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커뮤니티 회원 16명, 명예훼손 혐의 고소
  • ▲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 올라온 글.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주신씨의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한 내용을 담고 있다. ⓒ 법무법인 민본 제공
    ▲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 올라온 글.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주신씨의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한 내용을 담고 있다. ⓒ 법무법인 민본 제공

     
    박원순 서울시장이, 아들 박주신씨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네티즌이나 언론, 1인 시위에 나선 시민 등을 상대로 무차별 고소⋅고발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으로, 박 시장은 의학적 소견을 통해 박주신씨 병역의혹을 제기하는 의사들에 대해선 침묵을 지키고 있어, 형평성 논란도 함께 불거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0일 오후, 아들 주신씨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일간베스트(이하 일베) 회원 16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날 박 시장의 법률대리인 민병덕 변호사(법무법인 민본)는 “온라인상의 악의적인 ‘박원순 죽이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민병덕 변호사는 일베 회원 고소에 대해 “피고소인들이 ‘주신씨가 병역비리를 저질렀다’, ‘병역비리 의혹을 은폐하기 위해 아들을 살인하거나 자살을 방조할 것’, ‘아들을 사망한 것처럼 거짓으로 꾸밀 것’, ‘아들을 해외로 도주시켜 잠적시킬 것’, ‘병역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의 압박을 이기지 못해 자살할 것’ 등의 내용을 담을 글을 게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거짓을 드러내 다른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에 해당한다”며, “허위사실을 통해 박원순 시장과 그 가족의 명예를 침범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12년 2월22일 서울 연세대 세스란스병원에서 주신씨에 대한 공개신검을 끝으로, 한동안 잠잠했던 병역비리 의혹 논란은,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암센터 병원장을 지낸 양승오 박사가 이의를 제기하면서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 ▲ 박원순 서울시장.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이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5월, 양승오 박사와 치과의사 김우현씨 등 의혹을 제기하는 시민 7명을 공직선거법상 ‘낙선목적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2012년 2월 박주신씨 공개신검 과정에 참여한 이 병원 의료진의 진술을 근거로, 양승오 박사 등을 지난해 11월 불구속 기소했다.

    양 박사 등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은 지난해 12월 제1회 공판준비기일을 시작으로 지난달까지 모두 9차례 열렸다.

    피고인들은 공판을 통해 박주신씨 명의의 새로운 엑스레이 두 장을 입수해, 이를 자생병원 엑스레이와 비교 판독한 결과를 공개했다.

    피고인들에 따르면, 새로 입수한 두 개의 엑스레이와 자생병원 엑스레이는 ‘석회화 현상’과 ‘극상돌기 배열 방향’에 있어 동일인으로 볼 수 없을 정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현직 의사들도 양승오 박사 재판 피고인들의 의견에 동조하고 나서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 ▲ ▲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영상의학 전문의 양승오 박사(사진 왼쪽). ⓒ 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 ▲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영상의학 전문의 양승오 박사(사진 왼쪽). ⓒ 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의료인 단체 의료혁신투쟁위원회(공동대표 정성균⋅최대집, 이하 의혁투)는 지난달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주신씨 명의의 엑스레이 및 MRI 영상자료에 대해 “2012년 공개된 자생병원 엑스레이와 박주신씨가 공군에 입소하면서 새로 찍은 엑스레이, 지난해 7월 영국 출국에 앞서 비자 발급을 위해 찍은 엑스레이 등 새로 드러난 엑스레이를 비교·판독한 결과, 이들 엑스레이 속 피사체는 동일인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최대집 대표는 이런 입장 발표의 근거로 “2011년 9월 자생병원에서 찍은 엑스레이에서는 우측 제1늑골에 석회화 소견이 발견되고, 흉추 1번 극상돌기 역시 수직방향으로 배열돼 있지만, 공군 엑스레이와 비자발급용 엑스레이에선 석회화 현상이 보이지 않았고, 극상돌기 역시 우측방향으로 배열돼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공중파 방송 MBC가 지난 1일 뉴스데스크를 통해 '박원순 시장 아들 박주신 씨, 병역기피 의혹 수사'라는 제하의 뉴스를 내보내면서,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지금까지 이 사건을 심층 보도한 곳은 뉴데일리가 사실상 유일했다. 조선닷컴을 비롯한 일부 매체가 이 사건을 다뤘지만, 단편적 내용만을 기사화하는 한계를 나타냈다. 이런 상황에서 공중파 방송이 이 사건을 주요뉴스로 다뤘다는 점은 그 의미가 상당히 크다.

    박원순 시장은 9일 오후 법률대리인을 통해, MBC 사장과 편집데스크, 담당 기자 등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고소했다.

    박원순 시장이 강경 대응에 나섰지만, 파문은 가라앉지 않았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아들의 재검을 거부하는 박 시장을 질타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 ▲ 네티즌들이 박원순 시장의 페이스북에, 박주신씨의 재검을 요구하는 댓글을 올리고 있다. ⓒ 페이스북 화면 캡처
    ▲ 네티즌들이 박원순 시장의 페이스북에, 박주신씨의 재검을 요구하는 댓글을 올리고 있다. ⓒ 페이스북 화면 캡처


    네티즌들은, “떳떳하다면 주신씨를 귀국시켜 재검해야 한다”, “가족일이라더니 서울시공무원이 성명서까지 내느냐”, “서울시장이라는 막중한 자리의 공직자이자 대선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공인으로서 의혹이 있다면 명명백백 밝히는 것이 의무이자 책무” 등의 댓글을 올리면서, 박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이 방송사와 네티즌 등을 상대로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으로, 양승오 박사와 동일한 의혹을 공개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전문의나 의료단체 등에 대해선 어떠한 법적 대응도 하지 않고 있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표현의 자유’를 강조해 온 박 시장이, 정부를 비판하는 ‘광화문 세월호 천막’은 방치하면서, 자신을 비판하는 시민에 대해선 ‘공포정치’를 펴고 있다”며, 박 시장의 이중적 행태를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