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총, 백가쟁명식 자유토론으로 전환… 최규성·강기정 "오픈프라이머리하자"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0일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공천·선거제도 관련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며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당론 채택을 당부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0일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공천·선거제도 관련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며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당론 채택을 당부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의원총회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 관철을 당론으로 채택하려 시도했지만, 조경태 의원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이를 저지했다.

    새정치연합은 10일 권역별 비례대표제·오픈프라이머리(국민공천제) 등 선거·공천제도와, 혁신위가 제안한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공평위)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 수렴 등을 위해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하절기임에도 상당히 많은 의원들이 참석하면서 높은 출석률을 보여, 논의되는 사안의 민감성을 짐작케 했다.

    새정치연합 의원실 관계자는 "주로 지역구 활동을 하는 때인데도 많은 의원들이 출석했다"며 "사안이 사안인 만큼 결론을 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말대로 의총은 시작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일부 의원들은 다소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사회를 맡은 한정애 원내부대표가 "성원이 되는대로 의원총회를 시작하겠다"고 하자, 한 중진 의원은 "일단 시작하고 성원이 되면 정식 의총으로 전환하라"며 "왜 자꾸 시간을 끄느냐"라고 불편한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의총이 시작된 뒤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권역별 비례대표제 관철을 위해 당론으로 채택해줄 것을 역설했다.

    문재인 대표는 "정치개혁의 현안 중에 가장 큰 쟁점은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오픈프라이머리, 선거구 재획정의 세 가지"라면서도 "지금 우리 정치에서 망국병이라고 이야기하는 지역주의 타파보다 더 절실한 정치개혁은 없다"라고,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그 중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이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할 때 의석 수가 어느 정도가 바람직한지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국민 정서가 의원 정수 확대를 용납치 않기 때문에, 의원 정수 확대 없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당론으로 의견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조경태 의원이 10일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공천·선거제도 관련 의원총회에서 당 지도부가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당론 채택을 밀어붙이려는 것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조경태 의원이 10일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공천·선거제도 관련 의원총회에서 당 지도부가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당론 채택을 밀어붙이려는 것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종걸 원내대표는 "기왕 중앙선관위가 제출한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을 관철하는 것이 어찌 보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관철하는 것보다도 더 중요하다"며 "(일본식) 병립형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지역구조 고착 문제 등을 잘 숙고해서 의원들이 연동형, 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제 입장을 잘 살펴달라"고 호소했다.

    김상곤 혁신위원장도 "새정치연합의 혁신은 단지 찻잔 안의 태풍이 돼서는 안 된다"며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당론 채택을 혁신위에서 요청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거들었다.

    그러자 좌석에 앉아 있던 조경태 의원이 "잠시만"을 외치며 벌떡 자리에서 떨쳐 일어났다.

    조경태 의원은 "선거제도와 관련해서는 의원 전체의 의견을 수렴하자고 하면 되는 것"이라며 "원내대표께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하자고 해버리시면, 마치 그게 우리 당에서 해야 하는 것 같지 않느냐"고 이의를 제기했다.

    문제를 제기한 뒤 먼저 의원총회에서 퇴장한 조경태 의원은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어떤 제도에 대해서 당대표나 원내대표가 가르마를 타는 식으로 해서는 공정한 토론이 될 수 없다"며 "문재인 대표의 거취라든지 (친노)패권주의 세력의 2선 후퇴 등 국민들이 원하는 진정한 혁신에 대한 이야기는 안 나오고, 핵심을 비껴나가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혁신위가 계파 갈등을 청산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하는데, 어떤 노력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아직까지 문재인 대표와 친노 계파 2선 후퇴를 위한 이야기가 없다는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지역주의 완화를 위해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이야기하는데, 문재인 대표가 부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모순"이라며 "문재인 대표부터 지역주의 완화를 위해 부산에 출마하라"고 촉구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10일 의원총회에서 독일식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관철이 중요하다는 취지의 모두발언을 마치자, 같은 당의 조경태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열린 의견 수렴이 아닌 당론 채택을 밀어붙이려는 듯한 모습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10일 의원총회에서 독일식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관철이 중요하다는 취지의 모두발언을 마치자, 같은 당의 조경태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열린 의견 수렴이 아닌 당론 채택을 밀어붙이려는 듯한 모습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처럼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당론으로 밀어붙이려는 문재인 대표에 맞서 조경태 의원이 공개적으로 문제제기를 한 결과, 이날 의원총회에서는 자유롭게 백가쟁명(百家爭鳴)식으로 의견을 수렴하되 특별히 어떤 결론을 내거나 당론을 채택하지는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의총 도중에 나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조경태 의원이 지도부가 가이드라인을 정해놓는 식으로 회의를 하자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느냐"며 "당대표의 발언도 의원들이 백가쟁명으로 이야기하듯이 그 중의 하나로 이해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날 의원총회에서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선거·공천제도에 관한 자신의 소신을 자유롭게 펼치되, 그 중에는 문재인 대표나 혁신위의 뜻과 결을 달리하는 의견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규성 의원은 "지금 호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려야 한다"며 "(오픈프라이머리를) 하겠다고 치고 나가는 게 호남에서의 분열을 막는, 그런 길이 아니겠느냐"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기정 의원은 "20% 전략공천만 하고 나머지는 쿨하게 오픈프라이머리를 하자"며 "전략공천을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국민은 계파 안배로 바라볼 수 있는데, 오픈프라이머리를 잘 진행하면 전략공천에 대한 비판도 상쇄시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유인태 의원은 "정개특위에서는 논의가 될 수 없으니, 여야 지도부 간의 타협과 결단을 통해 결정되기를 기다려본다"고 했고, 홍의락 의원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주장하더라도 처음에는 의원 정수에 대해 이야기했다가, 국민의 비판이 있자 화들짝 놀라서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은 신뢰를 깨뜨린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의총이 끝난 뒤에도 취재진과 다시 만나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대해) 찬성 의견이 많았다"면서도 "사실상 당론으로 볼 수 있기는 하지만, 당론으로 확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