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및 서울외고에 대한 지정취소, 교육부 잇따라 제동
  •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 뉴데일리DB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 뉴데일리DB

    취임 후 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 대한 전면적인 재평가를 강행하면서, 사실상 자사고 고사(枯死) 정책을 추진했던 조희연 교육감이, 방침을 철회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까지 서울지역 자사고에 대한 일방적인 재평가와 평가지표 변경 등을 통해 해당 학교 교원과 학생은 물론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을 초래한 조희연 교육감이, 지정취소 위기에 몰린 대부분의 자사고에 대해 2년 후 재평가 결정을 내리면서, 이런 분석이 서울교육청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지난달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 결과 기준점수에 미달한 미림여고, 경문고, 세화여고, 장훈고 등 4개교 가운데, 자발적으로 자사고 간판을 내려놓기로 결정한 미림여고를 제외한 나머지 3개교에 대해, 2년 후 재평가를 하기로 20일 결정했다.

    지난해 조희연 교육감 취임 직후 자사고 재지정을 위한 평가를 받은 서울지역 자사고 25곳 가운데 실제로 자사고 명단에서 이름이 빠지는 학교는 미림여고 1곳 뿐이다.

    그 동안 조희연 교육감은 25곳의 자사고에 대해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재평가를 받으라며, 이들 학교들을 압박했다.

    서울지역 자사고들은 문용린 교육감 재임 시절 이미 재지정 여부 결정을 위한 평가를 받은 상황에서, 다시 평가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며 조희연 교육감의 방침에 정면 반발했다.

    특히 조희연 교육감이 평가방식과 지표를 변경하는 등 자사고 제도에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면서, 서울지역 자사고의 저항은 시간이 흐를수록 격렬해졌다.

    급기야 자사고 학부모 수천여명에 서울 도심에 모여 조희연 교육감을 규탄하는 시위를 발이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서울지역 자사고들도 서울교육청과의 소송을 준비하는 등 서울교육청과 날카롭게 각을 세웠다.

    자사고 교장단과 학부모, 재학생들은 조희연 교육감의 재평가 강행을 ‘자사고 죽이기’로 규정하고, ’투쟁‘을 선언하기도 했다.

    학부모단체와 교육계 인사들도 조희연 교육감의 재평가 강행은 행정의 기본인 신뢰보호의 원칙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조희연 교육감이 본인의 공약 달성을 위해 ‘자사고 고사(枯死)’에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친전교조 성향의 조희연 교육감이 전교조의 입김에 휘말려, 검증되지 않은 실험적 정책 추진을 강행하면서, 학교의 반발과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그러나 조희연 교육감의 ‘자사고 고사(枯死) 정책’은, 최근 들어 급격히 방향성을 잃어버린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서울교육청이 지정취소 위기에 몰린 경문고 등 3개교에 대해 ‘2년 후 재평가’라는 결정을 내리면서, 스스로 한 발 물러섰다는 점은 가볍게 넘기기 어려운 대목이다.

    조희연 교육감과 서울교육청의 이런 태도 변화에 대해서는, 자사고의 숨통을 끊는 일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조희연 교육감이 서울지역 자사고에 대해 지정취소를 결정하더라도, 이들 학교의 자사고 자격 상실 여부는 최종적으로 교육부장관의 심중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교육감의 자사고를 지정하는 경우는 물론, 그 지정을 취소하는 경우에도 미리 교육부장관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같은 법 91조의3 1항, 5항).

    앞서 지난해 11월 18일, 교육부는 서울지역 자사고 6곳에 대한 서울교육청의 지정취소처분을 직권취소했다.

    당시 교육부는 서울지역 자사고 6곳에 대한 지정취소 처분을 시정할 것을 서울교육청에 요구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아 서울교육청의 처분을 직권 취소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조희연 교육감의 자사고 재평가 실시는 교육감 재량권의 일탈 및 남용에 해당하며, 행정절차법 및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도 반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10월 31일 자사고 지정취소 대상 8개교 중 6개교(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우신고, 이대부고, 중앙고)에 대해 지정취소를 확정하고, 나머지 2개교(신일고, 숭문고)에 대해서는 2년간 취소를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교육부의 직권 취소결정으로 서울교육청의 지정취소는 효력을 상실했다.

    조희연 교육감이 자사고 정책과 관련돼 유연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를, 현재 진행 중인 형사재판에서 찾는 견해도 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지방교육자치법 위반 1심에서, 배심원단 전원일치 의견으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500만원 판결을 받은 조희연 교육감의 추진력이, 자사고 고사 정책을 끝까지 밀어붙일 만큼 강하지 못하다는 분석이 그것이다.

    조희연 교육감이 대폭적인 정리를 예고했던 서울지역 특목고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조희연 교육감으로부터 퇴출 예고 통지를 받은 서울외고의 경우, 지정취소 여부 결정에 앞서 청문절차를 밟고 있다.

    그동안 서울외고는 서울교육청에 의해 지정취소 대상에 오른 뒤, 지금까지 열린 세 차례의 청문회에 모두 불참했다. 학교 측에서는 이미 지정 취소를 기정사실화한 상황에서 이뤄지는 형식적인 청문회에 들러리로 나갈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며, 불쾌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자사고와 마찬가지로 지정취소 여부를 최종 결정할 권한을 갖고 있는 교육부가, 서울외고에 재청문의 기회를 부여할 것을 서울교육청에 요구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특목고의 지정취소 역시 교육부장관의 사전 동의를 요건으로 하고 있다(같은 법 90조 5항).

    교육부장관의 동의 없이는 자사고나 특목고 지정 취소를 확정지을 수 없는 상황에서, 조희연 교육감이 이런 법률의 규정을 회피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서울외고에 대한 특목고 지정 취소 여부와 관련돼, 교육부 관계자는 “재청문 결과가 나오면  다각적으로 판단하겠다”며, “서울외고에 한 번 더 소명 기회를 주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희연 교육감의 자사고 및 특목고 죽이기 정책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서울교육청 안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업 추진 전부터 결과를 예상할 수 있는 사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아까운 행정력만 낭비했다는 것이다.

    입장이 난처해진 서울교육청은 “청문회 결과를 두고 보자”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내놓고 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평가가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얼마든지 점수가 상향될 수 있다”면서, “청문회 내용에 따라 기준대로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