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이와쿠니 배치될 ‘수직이착륙 전투기’ 북쪽 담당, F-22 랩터 남쪽 담당할 듯
  • ▲ 지난 2일, 日요미우리 신문은
    ▲ 지난 2일, 日요미우리 신문은 "美해병대가 2017년 이와쿠니 기지에 F-35B 10대를 배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美성조지 일본판 보도화면 캡쳐


    지난 8월 2일, 日요미우리 신문은 “미국이 실전배치를 시작한 F-35 전투기가 2017년 일본에 배치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대부분의 한일 언론은 미국이 일본에 배치할 F-35 전투기가 지금까지 다양한 문제가 있었던 기종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하지만 미국이 F-35 전투기를 일본에 배치하는 것을 큰 그림에서 보면 전혀 다른 움직임이 보인다. 中공산당의 ‘환중국해(環中國海)’ 전략에 쐐기를 박는 꼴이기 때문이다.

    태어나기까지 우여곡절 많았던 F-35B

    日요미우리 신문은 美해병대의 F-35B 전투기 10대가 日이와쿠니의 해병대 기지에 배치된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2017년 일본에는 오키나와 주둔 가데나 공군기지의 F-22 랩터 전투기 12대와 이와쿠니 주둔 해병기지의 F-35B 전투기 10대가 상주하게 된다.

    대부분의 언론은 전투기를 단순히 공대공 임무용으로만 판단하는 습관이 있다. 하지만 F-22와 F-35B는 ‘출생배경’ 자체가 다르다.

    F-22 랩터는 “세상의 모든 전투기를 잡을 수 있는 전투기”로 만들어졌고, F-35B는 한국, 일본, 영국, 호주, 벨기에, 이스라엘 등도 도입하기로 한 F-35A 전투기의 원형(原型)으로, 美해병대의 해외작전을 돕기 위해 개발을 시작한 ‘전투폭격기’다.

    1993년부터 시작된 ‘합동타격전투기(JSF)’ 사업으로 태어난 F-35 전투기는 사실 美해병대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1959년부터 개발을 시작, 1966년 첫 비행을 한 ‘해리어’ 전투기를 더 이상 사용하기 어려웠던 美해병대는 ‘수직이착륙이 가능하고, 강습상륙함의 짧은 갑판에서 이착륙이 가능하며, 해리어 보다 많은 양의 무장을 실을 수 있는 스텔스 전폭기’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美해병대의 요구에 국방부가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자, 공군과 해군은 “우리도 새 전투기 필요해”라며 끼어들어 독자적인 스텔스 전폭기를 요구했다. 냉전이 종식된 이후 국방예산을 줄이려 노력 중이던 美국방부는 해병대와 해군, 공군의 요구를 뭉뚱그려 ‘JSF’ 계획으로 대체한다.

  • ▲ 美해병대가 30년 넘게 사용 중인 수직이착륙 전폭기 AV-8B 해리어. 사실 F-35 전투기는 F-35B를 개발하면서 나온 것이다. ⓒ美해병대 플릭커 공유사진.
    ▲ 美해병대가 30년 넘게 사용 중인 수직이착륙 전폭기 AV-8B 해리어. 사실 F-35 전투기는 F-35B를 개발하면서 나온 것이다. ⓒ美해병대 플릭커 공유사진.


    처음 美국방부는 “냉전도 끝났는데 해병대에 수직이착륙 전투기가 필요하냐”는 의문을 가졌다. 영국이 1959년 ‘해리어’ 전투기의 개발을 시작하게 된 배경이 “소련이 NATO 공군기지를 공격한 뒤 활주로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출격할 수 있는 전투기”였다는 점을 떠올린 것이다.

    하지만 곧 생각을 바꿨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미군은 냉전이 끝난 뒤 일어날 전 세계의 ‘힘의 진공상태’로 인한 지역분쟁에 개입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제대로 된 활주로가 없는 곳에 ‘신속전개군’인 해병대를 투입하려면 ‘수직이착륙 전투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미군의 판단에 영향을 준 것은 1982년 영국과 아르헨티나 간의 포클랜드 전쟁이었다. 포클랜드 전쟁 당시 英해군은 본토가 바로 옆인 아르헨티나에 비해 공군력에서 열세였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英해군이 선택한 전술은 대형 컨테이너선을 개조해 ‘해리어’ 전투기의 이착륙 함선으로 사용한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해리어’ 전투기는 아르헨티나 공군의 슈페르에탕다르 전투기 23기를 격추했다. ‘해리어’ 전투기는 단 한 대도 격추되지 않았다.

    아무튼 이후 우여곡절 끝에 미군은 ‘JSF’ 계획을 꾸준히 추진, 20년 만에 F-35 전투기를 만들어 낸다. 공군이 사용할 A형, 해병대의 B형, 해군이 항공모함에서 사용할 C형이 그것이다.

  • ▲ 착륙과 관련한 테스트 중인 F-35B. ⓒ록히드 마틴 제공
    ▲ 착륙과 관련한 테스트 중인 F-35B. ⓒ록히드 마틴 제공


    21세기 초반에는 엄청난 개발비와 각종 첨단장비 통합 문제 때문에 “그 놈의 F-35B를 포기하면 안 되냐”는 비판도 무수히 쏟아져 나왔지만, 미군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2013년 8월 해상에서의 수직이착륙 테스트를 끝내고, 2015년 5월에는 ‘와스프(WASP)’급 강습상륙함에서의 수직이착륙 테스트에도 성공, 실전 배치가 됐다.

    2011년 5월 11일, 첫 F-35A가 美공군에 인도된 것을 시작으로, 현재는 100대 넘게 생산된 F-35 전투기는 앞으로 美공군의 F-16, 美해군의 F/A-18, 美해병대의 AV-8B 해리어와 F/A-18, EA-6B 프라울러,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의 AV-8 해리어와 EA-6B 프라울러를 대체하게 된다.

    물론 한국 공군도 2018년부터 F-35A를 인도받아 총 40대를 실전배치할 예정이다. 일본 또한 ‘일본식’으로 개량한 42대를 인도받는다. 이밖에 터키 100대, 호주 100대, 이탈리아 60대, 네델란드 85대, 캐나다 65대, 노르웨이 52대, 덴마크 39대, 이스라엘 33대 등이 인도될 예정이다.

    이처럼 F-35는 1980년대 값비싼 F-15 전투기 대신 세계 자유진영에서 주력 전투기로 활약했던 F-16처럼, 21세기 세계 자유진영의 하늘을 지킬 예정이다.

    이와쿠니 기지의 F-35B와 사세보 기지의 강습상륙함

    F-35 전투기에 대한 많은 언론보도는 대부분 A형에 대한 것이다. 반면 B형의 경우에는 전투기 자체보다는 이를 운용할 ‘플랫폼’을 함께 봐야 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강습상륙함(LHD)’이다.

    지난 3월 한반도에서 실시한 한미 해병 연합상륙훈련 ‘쌍룡훈련’ 때 참가한 ‘본햄 리처드’가 바로 강습상륙함이다.

  • ▲ 지난 2월 日기타규슈의 사세보 기지에 입항해 있는 美해병대 강습상륙함(LHD) 본햄 리처드. 쌍룡훈련에도 참가했다. ⓒ美태평양 사령부 예하 TF76 홈페이지 캡쳐
    ▲ 지난 2월 日기타규슈의 사세보 기지에 입항해 있는 美해병대 강습상륙함(LHD) 본햄 리처드. 쌍룡훈련에도 참가했다. ⓒ美태평양 사령부 예하 TF76 홈페이지 캡쳐


    한반도 유사시에 제7함대와 함께 가장 먼저 오는 美해병대 지원 전력은 TF76(제7함대 상륙함 부대)이다. 이들은 평시에는 제7상륙준비/원정타격단이라는 이름의 전단으로 활동한다. 여기에는 길이 257m, 폭 32m, 배수량 4만 1,000톤의 ‘와스프’급 강습상륙함이 배속된다. 2014년까지는 와스프급 2번함인 ‘에섹스’ 함이 여기 배속돼 한반도를 지키는 임무를 맡았다. 현재는 6번함인 ‘본햄 리처드’가 그 임무를 맡고 있다.

    한반도 유사시 일본 사세보 기지에 있는 와스프급 강습상륙함은 오키나와에 주둔 중인 美해병 제31원정대(MEU) 병력 2,200여 명을 한국으로 실어 나르는 임무를 맡는다. 그리고 이들의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각종 전술 항공기를 28대 탑재한다.

    평소 와스프급 강습상륙함은 CH-53 슈퍼 스탤리언 수송헬기 6대, CH-46 시나이트 수송헬기 12대, UH-1N 휴이 헬기 3대와 함께 AH-1W 슈퍼 코브라 공격헬기 4대, AV-8B 해리어 전투기 6대를 싣고 다닌다.

    유사시 해병대를 지휘할 때는 AV-8B 해리어 전투기를 무려 20대나 실을 수 있다. 이 해리어 전투기는 상륙작전을 저지하려는 적의 해안 방어선을 무력화시키는 임무를 맡는다.

  • ▲ 美해병대 강습상륙함(LHD) '와스프'급 1번함 와스프. MV-22 오스프리를 탑재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美해병대 강습상륙함(LHD) '와스프'급 1번함 와스프. MV-22 오스프리를 탑재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美해병대는 이 같은 와스프급 강습상륙함을 8척 보유하고 있다. 미국이기 때문에 이런 무력을 갖춘 함정이 ‘강습상륙함’으로 불리는 것이지, 영국, 프랑스, 호주, 러시아, 일본 등에서는 대부분 ‘항공모함’으로 분류된다. 

    美해병대가 2017년 일본 이와쿠니 기지에 F-35B 전투기 10대를 배치하는 것은 바로 이 와스프급 강습상륙함과 함께 움직인다고 봐야 한다는 뜻이다.

    美공군의 F-22, 美해병대의 와스프급 강습상륙함과 F-35B

    여기에다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기지에 주둔 중인 F-22 랩터 전투기까지 함께 계산해보면,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

    현재 동아시아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中공산당 인민해방군의 ‘도련선(島連線)’ 전략이다. 남중국해 일대에 인공섬을 세우는 것, 일본과 센카쿠 열도를 놓고 분쟁을 벌이는 것, 한국과 이어도를 놓고 기싸움을 벌이는 것 등이 모두 이 전략에 따른 것이다.

    中인민해방군은 이 도련선 전략을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로 나눠 확대하려 하고 있다. 남중국해에서는 인공섬 개발과 함께 인도차이나 3국(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의 어선을 공격하며 행패를 부리고 있다.

    애초에는 필리핀과 태국도 공격 대상이었지만, 美해군이 필리핀 수빅만으로 다시 돌아오고, 태국은 美해병대·육군 특수부대와 함께 매년 다양한 전술훈련을 벌이면서 공격받지 않고 있다. 

    동중국해에서 中인민해방군이 도련선을 확대해나가려 징검다리로 삼는 것이 바로 ‘환중국해(環中國海) 평화론’이다. 요동반도와 서해 일대, 남쪽으로는 제주도와 이어도 일대까지를 ‘환중국해’라고 부르며, 이 지역에는 군사기지를 설치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는 세계 각국의 좌파 환경단체나 한국과 일본의 좌익 성향 단체들을 앞세우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 이런 中인민해방군의 시도를 무산하는 방안은 그들의 주장 가운데 약점을 찾아 되치는 것. 즉 동중국해 연안이 아닌 곳에 中인민해방군을 막을 수 있는 ‘쐐기’를 박아놓는 것이다. 그렇게 시코쿠에 있는 이와쿠니 기지에 F-35B 전투기를 배치하고, 기타규슈에 있는 사세보 기지의 강습상륙함 본햄 리처드와 짝을 짓도록 한 것이다.

  • ▲ 제주도와 한반도 남쪽 해안, 기타규슈의 사세보와 시코쿠의 이와쿠니 위치. F-35B가 주둔할 이와쿠니와 제주는 500km, 강습상륙함이 주둔 중인 사세보와 제주도는 200km 가량 떨어져 있다. ⓒ구글 지도 캡쳐
    ▲ 제주도와 한반도 남쪽 해안, 기타규슈의 사세보와 시코쿠의 이와쿠니 위치. F-35B가 주둔할 이와쿠니와 제주는 500km, 강습상륙함이 주둔 중인 사세보와 제주도는 200km 가량 떨어져 있다. ⓒ구글 지도 캡쳐


    시코쿠 지역의 이와쿠니 기지는 제주도와 불과 500km 떨어져 있다. 기타(北)규슈 지역의 사세보 기지와 제주도 간의 거리는 200km 남짓에 불과하다.

    이와쿠니 기지를 기점으로 F-35B의 항속거리로 원을 그려보면, 이어도와 제주도, 한반도 전체는 물론 中-北 국경지대와 中동부의 대도시가 모두 들어간다. 여기에 강습상륙함을 더하면, 동중국해에서 中인민해방군은 더 이상 움직이기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제주도와 이어도에서 센카쿠 열도까지 이어지는 남쪽은 F-22 랩터가 맡으면 된다.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기지에는 F-22 랩터 1개 대대 12대가 상시주둔하고 있다.

    F-15와 편대를 이뤄 다른 F-15, F-16 전투기와 모의 공중전을 벌여 241:2라는 전적(격추된 2대 또한 F-15였다)을 만들어낸 F-22, F-117 나이트 호크 전폭기의 북한 묘향산 특각 상공 훈련 이후 김정은이 설칠 때마다 북한을 다녀오는 F-22에게 中인민해방군의 J-10 전투기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 ▲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기지에서 데이터 체크 중인 F-22 랩터 전투기. ⓒ가데나 공군기지 홈페이지 캡쳐
    ▲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기지에서 데이터 체크 중인 F-22 랩터 전투기. ⓒ가데나 공군기지 홈페이지 캡쳐


    좀 더 남쪽으로 가면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 F-22 랩터 전투기 1개 대대(12대)가 더 있다. 오키나와와 괌의 F-22 랩터 24대는 엄청난 항속거리(3,219km)와 수퍼 크루징(재연소 장치 없이 초음속으로 비행하는 것)을 활용해 남중국해에서 동중국해까지를 휘젓고 다닐 수 있다.

    “지나해가 중국 꺼? 북한이 핵 강국? 풉!”

    ‘美해병대 2017년에 이와쿠니 기지에 F-35B 전투기 10대 배치’라는 짤막한 기사에는 이처럼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2015년 하반기부터 ‘시퀘스터(자동 재정삭감)’에 따라, 앞으로 7만 명 이상의 병력을 감축하기로 한 미국이지만, 동아시아 방어에 대해서는 상당한 비중을 두겠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은 물론 2017년 한국에서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해에, 동북아에서의 ‘힘의 균형’은 ‘제 자리’를 찾아가게 될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미국의 이 같은 동아시아 군사전략은 향후 한미일 군사동맹에 반대하는 입장을 계속 보이고, 제주해군기지에 대해 탐탁지 않게 생각하며, ‘친중반일’을 외치는 한국 사회에게 많은 것을 고민하게 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