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언론, ‘RFA’의 北고위층 망명에 대한 美국무부·전문가 회의적 반응 내세워 '음모론'
  • 7월 초부터 국내 언론들은 북한 고위층의 탈북과 망명 소식을 잇달아 전했다. 사진은 채널A의 '박승원 상장 망명' 보도 화면. ⓒ채널A 관련보도 화면캡쳐
    ▲ 7월 초부터 국내 언론들은 북한 고위층의 탈북과 망명 소식을 잇달아 전했다. 사진은 채널A의 '박승원 상장 망명' 보도 화면. ⓒ채널A 관련보도 화면캡쳐


    지난 7월 1일 이후 한동안 북한 김정은의 비자금 관리기관 39호실, 북한 인민군, 노동당 고위급 간부가 탈북, 한국으로 망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대해 美정부가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미국 일각의 회의적인 반응을 보도하자, 국내 좌익성향 매체들이 해당 보도를 근거로 ‘음모론’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지난 6일 “(북한 고위간부 망명에 대해서는) 한국에 문의하라”는 美국무부의 공식 반응과 “북한 고위간부 망명소식을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켄 고스 美해군분석센터(CNA) 국제관계국장의 발언을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최근 한국 언론에서는 북한군 고위장성이 탈북, 제3국에 머물고 있고 이를 미국도 인지하고 있다고 했지만, 美국무부는 이에 대해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또한 “최근 망명했다는 북한 고위간부의 구체적인 이름, 직책, 탈북 시기나 동기 등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현 시점에서 김정은 정권이 불안하다고 섣불리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켄 고스 美해군분석센터 국제관계국장의 발언도 덧붙였다.

    ‘자유아시아방송’은 美국무부와 전문가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국내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음모론’을 소개하기도 했다.

    “누군가 김정은의 잔인한 처형 방식 등을 강조해 김정은에 대한 반감을 유도하고, 북한 고위간부 망명과 탈북 사실을 언론에 알려 북한 엘리트 계층의 동요를 유발하려 한다”는 것이다.

    ‘자유아시아방송’의 이 같은 보도가 나오자 국내 일부 매체는 “북한 고위층 탈북 사실은 근거가 없다”는 식의 보도를 내놓으며, ‘음모론’에 동조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일부 매체는 “최근 우파매체들에서 보도하는 북한 고위층의 탈북 주장은 통일부 등 정부 당국자가 확인해주지 않고 있어 믿기 어렵다”면서 이를 ‘국정원 내부의 냉전수구세력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당 매체는 이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런 세력들을 찾아내 숙청할 것”이라는 등의 주장을 해대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 고위층 탈북 음모론’을 주장하는 좌익 성향 매체들은 이들이 ‘음모론’의 근거 가운데 하나라며 내세운 ‘자유아시아방송’의 관련 보도 가운데 “美전문가들은 북한 고위층 망명이 사실일 경우 김정은 정권의 엘리트 계층 동요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는 부분은 모두 빼먹은 뒤 인용 보도하고 있어, ‘자유아시아방송’의 보도를 직접 본 독자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참고로 북한 고위층이 탈북한 뒤 한국으로 망명할 경우 일반적인 탈북자와는 달리, 최소 1개월 이상의 합동심문기간을 갖는다. 위장탈북 가능성은 물론 그가 가진 정보가 실제 정보와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한국에 온 고위층이 북한 정권 내에서 매우 중요한 사람일 경우에는 그의 안전이 확실히 확보될 때까지는 망명 사실 자체를 아예 공개하지 않기도 한다. 정부 관계자들이 “모른다”고 대답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 고위층 망명을 ‘언론 플레이’ 또는 ‘음모론’이라고 주장하는 일부 좌익성향 매체는 이 같은 사실들 또한 독자들에게 전달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