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제한 하드디스크 원본, 복원 데이터 로그 기록 등 제출 요구
  • 기자들 앞에 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 관계자들. ⓒ조선닷컴 화면캡쳐
    ▲ 기자들 앞에 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 관계자들. ⓒ조선닷컴 화면캡쳐


    국가정보원은 오는 6일 이탈리아 해킹팀社의 RCS 프로그램과 관련, 국회 정보위 위원들과 이들이 추천한 민간 기술자들을 국정원으로 초청해 ‘기술간담회’를 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여야는 합의한 듯 보였으나, 새정치민주연합이 뒤늦게 ‘딴지’를 걸면서 간담회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새민련은 국정원에 RCS 프로그램의 주요 데이터를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새민련 국민정보지키기 위원회는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우리가 국정원에 요구한 6개 사항은 국정원이 복구했다고 주장하는 임 과장의 삭제문건 51건에 대한 최소한의 자료”라며 “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이상 기술 간담회는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새민련 국민정보지키기 위원회는 이어 “국정원이 우리가 요구한 6개의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오는 6일 국정원에서 열리는 해킹 의혹 관련 기술간담회에 불참하겠다”고 덧붙였다.

    새민련이 요구한 6개 자료는 숨진 국정원 직원 임 씨가 삭제한 하드디스크 원본, 삭제한 것이 파일인지 ‘몽고DB’인지의 여부, 삭제한 데이터가 있는 곳이 PC인지 서버인지 여부, 삭제한 데이터 용량 목록 로그기록, 복원한 데이터 용량 목록 로그기록, 삭제하지 않은 데이터 용량 목록 등이다.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국회 정보위 야당 간사인 신경민 새민련 의원은 “국정원이 검토 결과에서 일부 내용의 공개 불가를 이야기했는데 이것은 거절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국정원이 진실을 밝히겠다는 의지를 전혀 가지지 않는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국정원을 비난했다. 

    새민련 국민정보지키기 위원장을 맡은 안철수 새민련 의원은 “IT전문가들이 자료도 보지 않고 A4용지만 갖고 전문가 간담회를 하자는 꼴”이라며 국정원을 비난했다.

    이종걸 새민련 원내대표는 “오늘로서 저희는 임 과장이 삭제했다는 51건 이외에 그가 숨기려 했던 것이 민간인 사찰의 증거라는, 믿음에 가까운 의심을 갖게 됐다”며 한술 더 떴다.

    하지만 이 같은 새민련 의원들의 주장은 국정원이 “직접 오시면 모두 보여드리겠다”고 밝힌 입장과 함께 생각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정원 측은 RCS 프로그램 자체가 ‘기밀’이 아니라, 이 프로그램으로 그동안 감시했던 대상들의 명단 등이 언론이나 일반에 공개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국회 정보위에만 RCS 프로그램과 관련된 자료를 제출한다 해도, 지금까지 국회의원들이 보여준 모습을 보면, 그 측근들을 통해 기밀을 새나갈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많아서다.

    때문에 이병호 국정원장이 직접 RCS 프로그램 감시 대상자 명단을 출력해 오는가 하면, 새민련 의원을 포함한 국회 정보위 위원들에게 “국정원으로 오셔서 기술간담회를 갖자”고 제안한 것이다.

    새민련 측은 이 같은 ‘협박성 발언’을 해놓고도 설득력이 모자란다고 생각했는지 일말의 여지는 남겨두는 행태를 보였다.

    신경민 새민련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국정원에서의 기술간담회를) 아예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하긴 하는데 자료를 내놓고 하자는 것”이라면서 “민간 전문가 두 사람은 언제든 (기술간담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는 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