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차 공판, 뉴데일리만 유일하게 전 과정 보도...신문·방송들, 철저히 침묵
  • ▲ ▲ 박원순 시장 아들 주신씨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하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과 이들을 변호하고 있는 차기환, 이헌 변호사가 재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 뉴데일리DB
    ▲ ▲ 박원순 시장 아들 주신씨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하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과 이들을 변호하고 있는 차기환, 이헌 변호사가 재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 뉴데일리DB

    양승오 박사와 치과의사 김우현씨 등 시민 7명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유포 혐의) 3차 공판이 21일 끝났다.

    이날 공판은 오전 10시 시작돼, 같은 날 자정을 30분 남긴 오후 11시30분 마무리됐다.

    오전 공판에서 피고인들은 이 사건 핵심 증인인 박원순 시장 아들 박주신씨 명의의 엑스레이와 주신씨 인물사진과의 비교를 통해, 귀 모양이 크게 다르다는 점을 입증하면서,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돼 이른바 ‘대리 신검’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3년 전부터 박주신씨의 대리 신검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감사원 홈페이지에 감사를 요청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던 ‘나영이 주치의’ 한석주 교수(연세대 의대 소아외과 교수)와, 박원순 시장의 경기고 웅변부 선배 손명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연세대 의대 교수)은 각각 증인으로 출석해, 2012년 2월22일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있었던 박주신씨 공개신검과 관련돼 상반된 증언을 했다.

    이 과정에서 2012년 2월 세브란스 공개신검이 그 전날 밤 박원순 시장과 손명세 원장(당시 연세대 보건대학원장) 사이의 전화통화를 계기로 전격 결정된 사실도 확인됐다.

    2012년 2월 세브란스 공개신검 당시 박주신씨의 MRI 판독에 참여한 이 병원 정형외과 및 영상의학과 교수들도 증인으로 나와, 박주신씨 명의의 자생병원 엑스레이와 주신씨가 공군에 입대하면서 찍은 엑스레이에서 드러나는 ‘석회화’ 및 ‘극상돌기’의 차이점을 인정했다.

    양승오 박사(동남권원자력의학원 암센터 핵의학과 주임과장)의 변호를 맡은 차기환 변호사는 손명세 원장에 대한 증인신문에서, 그가 원장으로 있는 심평원이 박주신씨의 치과치료기록과 관련돼 보유하고 있는 ‘요양급여 청구 및 지급내역’ 상 나타나는 증거 조작 정황에 초점을 맞춰 질문을 던졌고, 손명세 원장은 “그걸 내가 어떻게 아느냐?”며 곤혹스러워했다.

    이헌 변호사는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 27부, 재판장 심규홍 부장판사)가 증인으로 채택한 박주신씨의 주소를 알 수 없어, 그의 아버지인 박원순 시장이 머무르는 서울시장 공관을 (증인소환을 위한) 송달처로 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본인에게 송달이 되는 것이 중요하지만, 아버지에게 (증인소환장을) 보내는 방법도 괜찮다”며, “우편, 전화 등 송달이 가능한 방법을 찾아보라”고 말해, 박주신씨에 대한 증인 채택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반면 박주신씨는 대리인을 통해 이 사건 증인으로 출석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혔다.

    이상이 21일 열린 양승오 박사 등 시민 7명에 대한 3차 공판에서 다뤄진 주요 사안들이다.

    양승오 박사 등에 대한 공판은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21일까지 8개월 넘게 진행되고 있다.

    박주신씨의 증인소환 및 법정 출석 여부, 박주신씨의 신체를 촬영한 것으로 알려진(피고인들이 대리신검자의 것으로 의심하는) 자생병원 엑스레이와, 주신씨가 공군에 입대하면서 촬영한 엑스레이에 대한 법원의 감정신청 결과 확인 등 세간의 이목을 끌 수밖에 없는 중요사안들이 아직도 적지 않게 남아있어, 이번 공판은 해를 넘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원순 시장 아들 박주신씨에 대한 병무청 병역처분 변경과 관련돼, 대리 신검 혹은 영상자료 바꿔치기 의혹이 처음 나온 것은 2011년 11월쯤이다.

    지금은 정계를 떠난 강용석 전 의원이 앞장선 의혹제기는, 2012년 2월22일 세브란스병원에서의 공개신검을 계기로, 끝을 맺었다.

    당시 신체검사를 진행한 세브란스병원의 교수들(3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의사들)은 “주신씨의 자생병원 MRI와 이날 찍은 MRI 판독결과 피사체가 동일인으로 밝혀졌다”며, 주신씨의 병역비리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결론 냈다.

    병원 측의 발표로 박원순 시장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 논란은 종지부를 찍는 듯했다.

    비록 당시 공개신검이 ‘공개’라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통제된 상태에서, 불과 4명의 서울시청 출입기자와 극소수의 서울시공무원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뤄졌고, 현장을 참관한 기자들이 일체의 사진촬영이나 녹음이 금지된 상태에서 육안으로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 추후 확인됐으나, 이런 부분은 ‘별로 의미 없는 사소한 문제’ 쯤으로 여겨지면서, 언론의 관심을 거의 받지 못했다.

  • ▲ 2012년 2월22일,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진행된 MRI 촬영 장면. ⓒ 서울시 제공
    ▲ 2012년 2월22일,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진행된 MRI 촬영 장면. ⓒ 서울시 제공

    심지어 검사 당일 병원이, 박주신씨가 맞는지에 대한 환자 본인 신원확인조차 하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지만, 언론은 거의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공개신검을 하면서 대리인을 세웠을 리도 없고, 그런 의심을 하는 것 자체가 말이 돼?”

    “본인 확인을 하지 않은 게 뭐 그리 큰 문제가 될까? 시청기자들도 다 참관을 했는걸.”

    “별 것도 아닌 실수를 가지고,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이상한 거지.”

    세브란스 공개신검이 심각한 하자를 안고 있었음에도 언론이 흠결을 애써 무시한 밑바탕에는 위에서 예를 든 것과 같은, 막연하지만 강력한 편견이 깔려있었다.

    이 사건을 다룬 기자들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들 대부분은 이런 여론에 동조했다. 그리고 이 여론은 대중적 지지를 얻으면서, 반론을 허용치 않는 ‘진실’의 위치까지 올라섰다.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사람이 바로 양승오 박사를 비롯한 7명의 시민이다.

    양승오 박사는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영상의학 전문의다. 그런 그가 자신의 명예를 걸로 의혹을 제기한 사실은, 그 자체가 하나의 사건이다.

    양승오 박사와 치과의사 김우현씨 등은 세상의 멸시와 조롱에 시달려야만했다. ‘정신 나간 사람’이란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이들은 “세브란스병원 공개신검 MRI 속 인물의 나이는 최소 35세 이상”이라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양승오 박사와 김우현씨의 의혹제기는 우리(뉴데일리)의 눈길을 잡아끌었다. 이들의 주장은 비전문가들의 ‘아니면 말고 식’의 의혹제기와는 차원이 달랐기 때문이다.

    2012년 2월22일 세브란스병원에서의 공개신검 이후 지금까지 3년 6개월 가까운 시간을, 뉴데일리는 이들과 함께 했다.

    이들과 욕을 같이 먹었고, 이들과 멸시를 함께 당했다. 그러면서도, 명예를 건 의사들의 굽히지 않는 신념을 믿었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이 사건 재판에서는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새로운 증거와 분석결과들이 쏟아져 나왔다. 뉴데일리는 첫 공판준비기일부터 21일 3차 공판까지 재판의 전 과정을 놓치지 않고 취재해 기사화했다.

    독자들의 반응은 기대이상이었다. 재판일자가 다가오면, ‘박원순, 박주신, 양승오, 박원순 아들’과 같은 연관 검색어가 포털에서 급상승하고, 독자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기사가 언제 나오느냐’고 묻는 일까지 벌어졌다.

  • ▲ 박원순 서울시장. ⓒ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 ⓒ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독자들이 먼저 기사 출고를 기다리는 이런 현상은, 박원순 시장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핵심 쟁점으로 하는 이번 공판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 지를 보여준다.

    매회 재판에서는 치열한 변론이 벌어졌고, 기사의 분량은 갈수록 늘어만 갔다.

    뉴데일리의 단독 보도가 이어지면서, 다른 매체도 조금씩 관심을 갖는 듯했다. 조선일보와 채널A를 비롯한 일부 언론이 양승오 공판 소식을 단신이나마 처리하기 시작한 것은 의미 있는 변화였다.

    그러나 이런 변화도 잠시, 곧 뉴데일리를 제외한 거의 모든 언론은 약속이나 한 듯 이 사건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법조팀을 운영하고 있는 주요 언론도 마찬가지였다. 재판 초기만 해도 일부 매체 법조기자들이 잠깐씩 법정에 모습을 비추곤 했으나, 본 공판이 시작될 무렵부터는 이마저도 사라졌다.

    KBS도 ‘문창극 총리 후보자 과장보도’, ‘이승만 정부 일본 망명설 보도’  등에 있어서는 공영방송이란 표현이 부끄러울 만큼 경솔한 모습을 보이더니, 박원순 시장 아들 병역비리 의혹의 실체가 차츰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이번 공판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침묵을 지키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1~3회 공판을 처음부터 끝까지 취재한 언론사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뉴데일리뿐이었다.

    만일 이번 공판의 대상이 박원순 시장과 그 아들이 아니라, 김무성·김문수·홍준표·정몽준·황교안 등이었더라도 언론이 지금처럼 재판취재를 외면했을까?

    재판의 핵심인물이 박원순 시장이 아닌 다른 정치인이었다면, 법정은 취재기자로 넘쳐나고, 법원 앞은 재판 전날부터 방송사 취재차량과 카메라기자들로 북적였을 것이다. 인터넷 포털 뉴스카테고리는 재판 전날부터 재판이 열린 며칠 뒤까지 관련 뉴스로 도배가 됐을 것이다.

    피고인들이 어떤 브랜드의 옷을 입었고, 그들의 표정은 어떠했으며, 방청석에는 누가 앉았고, 법정 분위기는 이러저러했다는 식의 시시콜콜한 신변잡기류의 기사들도 쏟아져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헌정 사상 그 예를 찾아볼 수 없는 희대의 의혹사건을 다루는 이번 공판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놀라울 정도로 차갑다.

    재판 결과, 박주신씨의 대리 신검 혹은 영상자료 바꿔치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는 훗날 한국현대사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역사의 한 장면으로 기록될 것이다.

    사안이 이처럼 중대하다면, 기사 클릭 수에 목이 맨 한국언론들이 한 번 쯤은 곁눈질이라도 할법하지만, 상황은 정 반대다.

    정치인 박원순에 대한 ‘눈치 보기’가 아니라면, 소름끼치는 이런 집단적 침묵은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언론에 대한 박원순 시장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두 달 전 벌어진 주요일간지의 ‘의견광고 거부사태’로 이미 확인이 됐다.

  • ▲ 박원순 시장 아들 박주신씨의 병역비리 의혹 관련 재판에, 박원순 시장 부자가 증인으로 채택된 사실을 알리는 의견광고 시안. ⓒ 뉴데일리DB
    ▲ 박원순 시장 아들 박주신씨의 병역비리 의혹 관련 재판에, 박원순 시장 부자가 증인으로 채택된 사실을 알리는 의견광고 시안. ⓒ 뉴데일리DB

    이 사건 재판부가 박원순 父子를 증인으로 채택한 사실이 뉴데일리의 단독 보도로 세상에 알려지면서, 일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뜻을 모아 이번 사건에 대한 의견광고 게재를 추진했다.

    이 사건 재판에 관한 의견광고 게재는 끝내 실현되지 못했다. 모든 주요일간지가 의견광고 게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문화평론가 조우석씨는 주요일간지의 의견광고 거부사태를 통렬하게 비판했다.

    그는 ‘침묵의 카르텔’이란 표현을 빌려, “주류 언론이 모두 이 사건 보도를 외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광고형식을 통해서라도 박원순 부자 의혹의 실체적 진실을 알리려는 노력조차 좌절당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그는 “서울시장 박원순의 아들 박주신을 둘러싼 병역 의혹에 대한 기이한 ‘침묵의 카르텔’이 작동 중”이며, “이것이 한국언론의 현 주소”라고 말했다.

    조우석 평론가는 박원순 시장 관련 이슈에 대해 ‘침묵의 카르텔’이 작동하는 주요 원인으로, ‘전 매체의 좌편향화’를 꼽았다.

    좌편향된 한국언론이 좌파 정치인 박원순의 이름 앞에 꼬리를 내리면서, 이런 침묵의 카르텔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조우석 평론가는, 주요일간지의 의견광고 거부는 조중동을 포함한 우파 언론도 좌편향의 고질병에 갇혀있음을 확인시켜 준 사건이라고 말했다.

    언론이 사회적 공기(公器)로서의 역할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이런 집단적 침묵은 있을 수 없다는 점에서, 박주신씨 병역 의혹을 핵심 쟁점으로 하는 이번 공판에 대한 한국언론의 외면은, 언론사상 최악의 치부로 기록될 사안이다.

    차기환 변호사는 얼마 전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 사건을 변호하면서 느낀 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런 말을 했다.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공공기관이나 병원이 있다면 이런 사건이 일어 날 수 없다.”

    그러면서 차기환 변호사는 이번 재판이 “대한민국의 양심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이 언론이기를 포기하지 않았다면, 이 사건에 대한 주요 언론의 기이한 침묵은 설명할 길이 없다.

    대한민국의 양심 상태를 보여주는 재판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와 동시에 대한민국 언론의 양심 상태를 보여주는 집단적 침묵도 진행 중이다.


    박원순 시장 아들 박주신씨 병역의혹 관련 3차 공판
    뉴데일리 기사 모음


    다음은 뉴데일리가 3차 공판을 3회로 나눠, 3일 연속 톱으로 보도한 내용입니다.

    [병역의혹 3차 공판 ①]
    [단독] 박원순, 아들 치과치료에 유령건강보험 사용
    경기고 웅변반 1년 선배 손명세 교수, 연대 공개身檢 전날 밤 통화
    선배(손명세)가 원장인 건보심평원 발부 허위공문서 제출...사법방해죄?

    [병역의혹 3차 공판 ②]
    [단독] 연대의사들도 "박원순 아들 X선 이상하다!"
    핵심증거 ‘석회화’·‘극상돌기’ 차이점 인정
    연대 공개신검 당시 MRI 판독 의사들 증인 출석..주신씨 X-Ray 소견 밝혀

    [병역의혹 3차 공판 ③]
    [단독] “박주신 소환장, 아버지(박원순)에게 송달”
    재판부, 변호인에게 “소환방법 찾아봐라”
    박주신, 대리인 통해 ‘출석 거부’ 통보...변호인 “증인신청 유지” 


    [편집자 주]

    박주신 병역비리 의혹 사건의 진행 경과


    ▶ 제1막, 2011년 11월~2012년 5월

    2012년 2월 22일 박원순 시장은, 병역비리 의혹을 받던 아들 박주신씨에 대한 공개신검을 전격 결정한다. 공개 신검을 실시한 병원은 서울 신촌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당일 세브란스병원은 이 병원 4층에 있는 MRI실에서 박주신씨에 대한 허리 MRI 촬영을 진행했다. 촬영장소는 통제됐으며, 소수의 서울시 관계자와 병원 직원, 그리고 서울시청을 출입하는 4명의 기자만이 현장을 지켜봤다.

    촬영현장에서의 촬영이나 녹음은 금지됐다. 때문에 당시 현장에 있던 출입기자들도 육안으로 상황을 지켜봐야만 했다.

    병역의혹의 해소를 위한 신체검사였지만 MRI 촬영 외에 다른 검사는 없었다. 일반적인 신체검사에서 이뤄지는 그 흔한 방사선(엑스레이) 촬영도 없었다.

    이날 공개신검은 ‘공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철저하게 통제된 상태에서 이뤄졌고, 통상적인 엑스레이 촬영조차 건너 뛴 채 허리 부분에 대한 MRI 촬영만으로 검사를 마무리했다.

    추후 확인된 사실이지만, 이날 병원은 환자의 신원확인을 하지 않았다.

    공개신검 자체가 부실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안고 있었음에도, 언론의 관심은 이런 세밀한 문제보다는, 세브란스 정형외과와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이 곧 발표한 판독결과에만 집중됐다.

    병원은 이날 오후 두시가 조금 넘어, 판독결과를 발표했다. 

    병원은 촬영한 MRI 영상자료와, 박주신씨의 신체를 촬영한 것으로 알려진 자생병원 MRI 영상자료를 비교한 결과, 피사체가 동일인이란 사실을 확인했으며, 박주신씨를 둘러싼 병역의혹은 모두 해소됐다고 밝혔다.

    병원의 판독결과 발표는 생방송으로 중계됐고, 방송을 지켜본 대부분의 국민은 박원순 시장의 아들 병역비리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병원의 발표 직후 박주신씨의 병역의혹을 가장 먼저 제기했던 강용석 의원은 의원직 사퇴를 발표한 뒤 정계를 떠났다.

    박원순 시장은 자신을 음해하고 근거 없이 의혹을 부풀린 언론들의 행태를 용서한다며, 담대한 모습을 보였다. 국민들은 이런 박원순 시장의 모습에 뜨거운 지지를 보냈다.

    21일 재판을 통해 확인된 내용을 보면, 22일 세브란스 병원에서의 MRI 촬영은, 그 전날 밤 전격적으로 결정됐다.

    공 개신검 하루 전, 박원순 시장은 자신의 경기고 웅변부 선배인 손명세 교수(연세대 보건대학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돼 고민을 털어놨고, 손명세 교수는 “자신이 있다면 공개신검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조언했다.

    그 직후 박주신씨에 대한 세브란스병원 공개신검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여 기까지가, 박원순 시장 아들 박주신씨의 병무청 병역처분 변경을 둘러싼 병역비리 의혹 사건의 1막이다(박주신씨는 처음 병무청으로부터 현역병 입영 처분을 받았으나 이후 자생병원 MRI를 근거로 공익근무 변경처분을 받았다. 강용석 의원은 자생병원 MRI 촬영 당시 대리신검 의혹 등을 제기하면서 박원순 시장에게 정치적 공세를 펼쳤다).


    ▶ 제2막, 2012년 5월~2014년 11월

    공개신검을 끝으로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질 뻔한 박주신씨 병역의혹의 불씨를 되살린 사람은 놀랍게도 영상의학 전문의였다.

    공개신검 당일 해외 체류 일정으로 내용을 알지 못했던 양승오 박사는 며칠 뒤 귀국해 뉴스를 검색하면서, 자신이 한국을 떠난 며칠 사이 박주신씨에 대한 공개신검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 사건의 2막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양승오 박사는 언론을 통해 공개된 세브란스병원 MRI를 보면서 강한 의문을 품었다.

  • ▲ 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는 양승오 박사. ⓒ 뉴데일리DB
    ▲ 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는 양승오 박사. ⓒ 뉴데일리DB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암센터 병원장까지 지낸 그는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명성이 높은 세계적인 영상의적 전문가였다.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온 세브란스병원 MRI 영상자료는 아무리 봐도 20대 청년의 것이 아니었다.

    국제축구연맹이 청소년 축구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의 나이를 감별할 때도 쓴다는 ‘골수신호강도’를 기준으로 볼 때, 박주신씨의 신체를 촬영했다고 하는 세브란스병원 MRI 영상자료 속 피사체의 연령대는 적어도 35세 이상이었다.

    양 박사가 근거로 삼은 ‘골수신호강도’는 일반인에게는 매우 낯선 용어다. 용어만이 아니라 MRI 영상자료를 보면서, 해당 피사체의 골수신호강도를 근거로 연령대를 판별하는 것은 매우 전문적인 영역의 사안이다.

    “연세대 MRI, 이래서 믿기 어렵다”

    “골수신호강도를 통해 본 
    연세대 MRI 촬영 남성은 최소 35세”

    연세대 MRI 자료와 관련돼 양승오 박사가 제기한 의혹의 근거에는 [골수신호강도]라는 것이 있다. MRI로 촬영한 영상을 통해 드러나는 환자의 골수상태를 식별하는 표지라고 할 수 있는데, 특히 사람의 신체 나이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20세 이하 청소년 경기를 하기 전, 선수들의 손을 찍은 MRI를 통해 나이를 감별하고 있다. 

    MRI 촬영을 통해 드러난 선수들의 성장판 양상과 [골수신호강도]를 근거로, 출전 선수들의 신체 연령대를 확인하는 것. 

    이렇듯 사람의 신체 나이를 판별하는 바로미터인 [골수신호강도]를 기준으로 할 때, 연세대 MRI 사진 속 남성은 ‘어릴 적 아주 불우한 삶을 살았거나 30대 후반 이상’이라는 것이 양승오 박사의 의학적 소견이다.

    다음은 연세대 MRI 사진 속 남성의 [골수신호강도]와 관련된 양승오 박사의 설명으로, 2013년 5월21일 있었던 <뉴데일리>와의 단독인터뷰 중 일부를 요약 정리한 것이다.

  • ▲ 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는 양승오 박사. ⓒ 뉴데일리DB

    ▲ 골수신호강도 그래프.ⓒ 뉴데일리DB


    기자 : 박주신씨 ‘MRI 골수 신호강도’에 어떤 문제점이 있다는 것인가.

    양승오 박사 : “언론을 통해 알려진 T2영상 신호강도에 따르면, 적색 조혈 골수와 황색 지방 골수가 불규칙하게 섞여 있는데, 이는 20대의 골수에서는 상당히 찾아보기 힘든 패턴이다.

    골수는 적색의 조혈 골수와 황색의 지방 골수로 이뤄지는데, 나이가 들면서 황색의 지방 골수가 늘어나게 된다.

    10~20 세 남성은 24.6%의 황색 지방 골수(yellow fatty marrow) 분포를 보이지만, 21~30세 남성은 33.5%, 31~40세 남성은 41.4%, 41~50세 남성은 47.6%의 황색 지방 골수 분포를 보인다.

    이러한 연령대별 골수강도를 고려할 때, 박주신씨의 MRI 영상에 나타나는 골수강도는 최소 35세 이상에 가까운 상태다.

    20대로서는 불가능한 골수강도라 할 수 있다. 만약 박주신씨가 정말 심한 ‘골초’라면, 골수의 변화가 가능하다. 그러나 박주신씨는 비흡연자로 알려져 있지 않은가.

    이에 해당 MRI 영상은 박주신씨의 것이 아닐 가능성이 의학적으로 아주 높다.

    참고로 연세대 발표 사진과 35세 남자의 척추영상 MRI 증례를 비교해 보면, 연세대 사진에서  흰색으로 나타나는 지방골수가 불규칙한 양상을 띠면서 증가돼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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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세대 MRI 미스터리, 해외 전문의들의 의학적 소견

    “해당 요추 MRI는 36~40세 남성의 것”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이 촬영한 박주신씨 허리 MRI 사진에 대한 의문은 해외 의학자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

    [영상의학계의 석학]이라 불리는 ‘주세페 굴리엘미’ 박사는 박주신씨 MRI 사진 자료를 접한 뒤 다음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In regard to your question due to the BM aspect and the disc signal,
    I believe that this lumbar MRI can be attributed to a male of 36-40 years old.

    골수양태와 추간판 신호에 근거해 답을 드리면, 해당 요추 MRI는 36~40세 남성의 것으로 볼 수 있다


    ‘주세페 굴리엘미’(Giuseppe Guglielmi) 박사는,  유럽 근골격 방사선학회 골다공위원장으로, 이탈리아 Foggia 대학교 영상의학과(방사선학) 교수다.

    아시아근골격학회(AMS) 회원이자 태국 Chiang Mai 대학교 교수인 너트(Nutaya) 박사 역시, 비슷한 소견을 밝혔다.

    late 40 to 60 I guess.

    Bone marrow of adult, disc bulge a little bit, mild flavum thickening, and considerable amount of visceral fat. Surprising that the retrolisthesis didn't cause pain.

    40대 후반에서 60대로 추측된다.

    성인의 골수, 디스크 약간 돌출. 인대가 두꺼워져 있고 상당한 양의 내장지방이 보인다. 척추전위증이 통증을 수반하지 않았다는 것이 놀랍다


    MRI 촬영 당시 박주신씨의 나이는 27세. 그러나 MRI 영상의 주인은 약 40~60대로 추정된다는 것이 해당분야 전문가들의 공통 소견이다.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하면, 박주신씨는 일반인보다 최소 10~20년 이상을 앞서 살고 있다는 결과가 나온다.


    아시아 영상의학 분야 최고의 권위자라는 평가를 받던 그의 의심이, 사람들에게 인상깊게 남을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곧 양승오 박사의 의심에 공감을 나타내는 이들이 나타났다. 이들 중에는 대구에서 개원의로 활동하고 있는 치과의사 김우현씨도 있었다.

    김우현씨는 박주신씨가 자생병원에서 MRI를 촬영하면서 함께 찍은 엑스레이 사진에 의문을 나타냈다.

    박주신씨의 치아가 보이는 ‘구외 엑스레이’(이하 치아 엑스레이) 사진에서 나타나는 피사체의 치아상태는 불량하기 짝이 없었다.

    도저히 중산층 가정의 20대 청년의 것으로 볼 수 없을 만큼 치아상태가 나빴다.

  • ▲ 박주신씨 명의의 치아 엑스레이 사진. ⓒ 뉴데일리DB
    ▲ 박주신씨 명의의 치아 엑스레이 사진. ⓒ 뉴데일리DB

    김우현씨는 서울 방배동에 살던 20대 청년이 무려 14개에 이르는 치아를 아말감으로 치료 하고, 일부 치아는 아예 빠진 채 몇 년간 방치된 사실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말감은 수은증기 논란과 변색의 문제점 등으로 1990년대 들어 사용빈도가 급감했다. 2005년경 서울의 중산층 청년이 하나도 아닌 무려 14개의 치아를 아말감으로 치료한다는 것은 상식 밖이었다.

    김우현씨는 치과의사로서의 임상경험을 근거로, 자생병원 엑스레이 피사체의 정체에 의문을 가졌다.

    양승오 박사와 김우현씨를 비롯해 소수의 사람들이 다시, 박주신씨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세상은 이들을 비웃었다. 이들이 골수신호강도와 치아 엑스레이를 근거로, ‘대리신검’, ‘영상자료 바꿔치기’ 등의 의혹을 제기했을 때, 사람들은 이들을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 
    정신 나간 사람들이란 멸시와 조롱도 이어졌다.

    그러나 이들의 의혹제기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비전문가들의 ‘카더라 식’ 의혹제기가 아닌, 전문적인 지식과 임상경험으로 무장한 현직 의료인들의 용감한 의혹제기는, 차츰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2014년 5월, 서울시장 재선을 위해 지방선거에 출마한 박원순 시장은 자신의 아들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소수의 시민들이 눈에 거슬렸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이미 다 끝난 일”로 여기는 사안을, 고집스럽게 붙잡고 늘어지는 그들의 존재는, 박원순 시장에게 손톱 밑 가시와 같은 존재였다.

  • ▲ 박원순 서울시장. ⓒ 뉴데일리DB
    ▲ 박원순 서울시장. ⓒ 뉴데일리DB

    결국 박원순 시장은 양승오 박사와 김우현씨, 민족신문 김기백 대표와 서강 사회지도층병역비리감시단 대표 등 모두 7명의 시민을 공직선거밥 상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 조사에서 ‘7명의 다윗’은 자신들이 박주신씨 병역의혹을 계속 제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구체적인 자료를 근거로 설명했다.

    그 결과 골수신호강도와 치아 엑스레이가 안고 있는 모순들이 다시 한 번 불거졌다.

    같은 해 6월 무난하게 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한 박원순 시장은 이들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다. 그러나 양승오 박사 등 피고소인들은 박원순 시장의 바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이들은 고소 취하를 반기기는커녕 오히려 법정에서 판단을 받겠다며 검찰에 기소를 요구했다. 검찰은 양승오 박사 등의 주장을 믿기 어렵다며 이들을 불구속 기소했다. 여기까지가 박주신씨 병역의혹 사건의 2막이다.


    ▶ 제3막, 2014년 12월~현재

    이 사건 3막의 시작은 2014년 12월 8일, 양승오 박사 등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1회 공판준비기일이었다. 이때부터 양 박사 등 시민 7명 외에 조력자가 등장한다.

    양 승오 박사의 변론을 맡은 차기환 변호사(자유와 통일을 향한 변호사 연대 대표)를 비롯해 김기수 변호사(자유와 통일을 향한 변호사 연대), 이헌 변호사(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등이 이 사건 공동피고인들의 변론을 맡았다.

    올해 3월 20일까지 공판준비기일만 모두 5차례, 지난 5월부터 시작된 공판기일은 이달 21일까지 모두 3차례 열렸다.

    양승오 박사 등에 대한 재판은 회를 거듭할수록 시민들이 주목할 수밖에 없는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고 있다.

    지금까지 재판을 통해 드러난 새로운 사실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 자생병원 엑스레이와 박주신씨가 공군훈련소 입소 당시 찍은 엑스레이에서 나타나는 분명한 차이점(‘석회화 현상’과 ‘극상돌기’),
    ▲이른바 ‘유령건강보험증’의 등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증거 조작 의혹, 
    ▲병무청 병역처분 변경이 위법하게 이뤄진 사실,
    ▲세브란스병원 MRI 팩스서버 기록 분석을 통해 밝혀진 모순,
    ▲세브란스병원 공개신검 당시 서울시 관계자가 촬영한 현장 동영상의 중요 부분이 편집된 사실 등이 재판을 통해 새롭게 드러났다.

    특히 지난 5월과 6월 열린 두 차례의 공판은 언론의 비상한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 두 차례의 공판에서 재판부는, 병역비리 의혹의 당사자인 박주신씨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 측의 증인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나아가 박주신씨의 증인 소환 및 신체검증에 필요한 준비를 언급하면서, ‘공개 검증’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지 난 6월 3일 있었던 2회 공판에서는, 나영이 주치의로 유명한 한석주 교수(연세대 의대 소아외과 교수)가 법정에 깜짝 등장해, 이날 증인으로 나온 세브란스병원 홍보팀장 최모씨의 진술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 ▲ 한석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 ⓒ 사진 연합뉴스
    ▲ 한석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 ⓒ 사진 연합뉴스

    이 사건의 경과를 이처럼 자세하게 설명하는 이유는 이 사건이 갖고 있는 상징성 때문이다.

    양승오 박사 등에 대한 공판은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 앞서, 이 땅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고위층 자녀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시민들의 ‘투쟁’이다.

    뉴데일리는 이 사건 제1막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사실상 단독으로 취재를 계속해왔다.

    이 사건과 관련된 보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기사를 참조하기 바란다.

     박원순 아들, 판사 주관 MRI재촬영-치아검사 한다!

     “병원 직원은 박원순 아들을 어떻게 알아봤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