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35번 환자 상태악화 이후 '부담' 느꼈나?'투명하게 정보공개'하겠다던 서울시, 돌연 말 바꿔
  • ▲박원순 서울시장.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서울시가 137번 환자(삼성병원 응급실 이송 담당직원)의 대중교통 이용 사실을 이미 하루 전에 알고 있었으면서도, 관할구청에서 정보를 공개하기 전까지 이를 함구하고 있었음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김창보 서울시 보건기획관은 16일 오전 브리핑에서 “137번 환자가 첫 역학조사에서는 자가용 승용차로 출근했다고 답변했다가 뒤늦게 지하철을 이용했다고 번복했다”며 “시민들에게 이 사실을 밝힐지 여부를 두고 고민했으나, 공개해봤자 예방효과도 없고 공포심만 커질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다른 확진환자들의 이동경로를 봤을 때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한 시민 중 환자가 발생한 경우는 없었다”며 “137번 환자가 이용한 지하철은 병원보다 더 강하게 소독했으니 안심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서울시의 발표는 ‘투명한 정보공개’를 내세웠던 지난 4일 긴급기자회견의 경우와 정반대의 입장을 취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문을 낳고 있다.

    서울시는 메르스 확산방지를 위해 정확한 정보 공유가 필요하고 그 내용을 주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공포감 확산을 차단하는데 효과적이라는 주장을 펴왔기 때문이다.

    박원순 시장은 “모든 감염 가능성을 열어두고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 최우선 과제”라며 “시민들이 자체적으로 감염에 대처할 수 있도록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 ▲박원순 서울시장의 긴급 기자회견 이후, 시민사회단체들은
    ▲ ▲박원순 서울시장의 긴급 기자회견 이후, 시민사회단체들은 "박 시장이 메르스 공포를 확산시키고 있다"며 비판했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앞서 박원순 시장은 지난 4일 밤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35번 환자(삼성병원 의사)가 메르스 증상이 있는 상황에서 재건축조합총회 등 양재동과 문정동, 세곡동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불특정 다수의 시민과 접촉했다”며 당시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이 감염위험에 노출됐다고 밝혔다.

    박 시장의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35번 환자는 강력 반발했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재건축조합 행사에 참석했을 때는 감염사실을 알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메르스 감염 증상도 나타나지 않았다”며 자신을 마치 양심 없고 몰지각한 의사처럼 취급한 박원순 시장에 대해 울분을 토해냈다.

    메르스는 증상이 발현돼야 전파력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실제로 4일부터 14일까지 자가 격리된 재건축조합총회 참석자 1565명 중에는 메르스 확진환자가 단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 강행군’을 벌여온 35번 환자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자 환자 가족들이 “박원순 시장의 기자회견 이후 받은 스트레스로 인해 증상이 악화됐다”고 말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시민사회 등에서는 박원순 시장을 향한 비난여론이 강하게 일었다.

    논란이 불거지자 박원순 시장은 12일 서울 송파구 가든파이브를 방문한 자리에서 “그런 말은 들어본적 없다”며 “환자 가족분들에게 상처가 될 만한 말들이나 보도는 삼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해 ‘슬그머니’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 긴급기자회견 이후 35번 환자의 상태악화로 자칫 ‘과잉대응 논란 역풍’을 맞을 위기에 있었던 박 시장이 ‘몸 사리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추측이 인터넷 등에서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투명한 정보공개’를 구실로 현 정부의 대응을 비판해 온 박 시장이 정보공개에 소극적으로 태도를 바꿀 경우, 서울시가 정부와 별개로 ‘메르스 대책본부’를 구성한 명분이 크게 약화된다는 점에서, 박원순 시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