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명세 원장, 박 시장과 경기고 서클 선후배..양승오 박사 사건 증인 채택
  • 국민들이 낸 건강보험료가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의료기관의 진료는 적절한지를 심사하는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설립 목적 및 운영방향과는 동떨어진 국제행사를 준비하면서, 5억원이 넘는 예산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져 뒷말을 낳고 있다.

    해마다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이야기하면서, 국민들의 보험료 납부 부담을 늘려온 건강보험이, 국제행사 개최에 5억원이 넘는 예산을 쓰는 것도 문제지만, 행사 주체의 적절성을 두고도 잡음이 무성해 비판을 받고 있다.

    조선일보 보도에 의하면 심평원은 8월27일부터 이틀간 ‘세계 보건의료 구매기관 네트워크’란 이름의 국제행사를 열 예정이다.

    이 행사는 국가별 보건의료구매 기관장 등을 초청해 국제협력을 강화하고, 우리 건강보험 제도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됐다.

    문제는 예산. 이틀간의 국제행사를 위해 소요되는 비용이 무려 5억3,000만원이다. 이 가운데는 행사장 임차료 5,950만원, 용역비 2억800만원, 오찬과 만찬 등에 4,200만원 등의 비용이 포함된다.

    구체적 항목을 보면 영상 및 음향시스템 구축에 4,680만원, 모니터와 마이크 등 기자재 준비에 1,950만원, 통역비 2,010만원, 초청인사 영접 1,190만원, 현장 인력운영 5,234만원, 광고비 및 사진 촬영 1,250만원, 이벤트 공연 650만원 등이다.

    조선일보는 과거 사례와 비교할 때 이번 행사의 예산 규모가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5일까지 열린 ‘건강보험 국제연수과정 세미나’를 예로 들었다.

    21개국가에서 41명이 참석한 이 행사에 쓰인 총 비용은 1억7,000만원. 행사기간과 참여인원 등이 오히려 더 많은 데도 불구하고, 비용은 3분의1 수준에 불과했다.

    심평원이 준비 중인 이번 행사는, 그 적절성 측면에서도 지적을 받고 있다.

    적정진료 여부를 심사하는 심평원이, ‘보건의료 구매기관 네트워크’와 같은 행사를 주최하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심평원 측은 “과하게 책정된 금액은 없다”면서도, 예산이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면 바꿀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심평원 현직 원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관계도 관심을 끌고 있다. 연세대 의대 교수인 손명세 심평원장은, 지난 2012년 2월22일 있었던 박원순 시장의 아들 박주신씨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신체검사 당시, 아동 성폭행 피해자 ‘나영이’ 주치의로 유명한 이 병원 소아외과 한석주 교수에게, 사과 기자회견을 부탁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 ▲ 2010년 1월 7일, 조두순 사건 피해자인 나영이의 수술 결과를 발표하는 한석주 연세대 소아외과 교수. ⓒ 사진 연합뉴스
    ▲ 2010년 1월 7일, 조두순 사건 피해자인 나영이의 수술 결과를 발표하는 한석주 연세대 소아외과 교수. ⓒ 사진 연합뉴스

    한석주 교수는 주신씨의 신체검사 4일 전인 같은 해 2월 18일 감사원 토론게시판에, ‘박원순 아들 병역비리를 확실하게 규명하여 주십시오’라는 글을 올려, ‘주신씨의 MRI가 바꿔치기 된 것이 확실한 것 같다“며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한석주 교수의 증언에 따르면, 주신씨 신체검사 당일 손명세 교수는 한석주 교수를 찾아와, 자신을 ‘박원순 시장의 경기고 서클 선배’라고 소개하면서, “조금 후에 있을 재검(신체검사)에서 강용석 의원이 제기한 의혹을 벗으면 기자들 앞에서 공식 사과를 해 달라”고 부탁했다.

    손 교수의 부탁을 받은 한석주 교수는, 이날 오후 사과문을 발표했다. 한석주 교수는 이후 사과문을 발표하게 된 배경을 묻는 질문에 “자생병원 MRI와 당일 촬영한 MRI가 같은 것을 확인하고, 사과를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그 뒤 박주신씨 병역의혹과 관련돼 침묵을 지키던 한석주 교수는 지난해 5월, 박원순 시장이 김기백 민족신문 대표를 상대로 낸 ‘허위사실유포 금지 가처분’ 사건과 관련돼, 재판부에 제출한 서면진술서를 통해, “지금도 자생병원 MRI의 피사체가 젊은 나이의 청년일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는 원래의 의학적 의구심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며, 실체적 진실규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한석주 교수는 서면진술을 통해, 2012년 2월22일 있었던 신체검사 당시 병원이 검사 대상자의 신원을 확인하지 않았고, 신체검사 현장이 서울시 직원에 의해 통제된 상태였음을 지적하면서, 당시 검사결과를 믿기 어렵다는 뜻을 나타냈다.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의 실체는 조만간 법정에서 가려질 가능성이 커졌다.

    2012년 2월22일 박주신씨의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신체검사 직후부터, 주신씨를 촬영한 것으로 알려진 MRI와 X-Ray 사진자료를 보고 “이들 자료가 20대 청년의 것일 확률은 0%에 가깝다”며, ‘사진 자료 바꿔치기’ 혹은 ‘피사체 바꿔치기’ 의혹을 제기해 온, 양승오 박사 등 시민 7명은,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앞서 지난해 5월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양승오 박사 등 7명이 자신의 낙선을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며, 이들을 검찰에 고소했다.

    양 박사 등에 대한 재판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심규홍 부장판사)는, 지난달 열린 2회 공판에서 검찰과 변호인측이 낸 박주신씨에 대한 증인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이어 지난 3일 열린 3회 공판에서, 박주신씨의 증인 출석을 전제로, MRI와 X-Ray 재촬영을 비롯한 신체검증 의사를 강하게 나타냈다.

    나아가 재판부는 의학적 관점에서 주신씨의 병역의혹을 주장해 온 나영이 주치의 한석주 교수와, 2012년 2월22일 당시 주신씨의 신체검사를 진행한 같은 병원 윤도흠 교수, 그리고 손명세 현 심평원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