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제2경제위원회 고위급, 국내로 망명” 보도…박재경 인민군 대장 탈북설도
  • 김정은과 장성택, 최룡해 등이 말을 타고 포즈를 취했다. 가운데 보이는 말이 가장 힘들어 보인다.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 김정은과 장성택, 최룡해 등이 말을 타고 포즈를 취했다. 가운데 보이는 말이 가장 힘들어 보인다.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북한 지도부의 행태가 심상치 않다.

    지난 7월 1일 김정은의 비자금 관리부서인 39호실 부부장급(한국의 차관급) 인사가 탈북, 한국으로 망명했다는 소식에 이어 2000년 남북 국방장관 회담 당시 차석대표였던 박승원 인민군 상장(한국의 중장급)까지 한국으로 망명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최근에는 북한 인민무력부 차관과 인민군 총정치국 부국장을 지낸 박재경 前인민군 대장까지 탈북, 제3국으로의 망명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돌고 있다.

    이런 가운데 6일 YTN은 “북한 군수경제를 관장하는 ‘제2경제위원회’ 고위급 인사가 국내로 망명했다”고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YTN에 따르면, 제2경제위원회 고위급 인사가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정보기관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 미사일 기술 확산 등 북한 군수산업 전반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상당 부분 파악했다고 한다.

    YTN은 “1970년대 초반 만들어진 북한 제2경제위원회는 북한 내각보다 강력한 권한을 지닌 곳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제2자연과학원도 이곳 산하 기관”이라고 소개했다.

    YTN의 보도에 이어 동아일보는 “박승원 상장보다 북한 권력 내부 사정을 더 잘 아는 사람”이라며 북한 노동당 고위급 인사와의 단독 인터뷰를 게재했다. 이 인사는 “장성택의 처형을 노동당 조직지도부가 주도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북한 권력층 내부 소식을 전했다.

    동아일보와 인터뷰한 북한 노동당 고위급 인사는 “김정은의 ‘처형 정치’에 북한 민심이 등을 돌리고 있다”면서 “이런 상태에서 외부 충격이 있을 경우 김정은 체제는 3년 이상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동아일보와 인터뷰한 북한 노동당 인사에 따르면, 2013년 12월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권력층 내부에서는 상당한 동요가 일고 있다고 한다. 당시 노동당 조직지도부와 김경희까지 장성택의 처형에 반대했지만, 김정은이 이를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이 인사는 “김정은이 장성택을 처형한 것은 자신보다 주민과 당 간부에게 신망받는 사람을 두려워했기 때문인 것 같다”면서, 김정은의 경력이라는 것이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에서 1년 남짓 있었던 것이 전부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김정은은 외교, 정치는 물론 아는 것이 거의 없는 상태였다는 설명이었다.

    이 노동당 인사의 설명 가운데 눈에 띄는 대목은 김정은이 마식령 스키장, 평양 아파트 건설, 문수 물놀이장 등을 줄기차게 추진하는 이유가 ‘집권 후 치적 쌓기’용이라는 점. 김정은은 자신의 ‘치적’이라며 이런 대규모 토목공사를 진행했는데 이때 장성택이 자금을 달라는 대로 줬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도가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어 “이제 나라 경제발전을 위해 투자할 때”라고 직언을 했다가 눈 밖에 났다는 것이었다.

    이 노동당 인사는 “심지어 최룡해도 처형될 뻔했다가 살아났다”고 주장했다.

    2014년 4월 말 당시 북한군 총정치국장으로 있던 최룡해가 한 달 넘게 감금되어 있었던 이유가 처형 직전까지 몰렸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는 “한국에서는 최룡해가 장성택 처형에 가담했다고 알려졌지만, 두 사람은 호형호제하는 사이였기 때문에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2014년 4월 김정은이 최룡해를 ‘숙청’하려 했던 과정을 설명했다.

    이 노동당 인사는 “장성택 숙청 이후 북한 지도부에는 인재가 없다”면서 “최근 북한에서는 모두가 몸을 사린다. 북한에서 김정은에게 직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김정은이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하게 되면 북한이 어디로 갈지 뻔하지 않느냐”며 북한의 장래를 어둡게 전망했다.

    이 인사는 최근 알려진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의 처형 이후부터, 북한 권력층 내부의 공포감이 극에 달했다고 덧붙였다.

    YTN과 동아일보의 보도대로라면, 북한은 김일성부터 김정일 때까지 쌓아놓은 권력층이 곳곳에서 해체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김일성을 시작으로 김정일 때까지 이어진 왕조를 떠받드는 기둥은 이른바 ‘충성계층’이라 불리는 노동당 간부와 인민군 고위 장교, 보위부와 사회안전성 간부들이다.

    하지만 최근 탈북한 북한 고위층 인사의 주장대로라면, 김정은의 좌충우돌식 공포정치 때문에 이들 가운데서도 최고 핵심간부들이 연이어 죽어 나가면서, 아무도 일을 하지 않으려는 행태가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다는 뜻이 된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외부 충격이 아니라 내부 폭발을 통해 붕괴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진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