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잇단 도발에 대한 대처와 재발 방지 방안은 언급 없어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6일 국회 대표회의실에서 광복 70주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같은 당 전병헌 최고위원과 최재천 정책위의장. 새정치연합은 이날 기자회견을 위해 대표회의실의 뒷배경을 문재인 대표의 경제 통일 청사진인 환동해·환황해 트라이앵글을 나타내는 지도로 바꿨다. ⓒ연합뉴스 사진DB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6일 국회 대표회의실에서 광복 70주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같은 당 전병헌 최고위원과 최재천 정책위의장. 새정치연합은 이날 기자회견을 위해 대표회의실의 뒷배경을 문재인 대표의 경제 통일 청사진인 환동해·환황해 트라이앵글을 나타내는 지도로 바꿨다. ⓒ연합뉴스 사진DB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광복 70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대북 화해·협력과 5·24 조치 해제, 북미 관계 개선 등을 강조했다. 지난 4일 북한의 목함지뢰 매설 도발로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북의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적 시각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온 기자회견문이라 의구심을 낳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16일 국회 대표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비무장지대에서 있었던 북한의 지뢰 도발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 때문에 더욱 우리는 화해와 협력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표는 "지난 5년 우리의 발목을 스스로 잡아왔던 5·24 조치는 지금 당장 해제돼야 한다"며 "여야 양당 대표 공동으로 대통령에게 5·24 조치 해제를 요구하는 공개 서한을 보내자"고 제안했다.

    이어 "6자 회담을 조속히 속개하기 위해 남북 간, 북미 간 회담을 병행하는 2+2 회담을 제안한다"며 "미국을 설득해 북미 관계 개선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우리 당이 집권하면 개성공단을 250만 평을 넘어 2000만 평까지 확장하겠다"며 "금강산 관광을 바로 재개하고 그밖에도 다양한 남북 경협 사업을 추진하며, 우리 기업들의 북한 진출을 적극 장려하고 지원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집권을 위한 '경제 통일' 청사진으로 목포~남포~상하이(중국)를 잇는 환황해 트라이앵글 경제권과 부산~나선~니카타(일본)를 잇는 환동해 트라이앵글 경제권의 양날개 경제 성장 전략을 소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은 거듭되는 북의 도발에 대해 어떻게 확실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인가에 대한 언급은 없이, 화해·협력 만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의문 부호를 남기고 있다.

    문재인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재개를 촉구한 금강산 관광은 지난 2008년 7월 11일 우리 관광객 박모 씨가 금강산 지역 해변을 산책하던 중 북한군 초병에 의해 등 뒤에서 총을 맞고 사망하는 피격 사건이 발생하면서 중단됐다. 북한은 이에 대해 지금까지 어떠한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하지 않고 있음은 물론, 당시 우리 정부의 공동 조사 제안이나 진상 규명 요구에도 일절 불응했다.

    해제를 요구한 5·24 조치 또한 지난 2010년 3월 26일 북한이 우리 해군 함정인 천안함을 격침시킴에 따른 대응으로 취해진 조치다. 이 역시 북한은 지금까지 어떠한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더하여, 북한은 지난 4일에는 군사분계선 남측 지역까지 침투해 목함지뢰를 매설하는 도발 행위를 저지름으로써 정전 협정을 노골적으로 위반하고 우리 군 장병에게 중상을 입힌 상황이다. 북한은 이러한 도발이 자신들의 행위가 아니라고 발뺌을 하고 있는데, 문재인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해와 협력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외친 것이다.

    이것은 새정치연합이 지난 11일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채택한 '북한군의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행위 규탄결의안'의 내용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새정치연합은 국방위 야당 간사인 안규백 의원의 제안으로 채택된 결의안에서 "북한군이 남북관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군사적 도발행위를 감행할 경우 즉각적이고 단호하게 대처할 것"을 촉구하며 "북한은 이번 도발에 대한 진상을 밝히고 사과와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약속을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금광산 관광객 피격 사건 △천안함 격침 도발 △목함지뢰 매설 도발 등이 이어지는데도 어떠한 사과도 듣지 못한 채 무작정 '화해와 협력'을 외치는 것이 과연 "즉각적이고 단호한 대처"이고 "재발 방지"를 위한 길인지 의문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외에 6자 회담 재개를 위해 남북대화·북미대화를 병행하는 2+2 회담을 개최하고 북미 관계 개선을 유도한다는 것도, 자칫 북한의 잇단 도발이 의도하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에 말려들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새누리당은 문재인 대표의 기자회견 직후 논평을 통해 이 점을 지적했다.

    새누리당 신의진 대변인은 같은 날 현안 브리핑을 통해 "야당의 대표로서 대북 문제 등 동북아시아 공동 번영을 위한 해법을 나름대로 제시했지만, 국민들이 공감할지는 의문"이라며 "지금까지 북한의 태도는 어떠했느냐"고 물었다.

    신의진 대변인은 "우리 정부는 북한에 수많은 인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북한의 대답은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과 최근 DMZ 지뢰 도발 등 다양한 도발"이었다며 "일방적인 5·24 조치 해제는 국민의 여론 수렴이 전제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