, 2012년 5월~2014년 11월

    공개신검을 끝으로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질 뻔한 박주신씨 병역의혹의 불씨를 되살린 사람은 놀랍게도 영상의학 전문의였다.

    공개신검 당일 해외 체류 일정으로 내용을 알지 못했던 양승오 박사는 며칠 뒤 귀국해 뉴스를 검색하면서, 자신이 한국을 떠난 며칠 사이 박주신씨에 대한 공개신검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 사건의 2막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양승오 박사는 언론을 통해 공개된 세브란스병원 MRI를 보면서 강한 의문을 품었다.

  • ▲ 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는 양승오 박사. ⓒ 뉴데일리DB
    ▲ 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는 양승오 박사. ⓒ 뉴데일리DB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암센터 병원장까지 지낸 그는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명성이 높은 세계적인 영상의적 전문가였다.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온 세브란스병원 MRI 영상자료는 아무리 봐도 20대 청년의 것이 아니었다.

    국제축구연맹이 청소년 축구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의 나이를 감별할 때도 쓴다는 ‘골수신호강도’를 기준으로 볼 때, 박주신씨의 신체를 촬영했다고 하는 세브란스병원 MRI 영상자료 속 피사체의 연령대는 적어도 35세 이상이었다.

    양 박사가 근거로 삼은 ‘골수신호강도’는 일반인에게는 매우 낯선 용어다. 용어만이 아니라 MRI 영상자료를 보면서, 해당 피사체의 골수신호강도를 근거로 연령대를 판별하는 것은 매우 전문적인 영역의 사안이다.

    “연세대 MRI, 이래서 믿기 어렵다”

    “골수신호강도를 통해 본 
    연세대 MRI 촬영 남성은 최소 35세”

    연세대 MRI 자료와 관련돼 양승오 박사가 제기한 의혹의 근거에는 [골수신호강도]라는 것이 있다. MRI로 촬영한 영상을 통해 드러나는 환자의 골수상태를 식별하는 표지라고 할 수 있는데, 특히 사람의 신체 나이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20세 이하 청소년 경기를 하기 전, 선수들의 손을 찍은 MRI를 통해 나이를 감별하고 있다. 

    MRI 촬영을 통해 드러난 선수들의 성장판 양상과 [골수신호강도]를 근거로, 출전 선수들의 신체 연령대를 확인하는 것. 

    이렇듯 사람의 신체 나이를 판별하는 바로미터인 [골수신호강도]를 기준으로 할 때, 연세대 MRI 사진 속 남성은 ‘어릴 적 아주 불우한 삶을 살았거나 30대 후반 이상’이라는 것이 양승오 박사의 의학적 소견이다.

    다음은 연세대 MRI 사진 속 남성의 [골수신호강도]와 관련된 양승오 박사의 설명으로, 2013년 5월21일 있었던 <뉴데일리>와의 단독인터뷰 중 일부를 요약 정리한 것이다.

  • ▲ 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는 양승오 박사. ⓒ 뉴데일리DB

    ▲ 골수신호강도 그래프.ⓒ 뉴데일리DB


    기자 : 박주신씨 ‘MRI 골수 신호강도’에 어떤 문제점이 있다는 것인가.

    양승오 박사 : “언론을 통해 알려진 T2영상 신호강도에 따르면, 적색 조혈 골수와 황색 지방 골수가 불규칙하게 섞여 있는데, 이는 20대의 골수에서는 상당히 찾아보기 힘든 패턴이다.

    골수는 적색의 조혈 골수와 황색의 지방 골수로 이뤄지는데, 나이가 들면서 황색의 지방 골수가 늘어나게 된다.

    10~20 세 남성은 24.6%의 황색 지방 골수(yellow fatty marrow) 분포를 보이지만, 21~30세 남성은 33.5%, 31~40세 남성은 41.4%, 41~50세 남성은 47.6%의 황색 지방 골수 분포를 보인다.

    이러한 연령대별 골수강도를 고려할 때, 박주신씨의 MRI 영상에 나타나는 골수강도는 최소 35세 이상에 가까운 상태다.

    20대로서는 불가능한 골수강도라 할 수 있다. 만약 박주신씨가 정말 심한 ‘골초’라면, 골수의 변화가 가능하다. 그러나 박주신씨는 비흡연자로 알려져 있지 않은가.

    이에 해당 MRI 영상은 박주신씨의 것이 아닐 가능성이 의학적으로 아주 높다.

    참고로 연세대 발표 사진과 35세 남자의 척추영상 MRI 증례를 비교해 보면, 연세대 사진에서  흰색으로 나타나는 지방골수가 불규칙한 양상을 띠면서 증가돼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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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세대 MRI 미스터리, 해외 전문의들의 의학적 소견

    “해당 요추 MRI는 36~40세 남성의 것”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이 촬영한 박주신씨 허리 MRI 사진에 대한 의문은 해외 의학자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

    [영상의학계의 석학]이라 불리는 ‘주세페 굴리엘미’ 박사는 박주신씨 MRI 사진 자료를 접한 뒤 다음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In regard to your question due to the BM aspect and the disc signal,
    I believe that this lumbar MRI can be attributed to a male of 36-40 years old.

    골수양태와 추간판 신호에 근거해 답을 드리면, 해당 요추 MRI는 36~40세 남성의 것으로 볼 수 있다


    ‘주세페 굴리엘미’(Giuseppe Guglielmi) 박사는,  유럽 근골격 방사선학회 골다공위원장으로, 이탈리아 Foggia 대학교 영상의학과(방사선학) 교수다.

    아시아근골격학회(AMS) 회원이자 태국 Chiang Mai 대학교 교수인 너트(Nutaya) 박사 역시, 비슷한 소견을 밝혔다.

    late 40 to 60 I guess.

    Bone marrow of adult, disc bulge a little bit, mild flavum thickening, and considerable amount of visceral fat. Surprising that the retrolisthesis didn't cause pain.

    40대 후반에서 60대로 추측된다.

    성인의 골수, 디스크 약간 돌출. 인대가 두꺼워져 있고 상당한 양의 내장지방이 보인다. 척추전위증이 통증을 수반하지 않았다는 것이 놀랍다


    MRI 촬영 당시 박주신씨의 나이는 27세. 그러나 MRI 영상의 주인은 약 40~60대로 추정된다는 것이 해당분야 전문가들의 공통 소견이다.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하면, 박주신씨는 일반인보다 최소 10~20년 이상을 앞서 살고 있다는 결과가 나온다.


    아시아 영상의학 분야 최고의 권위자라는 평가를 받던 그의 의심이, 사람들에게 인상깊게 남을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곧 양승오 박사의 의심에 공감을 나타내는 이들이 나타났다. 이들 중에는 대구에서 개원의로 활동하고 있는 치과의사 김우현씨도 있었다.

    김우현씨는 박주신씨가 자생병원에서 MRI를 촬영하면서 함께 찍은 엑스레이 사진에 의문을 나타냈다.

    박주신씨의 치아가 보이는 ‘구외 엑스레이’(이하 치아 엑스레이) 사진에서 나타나는 피사체의 치아상태는 불량하기 짝이 없었다.

    도저히 중산층 가정의 20대 청년의 것으로 볼 수 없을 만큼 치아상태가 나빴다.

  • ▲ 박주신씨 명의의 치아 엑스레이 사진. ⓒ 뉴데일리DB
    ▲ 박주신씨 명의의 치아 엑스레이 사진. ⓒ 뉴데일리DB

    김우현씨는 서울 방배동에 살던 20대 청년이 무려 14개에 이르는 치아를 아말감으로 치료 하고, 일부 치아는 아예 빠진 채 몇 년간 방치된 사실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말감은 수은증기 논란과 변색의 문제점 등으로 1990년대 들어 사용빈도가 급감했다. 2005년경 서울의 중산층 청년이 하나도 아닌 무려 14개의 치아를 아말감으로 치료한다는 것은 상식 밖이었다.

    김우현씨는 치과의사로서의 임상경험을 근거로, 자생병원 엑스레이 피사체의 정체에 의문을 가졌다.

    양승오 박사와 김우현씨를 비롯해 소수의 사람들이 다시, 박주신씨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세상은 이들을 비웃었다. 이들이 골수신호강도와 치아 엑스레이를 근거로, ‘대리신검’, ‘영상자료 바꿔치기’ 등의 의혹을 제기했을 때, 사람들은 이들을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 
    정신 나간 사람들이란 멸시와 조롱도 이어졌다.

    그러나 이들의 의혹제기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비전문가들의 ‘카더라 식’ 의혹제기가 아닌, 전문적인 지식과 임상경험으로 무장한 현직 의료인들의 용감한 의혹제기는, 차츰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2014년 5월, 서울시장 재선을 위해 지방선거에 출마한 박원순 시장은 자신의 아들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소수의 시민들이 눈에 거슬렸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이미 다 끝난 일”로 여기는 사안을, 고집스럽게 붙잡고 늘어지는 그들의 존재는, 박원순 시장에게 손톱 밑 가시와 같은 존재였다.

  • ▲ 박원순 서울시장. ⓒ 뉴데일리DB
    ▲ 박원순 서울시장. ⓒ 뉴데일리DB

    결국 박원순 시장은 양승오 박사와 김우현씨, 민족신문 김기백 대표와 서강 사회지도층병역비리감시단 대표 등 모두 7명의 시민을 공직선거밥 상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 조사에서 ‘7명의 다윗’은 자신들이 박주신씨 병역의혹을 계속 제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구체적인 자료를 근거로 설명했다.

    그 결과 골수신호강도와 치아 엑스레이가 안고 있는 모순들이 다시 한 번 불거졌다.

    같은 해 6월 무난하게 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한 박원순 시장은 이들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다. 그러나 양승오 박사 등 피고소인들은 박원순 시장의 바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이들은 고소 취하를 반기기는커녕 오히려 법정에서 판단을 받겠다며 검찰에 기소를 요구했다. 검찰은 양승오 박사 등의 주장을 믿기 어렵다며 이들을 불구속 기소했다. 여기까지가 박주신씨 병역의혹 사건의 2막이다.


    ▶ 제3막, 2014년 12월~현재

    이 사건 3막의 시작은 2014년 12월 8일, 양승오 박사 등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1회 공판준비기일이었다. 이때부터 양 박사 등 시민 7명 외에 조력자가 등장한다.

    양 승오 박사의 변론을 맡은 차기환 변호사(자유와 통일을 향한 변호사 연대 대표)를 비롯해 김기수 변호사(자유와 통일을 향한 변호사 연대), 이헌 변호사(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등이 이 사건 공동피고인들의 변론을 맡았다.

    올해 3월 20일까지 공판준비기일만 모두 5차례, 지난 5월부터 시작된 공판기일은 이달 21일까지 모두 3차례 열렸다.

    양승오 박사 등에 대한 재판은 회를 거듭할수록 시민들이 주목할 수밖에 없는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고 있다.

    지금까지 재판을 통해 드러난 새로운 사실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 자생병원 엑스레이와 박주신씨가 공군훈련소 입소 당시 찍은 엑스레이에서 나타나는 분명한 차이점(‘석회화 현상’과 ‘극상돌기’),
    ▲이른바 ‘유령건강보험증’의 등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증거 조작 의혹, 
    ▲병무청 병역처분 변경이 위법하게 이뤄진 사실,
    ▲세브란스병원 MRI 팩스서버 기록 분석을 통해 밝혀진 모순,
    ▲세브란스병원 공개신검 당시 서울시 관계자가 촬영한 현장 동영상의 중요 부분이 편집된 사실 등이 재판을 통해 새롭게 드러났다.

    특히 지난 5월과 6월 열린 두 차례의 공판은 언론의 비상한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 두 차례의 공판에서 재판부는, 병역비리 의혹의 당사자인 박주신씨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 측의 증인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나아가 박주신씨의 증인 소환 및 신체검증에 필요한 준비를 언급하면서, ‘공개 검증’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지 난 6월 3일 있었던 2회 공판에서는, 나영이 주치의로 유명한 한석주 교수(연세대 의대 소아외과 교수)가 법정에 깜짝 등장해, 이날 증인으로 나온 세브란스병원 홍보팀장 최모씨의 진술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 ▲ 한석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 ⓒ 사진 연합뉴스
    ▲ 한석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 ⓒ 사진 연합뉴스

    이 사건의 경과를 이처럼 자세하게 설명하는 이유는 이 사건이 갖고 있는 상징성 때문이다.

    양승오 박사 등에 대한 공판은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 앞서, 이 땅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고위층 자녀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시민들의 ‘투쟁’이다.

    뉴데일리는 이 사건 제1막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사실상 단독으로 취재를 계속해왔다.

    이 사건과 관련된 보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기사를 참조하기 바란다.

     박원순 아들, 판사 주관 MRI재촬영-치아검사 한다!

     “병원 직원은 박원순 아들을 어떻게 알아봤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