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정보원 내에 있는 충혼비. 임무수행 중 순직한 직원들의 수 대로 별이 박혀 있다. ⓒKBS 국정원 다큐멘터리 방송 캡쳐
    ▲ 국가정보원 내에 있는 충혼비. 임무수행 중 순직한 직원들의 수 대로 별이 박혀 있다. ⓒKBS 국정원 다큐멘터리 방송 캡쳐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 2012년 당시 해킹 프로그램 구입 논란으로 야기된 민간인 사찰 의혹에 휩싸였다. 야당과 인터넷 상에서는 연일 추측성 음모론을 확산하며 국정원 때리기에 주력했다.

    이에 급기야, 지난 18일에는 해킹 프로그램 구입을 담당했던 실무 요원이 민간인 사찰 논란에 대해 결백을 호소하고 국정원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발생했다.

    가족, 회사, 그리고 국민 앞으로 된 임 모 과장의 유서 3장에는 육군사관학교 생도인 딸에게 “”아빠처럼 조국을 위해 일할 수 있어서 자랑스럽구나.“라고 쓰여 있었다. 그러나 어떤 죽음은 죽음 그 자체로도 동정을 살 수 없는 모양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련)의 신경민 의원은 이미 고인이 된 그에 대고 ‘(국정원 직원이)죽을 이유가 없는 사람이 죽었다고 했는데 죽을 이유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아무도 모른다.’며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국정원 요원이 자살을 시도한 것만 이번 정부 들어 두 번째다. 국정원이 야당과 언론으로부터 제기된 소모적인 논란에 대해 변명을 해야 하고 뭇매를 맞는 것은 이번 정부 들어 세 번째다.

    2013년, 좌익 운동권 계열 학생회(한총련의 후신인 한대련 소속의)는 총학생회 선거 공약으로 국정원 대선 댓글 개입 진상 규명을 넣었다. 김한길 새정연 당시 대표는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을 규명하라며 서울 광장에서 농성을 이어갔다. 야당이 국민들의 무관심 속에서 국정원을 물고 늘어지며 발악을 할 동안, 당시 처리되어야 할 수많은 민생 법안들이 국회에 상정되지 못하고 보류 된 채 쌓여갔었다.

    위장 탈북자 류자강 사건 때에는 해산 된 구 통진당, 민변, 각종 이적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단체들이 그야말로 국정원을 찢어발길 기세로 달려들었다. 2014년 세월호 참사에 국정원이 개입했다는 음모론은 굳이 길게 언급하지 않겠다. 이 흐름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대선 불복이다. 여기에 동조했던 언론의 행태는 한 국가의 중앙정보기구에 대한 몰이해의 발로였다.

    그러나 과거 권위주의 군사정권 시절과 달리. 국정원은 더 이상 정권의 호위부대가 아니다. 중앙정보국에서 안전기획부(이하 안기부), 안기부에서 국정원으로 명칭을 바꾸며 민주주의 시대에 걸맞은 개혁을 진행해 왔다. 특히 김대중 노무현 좌파 정권을 거치며, 국정원은 과잉 민주화의 대상이 된 나머지 시나브로 식물 국정원이 되어 왔다.

    논란의 시초였던 해킹프로그램 구입이야기를 잠깐 해 보겠다. 한희원 교수에 따르면 국정원은 ‘정보 투자액 몇 백만 달러로 전쟁 소요액 수억 달러를 절약해야 하는 곳’이다. 테러용의자로 의심되는 사람이 있다면 카카오톡 채팅 창 해킹뿐만이 아니라 감청도 해야 한다.

    국가라는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그리고 이 공동체를 사유재산이 보장되고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는 공동체로 지켜나가기 위해 ‘적’을 식별해 내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다. 그리고 여기에 대한 국민적 합의 역시 필요하다.

    현재 한국에는 감청이 불법이기 때문에 감청 시설 자체가 없다. 그래서 새누리당에서 각 통신사에 감청 시설을 구비하게끔 법으로 규정해 놓자는 요지의 입법안을 발의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 역시 그 무슨 대단한 음모를 꾸미고 있는 양 선전되고 있다.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통신법 개정안’이라나. 당연히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개정안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자국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감청시설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현재, ‘안보’라는 개념의 다원화와 확장에 따라 국정원의 역할은 더욱 커졌다. 우리나라의 정보기구는 테러집단, 비정부 기구, 환경 등 보편적 안보 위협 적발과 더불어 북한 정권의 끊임없는 대남 공작에 대응해야 한다. 그리고 국정원의 기능 중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내부에서 사회를 붕괴시키려는 세력의 척결이다.

    전시가 아닌 평시에는 내부 불만세력, 즉 내부의 적이 훨씬 위협적이다. 이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기 위해 보이지 않는 군대인 국가정보원이 존재한다.

    내부의 적들은 ‘민주’니 ‘평화’니 하는 아름다운 용어들로 국민들에게 가장 비밀스러운 조직이어야 하는 국정원의 모든 것을 드러내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국정원의 정보 역량 쇠퇴는 북한의 대남 공작에 대응하는 역량의 쇠퇴를 의미한다. ‘민주주의 만능론’이 우리의 자유를 지킬 도구들을 우리 손에서 하나 둘 내려놓게 하고 있는 것이다.

    국정원은 헌법에 명시된 우리 국민들의 ‘자유’라는 원칙을 수호하는 기관이다. 때로, 자유의 원칙 앞에서 ‘민주’는 수단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여명 한국대학생포럼 6기 회장 /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