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은 사태 해결방안과 앞으로의 관계발전 방안을 폭넓게 협의"
  • 남북 고위급 접촉이 열린 22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우리측 대표인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북측 대표인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 김양건 노동당 대남비서가 회담을 하기 전 악수를 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 남북 고위급 접촉이 열린 22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우리측 대표인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북측 대표인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 김양건 노동당 대남비서가 회담을 하기 전 악수를 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북한의 서부전선 포격도발으로 촉발된 남북 고위급 접촉(2+2)이 밤새 진행된 마라톤 협상에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정회됐다.

    남북은 23일 오후 3시 다시 접촉을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민경욱 대변인은 23일 새벽 청와대에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남북 접촉이 끝난 것이 아니라 정회를 한 것이기 때문에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직접 브리핑을 할 수 없게 된 점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며 1차 합의 문안을 발표했다.

    다음은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의 브리핑 전문이다.

     

    남북은 8월 22일 오후 6시 30분부터 잠시 전인 8월 23일 새벽 4시 15분까지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을 진행했다.

    이번 접촉에서 쌍방은 최근에 조성된 사태의 해결 방안과 앞으로의 남북 관계 발전 방안에 대해 폭넓게 협의했다.

    남북은 오늘 새벽 4시 15분에 정회했으며, 쌍방 입장을 검토한 뒤 8월 23일 오후 3시부터 다시 접촉을 재개해 상호 입장의 차이에 대해 계속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


    장장 9시간 45분에 걸쳐 이뤄진 마라톤 협상이다.

    예상 밖의 장기 협상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남북이 어떤 내용을 논의하고 있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1차장에 따르면, 북한은 경기도 연천 지역에 포격도발을 감행한 다음날인 21일 오후 4시경 통지문을 통해 김관진 실장과 김양건 당비서와의 접촉을 제의해 왔다.

    이에 우리 정부는 같은 날 6시경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명의로 김양건 당비서가 아닌, 북한의 권력서열 2위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접촉에 나오라는 수정 통지문을 보냈다.

    정부의 수정 제안에 대해 북한은 22일 오전 9시경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당 비서가 나오겠다고 하면서 우리 측에 다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의 참석을 요청했다.

    정부는 북측의 의견을 받아들여 22일 오후 6시에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접촉을 가질 것을 제의했고, 북한이 이를 수용하면서 2+2 회담이 이뤄지게 됐다.

    우리 정부가 김양건 당비서가 아닌 북한군의 실질적 책임자인 황병서 총정치국장을 불러낸 이유는 남북 군사대치가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에서 비롯된 만큼, 북한에 책임 있는 사과를 요구하는 동시에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 측은 지뢰도발과 포격도발 자체를 "남측이 조작한 모략극"이라고 주장해 왔기 때문에, 회담에서 우리 정부의 대북(對北) 확성기 방송과 철거만 강하게 요구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탓에 남북 접촉이 최종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교착상태에 빠졌을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민경욱 대변인이 이날 발표한 1차 합의문에서 "사태의 해결방안과 앞으로 남북관계 발전관계에 대해 폭넓게 협의했다"는 점을 분석해보면, 상황이 아예 비관적이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재개, 경제협력사업, 경원선 복원사업, 5.24조치 해제 등 남북간 '빅딜'이 논의됐을 가능성이다.

    현재 청와대 안팎에서는 남북 고위급 접촉이 결렬된 게 아니라 정회된 것이기 때문에, 오늘 오후 속개될 예정인 회담에서 전향적인 합의가 도출될 수 있다는 낙관적 기대도 제기된다.

    문제는 북한의 태도 변화다. 화전양면전술(和戰兩面戰術)로 일관해온 북한이기 때문에 겉으로 제시하는 요구와 제의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앞서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지난해 정홍원 국무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이번에 좁은 오솔길을 냈는데 앞으로 대통로를 열어가자"고 주장했었다.

    북한 김정은도 3개월 뒤인 올해 1월1일 신년사에서 "조국해방 70돌이 되는 올해에 온 민족이 힘을 합쳐 자주통일의 대통로를 열어나가자"며 또 다시 '대통로'를 부르짖었다.

    하지만 이러한 발언 뒤에도 북한은 사이버테러와 도발위협을 그치지 않았고, 지난 20일에는 목함지뢰(木函地雷) 비무장지대에 매설해 우리 군에 피해를 입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