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정치 자금 수수혐의로 조사 중… 탈당·총선 불출마 선언
  • ▲ 새정치민주연합 박기춘 의원. ⓒ연합뉴스
    ▲ 새정치민주연합 박기춘 의원. ⓒ연합뉴스

     

    불법 정치 자금 수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박기춘 의원이 10일 탈당과 함께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박 의원 스스로가 의원직을 이어갈 자신이 없음을 시인한 것이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박 의원을 두고 제 식구 감싸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제출한 박기춘 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박기춘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새정치연합 탈당과 동시에 20대 총선에 불출마할 것을 언론에 알렸다. 직접 기자회견은 피했다. 그는 선언문에서 "최근 자신을 엄격하게 관리하지 못한 불찰로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고 사전 구속영장도 청구됐다"며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고 고백했다.

    이어 "당이 저로 인해 국민들에게 더 외면 당할까봐 두렵다"며 "나를 염려 해주는 선후배 동료의원들이 비리 감싸기,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을 듣는 것도 가슴 아파 못 보겠다"고 말했다.

    20대 총선에 대해서는 "도덕성을 의심받는 사람이 무슨 면목으로 유권자에게 지지를 호소할 수 있나"라며 "공직자의 도덕성이 이제는 기준이 아니라 기본이 되는 시대에 저의 과오는 큰 결격사유"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사실인 것은 사실대로 인정하고 성실하게 재판에 임할 것"이라며 "현재 사건 관련자들은 모두 기소 중이고, 검찰은 지난 70여일 간 모든 증거를 이미 확보해 놓은 상태다. 여기에 정치자금과 과도한 축의금, 시계 선물 등에 대한 수수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수사 초기 이미 자수서도 제출 했었다"고 수사에 협조하고 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기춘 의원이 '자당 동료 의원들의 제식구 감싸기에 대한 비판 여론'을 직접 언급할 정도로 야당은 박 의원에 대한 정치적·도덕적 비난을 최소화 해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향후 이같은 여론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이 박 의원의 체포동의안에 머뭇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와 새정치연합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회동을 갖고 박기춘 의원에 대한 각 당의 입장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조원진 원내수석은 본회의 보고 이후 의결을 할 본회의 일정을 12~13일 중에 정해야 한다고 했지만, 이춘석 원내수석은 본회의 이후 재논의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연합은 박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미루려는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이라는 기득권을 이용해 박 의원을 지키겠다는 의지로도 해석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새누리당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혐의를 받고 있다면 태도가 달랐을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연일 정치 혁신을 외치고 있는 새정치연합이 혁신과는 상반된 행동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한편 정의화 국회의장은 11일 본회의에서 박기춘 의원 체포동의안을 보고할 에정이다. 체포동의안은 국회에 접수된 후 열리는 첫 본회의에서 보고해야 하고, 보고 이후 24시간에서 72시간 내에 다시 본회의를 열어 표결 처리한다.

    박기춘 의원은 지난해 국토교통위원장 직임 시절 한 분양대행업체로부터 부정 청탁과 1억 원의 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자신의 자녀 결혼식에서 축의금으로 둔갑한 1억 원을 재차 수수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이외에도 시계·가방·안마의자 등의 뇌물 수수의혹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