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동진 전략 차단, 대권 향한 TK맹주로 부상 노린다
  • 새누리당 김문수 전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이 20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 갑 출마의사를 밝혔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새누리당 김문수 전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이 20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 갑 출마의사를 밝혔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새누리당 김문수 전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이 논란에도 불구하고 내년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 출마를 결단한 이유가 뭘까.

김문수 전 위원장은 16일 경주동국대 사회과학대학원 초청 특강에서 "마침 빈자리가 있어 고향을 위해 봉사하려고 한다"며 "차기 총선에 출마해 대구를 혁신하겠다"고 천명했다.

경기 부천소사에서 3선을 지낸 김문수 전 위원장이 차기 총선에서 대구·경북 지역에 출마하는 것에 대해 정치권은 적지 않게 당황하는 분위기다.

차기 총선에서 같은 지역에 출마하려 했던 강은희 의원(초선·비례대표)은 17일 K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수도권 지역이 약세"라며 "경기도지사를 했던 분은 그런 지역에 가서 치열하게 도전하는 게 맞지 않겠나"라고 비난했다. 주성영 전 의원도 SNS를 통해 "김문수가 꽃가마를 타려 해서는 안 된다"고 거들었다.

정치권 관계자도 "김문수 전 위원장이 결국 김부겸 전 의원과 싸워 이긴다면 지역주의 타파에도 맞지 않다"며 "최근 이군현 사무총장이 사퇴하면서 강조했듯이 수도권으로 정치적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는데 세종시나 수도권에 힘을 실어주는 쪽이 더 좋아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권을 노리는 김문수는 먼저 당내 경선이라는 벽을 넘어야 한다. 여기서 정치적 딜레마가 생긴다. 김문수 전 위원장에게 확실한 지역적 기반이 없다는 점이다.

김문수 전 위원장은 경기 부천소사에서 3선을 하며 정치적 체급을 키웠다. 이어 경기도지사를 지내며 대권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그의 정치 역정의 주무대는 수도권이었다.

하지만 수도권은 대권 가도에서의 정치적 지형상 근거지로 삼기에는 약점이 많다. 부동층이 많고 이슈 쏠림 현상이 심하기 때문이다. 물론 수도권을 비롯한 정치적 중원을 잡는 대권 후보가 결국 당선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캐스팅보트와 표밭은 엄연한 차이가 있다.

  • 대권에 나선다고 한 김문수 전 위원장이 갑자기 총선 출마를 선언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대권에 나선다고 한 김문수 전 위원장이 갑자기 총선 출마를 선언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역대 대선을 보더라도 민정당 노태우 후보가 TK, 민자당 김영삼 후보가 PK,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는 호남, 다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TK라는 확실한 표밭이자 근거지를 가지고 있었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출신은 PK지만 호남의 몰표를 근거로 당선됐다.
    이는 본선 이전에 경선 과정에서는 더욱 심각한 약점으로 노출된다. 경선 과정에서는 책임당원들의 당심을 잡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데, 새정치민주연합의 권리당원들이 대거 호남에 몰려있듯이, 새누리당의 책임당원들은 영남에 편중돼 있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김문수 전 위원장이 자신의 고향인 TK를 되돌아보게 됐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문수 전 위원장의 고향은 경북 영천으로, TK 출신이다. 하지만 TK에는 그가 남긴 이렇다할 발자취가 없다. 김문수 전 위원장도 이 점이 아쉬웠던지 최근 이 지역에서 개인택시 면허를 취득해 직접 민심 속으로 파고들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었다.
    결국 김문수 전 위원장은 내년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에 출마해 TK 맹주로서의 이미지를 가져가보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이를 바탕으로 경선을 통과하면, 수도권 3선과 경기도지사 경력을 덧붙여 대권의 캐스팅보트라는 수도권 민심도 공략할 수 있게 된다. 한 손에는 TK라는 확실한 근거지를, 다른 손에는 수도권이라는 당락의 캐스팅보트를 올려놓게 되는 셈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하는 "꽃가마를 타려 한다"는 비판이 적절치 않다는 재반박도 뒤따른다. 내년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에 출마할 새정치연합의 잠룡, 김부겸 전 의원을 상대하기가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김부겸 전 의원은 '지역주의 타파'라는 상징성을 앞세워 대구에서 상당한 지지세를 확보하며 야권의 잠재적 대권 후보로 발돋움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대구 수성갑에서 40.4%의 높은 지지율을 얻었으며, 지난해 치러진 6·4 대구광역시장 선거에서도 40.3%를 득표했다. 특히 대구광역시장 선거에서는 수성구에서 47.5%를 득표해 당선자인 새누리당 권영진 대구시장의 득표율(49.9%)과 간발의 차이에 불과했다.
    자칫하면 김부겸 전 의원이 새정치연합의 동진 전략의 선봉장이 돼 새누리당의 차기 총선과 대선 전략을 그르칠 수 있는 만큼, 개인의 대권 가도 차원에서의 유불리 뿐만 아니라 당 차원에서 대국적으로 바라보더라도 김문수 전 위원장의 대구 수성갑 출마는 긴요하다는 지적이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한구 의원도 김문수 전 지사를 지원하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은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다른 후보들이 뛰더라도 (김부겸 전 의원에 비해서는) 경쟁력이 약하기 때문에 김문수 전 위원장의 출마결심을 적극 환영한다"며 "나 또한 김문수 지사에게 힘을 보태겠다"고 선언했다.
    김문수 전 위원장이 대구 수성갑에 출마해 야권 잠룡인 김부겸 전 의원을 꺾고 평생의 목표인 대선을 향한 순항의 닻을 올릴 수 있을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