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책임 통감-대표직 내려놓는다'고 했다면, 일사분란-일치단결해 있을텐데.."
  • ▲ 황주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조선일보 사진DB
    ▲ 황주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조선일보 사진DB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무책임한 독단적 인선 논란이 겉잡을 수 없는 후폭풍으로 되돌아올 조짐이다. 

    문 대표가 비노 진영 등 비주류측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
    신임 사무총장으로 최재성 의원 임명을 강행하자 그동안 참고 참았던 비노계의 감정이 곳곳에서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중도 합리파인 새정치민주연합 황주홍(장흥·영암·강진) 의원은 24일 오전 기자와 통화에서 "답답한 마음에 어제 밤새 초선일지를 썼다"며 "그동안 느꼈던 생각들을 가감없이 적었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전날 밤 
    <표절의 저급성과 해명의 진정성> 제하의 초선일지를 통해 그동안 문 대표의 무책임 행태를 강하게 비판하며 "문재인 대표, 참 안타깝고 참 대단한 분"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황 의원은 일지에서 표절 논란에 휩싸인 
    신경숙 소설가를 언급, "개인적으로도 아주 좋아했던, 아직도 좋아하는 작가다"며 "신경숙 작가는 왜 우리를 그렇게 쉽게 생각했을까하는 궁금증이 든다"고 밝혔다. 신 작가의 표절 논란을 보며,자기책임을 회피하며 국민을 우롱하는 문재인 대표 등 정치권의 행태가 연상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황 의원은 "왜 독자와 평단과 시장과 국민을 그렇게 얕잡아 봤을까? 대체 우리를 뭘로 보았더란 말이냐? '억울하다, 믿어 달라'고 지침을 내리면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질 거라 생각했더란 말인가"라며 "우리를 그처럼 얕잡아 보았다는 것이 말할 수 없이 기분 상한다. 그녀는 우리를 꽤 어리석은 자기 팬들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오히려 우리는 그녀가 참 어리석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도 말이다"라고 했다.  

    이어 황주홍 의원은 문 대표를 향해 "문재인 대표, 참 안타깝고 참 대단한 분이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표가 왜 안타깝고 대단한 사람인지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황 의원에 따르면 지난 재보궐선거 참패 당일인 4월 29일 밤부터 그 이튿날 오전까지 가까운(비노계) 동료 의원들과 삼삼오오 의견을 나누었지만, 그 어느 누구에게서도 문 대표가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엊그제(두 달 전) 전당대회를 열어 당 대표로 뽑았는데 벌써 불신임을 얘기할 순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 전원일치된 의견들이었다"는 것이다.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4월 30일 오전 국회에서 4·29 재보궐 패배와 관련해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4월 30일 오전 국회에서 4·29 재보궐 패배와 관련해 "박근혜 정권과 더욱 단호하게 싸우겠다"고 주장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그런데, 문 대표는 재보선 참패 다음 날(4월 30일) 스스로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 시련을 약으로 삼겠다. 박근혜 정권에게 경고한다. 이번 선거 결과에 굴하지 않고 더욱 단호하게 싸울 것이다"라는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황 의원은 이에 대해 "사퇴 얘기는 꺼내지도 말라는 사전 지침(청와대가 가끔 사용하는 가이드라인 제시와 비슷한...)이랄 수밖에 없었다"며 "대단한 기싸움 걸기였다. 우리는 아연실색했다. 어안이 벙벙했다"고 개탄을 금할 수 없었던 당시 상황을 상기했다. 

    이어 "아니, 이럴 순 없는 거다..."는 생각과 생각들이 이심전심으로 급속히 전파돼갔다. 여기저기서 문 대표에 대한 비판과 성토 그리고 책임추궁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지금 당이 풍비박산 직전에 내몰린 건 결국 지난 4.29 재보선에서 졌기 때문이 아니라, 당내 
    갈등의 화염에 기름을 끼얹은 문 대표의 행동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황주홍 의원은 "만약 문 대표가 '책임을 통감한다, 대표직을 내려놓는다, 재신임 여부를 여러분에게 맡기겠다'고 했더라면 지금 당은 문 대표 중심으로 일사분란하게 일치단결해있을 것이다. 추호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문 대표는 지난달 13일 미필적 고의(?)에 의한 비공개 성명 발표를 통해, 당내 
    비판자들의 목소리를 내년 총선 공천 지분 싸움과 구태정치와 역패권주의로 규정, 이른바 도덕적 처단을 내렸다. 

    이에 대해 황주홍 의원은 "아연실색했던 비판자들을 또 한 번 경악하게 했다"면서 "당에 돌이키기 어려운 깊은 상처를 내고 말았다. 굴욕적이었다"고 그동안 드러내지 않았던 심경을 토로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왼쪽)와 김상곤 혁신위원장.ⓒ연합뉴스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왼쪽)와 김상곤 혁신위원장.ⓒ연합뉴스

  • 특히 황 의원은 "여론의 역풍에 흔들리던 문 대표가 내놓은 카드가 지금의 김상곤-조국 표 혁신위원회"라며 "느닷없는 방향 전환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문재인 대표와 그 주변 분들의 인식은 4.29 재보궐선거 등에서의 연전연패와 유례없는 완패, 참패의 원인이 진보 과잉-투쟁 과잉-선명 과잉-패권 과잉에 있지 않고, 야당성 부족한 비노들의 발목잡기에 있다는 위험한 착각과 거대한 오진에 기반하고 있다"며 "집단 지성의 역설을 보는 것 같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외롭고 허무하고 허탈한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나아가 황 의원은 "신경숙 작가와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대표는 독자와 평단과 시장과 유권자와 국민과 당원을 과소평가하고 그저 아전인수한다는 점에서 별반 다를 게 없다"며 "왜 그리도 자기 책임감을 못 느끼는 것일까. 왜 진실하지 못할까. 문학이건 정치건 그저 기교나 기예의 수준일 순 없다고 믿는다. 가장 강한 힘은 여전히 진실이라고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울러 "지금 국면이 모면되고 위기가 수습되기는커녕 축적되고 증폭된다는 것을 모르는 걸까. 조금씩 조금씩 무너져 내리는 신뢰의 틈바구니에서 불신의 거대한 싱크홀이 생기고 있는 것을 이다지도 모르더란 말인가. 아니면 짐짓 외면하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황 의원은 또 "자신의 인기와 힘과 위세로 거뜬히 진압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보기엔, 오히려 조금씩 조금씩 화를 키워가고 있는 것 같은데..그렇게해서 거덜나는 것이 한국 문학과 대한민국과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사실을 알기나 하는가"라며 "
    지도자들은 벌써 절망을 주는 몸이 됐다"고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