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리뷰] 한국정서로 풀어낸 '노래하듯이 햄릿'

해학·풍자넘치는 광대들의 인형극

광대의 시선과 손끝으로 햄릿의 고뇌를 표현한 극

김보라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5.06.16 11:19:33

생각이 너무 많은 햄릿. 작은일에도 고뇌하며,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 셰익스 피어의 '햄릿'은 결국 이도저도 아닌 파국을 맞이하는 인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의 결정장애 주인공이다.

 

햄릿은 '독살당하고 유령이 된 아버지, 아버지를 독살한 숙부, 숙부와 결혼한 어머니, 어머니를 애증하는 햄릿, 햄릿을 사랑하다 미쳐버린 오필리어'라는 구조안에서 내 던져져 있는 인물.

 

연극 <노래하듯이 햄릿>은 햄릿이 죽은 뒤, 그의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펼쳐지는 진혼난장굿을 통해 광대들의 시선과 손끝에서 햄릿의 고뇌를 그렸다.


<노래하듯이 햄릿>의 가장 큰 묘미는 광대의 시선이라는 점이다. 극중 노래광대들은 분칠을 하고 익살스러운 표정과 대사를 보이는 전형적인 광대캐릭터지만, 이 작품속에서는 단순한 등장인물이 아니라 연극을 바라보는 태도, 연극이 만들어지는 하나의 연출의도로 볼 수 있었다.

 

연출자의 의도는 곳곳에 반짝였다. 햄릿의 아버지, 어머니, 숙부의 인형탈의 머리는 아주 크게, 햄릿의 인형탈은 인간의 해골의 크기, 오필리어의 인형탈은 그보다 더 작게했다. 인간의 욕망, 권력 등을 그대로 투영한 듯 하다.

 

인형탈에 달린 길다란 막대기는 인간의 소화기관을 길게 늘어뜨린 입과 항문을 연상시킨다. 이 극은 근본적인 인간의 한계에 대해 말해주고자 하는 부분이다.

 

광대의 본질이 현실과 환상, 슬픔과 기쁨 등 이분법적 세계에 속하지 않은 경계에 사는 존재하는 점을 생각한다면, <노래하듯이 햄릿>은 원작 '햄릿'을 더 빛나게하는 연극임이 분명하다.


이 연극을 들여다 보면 삶과 죽음이라는 인간의 유한성 앞에서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페이소스(연민의 감정)를 느끼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노래하듯이 햄릿>의 또 다른 묘미는 광대의 손끝이라는 점이다. 광대는 인형극을 통해 원작 '햄릿'을 충실히 표현해낸다.

 

인형극을 통해 충분히 '햄릿'의 고뇌를 함께 한 배우와 관객은 <노래하듯이 햄릿>에 깊게 빠져든다.

 

'햄릿'의 고민은 현실의 우리의 고민과 조금 떨어져 있어도, 우리는 '햄릿'을 응원한다. 그 누구하나 그의 고뇌에 대해서 의심하지 않는다. 이 흡입력은 감독의 연출과 배우의 힘이 만들어낸 것이다.

 

연극의 몰입도가 떨어질 수 있는 100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임에도 이 연극은 노래와 춤 익살스런 대사, 인형극을 통해 지루한 틈을 주지 않았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한국의 정서로 맛깔나게 풀어낸 배요섭은 "창단이후 15년간 뛰다가 추구해온 모든 고민들('광대','음악','인형 혹은 오브제'등)이 <노래하듯이 햄릿>작품안에 다 들어 있다고 말했다.

 

<노래하듯이 햄릿>은 2001년 강원도 화천군 한 시골마을의 폐교에 '시골마을 예술텃밭'이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은 예술가들의 공동체 공연창작집단 '뛰다'가 2005년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세명의 광대로 초연한 <노래하듯이 햄릿>은 연주구성, 광대의 수, 극의 규모, 무명에서 이름을 얻은 광대들 등 다양한 변화를 꾀하며 10년을 계속됐다.

 

초연 이후 10년만에 다시 올리는 이번 공연에는 황혜란, 최재영, 최수진, 공병준이 출연했다.

 

이중 황혜란과 최재영은 창단 때부터 현재까지 꼬박 15년을 뛰다와 함께 해온 극단의 주춧돌이자 대표배우로 정평이 나 있는 배우.

 

최수진과 공병준은 최근 괄목할만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는 극단 의 차세대 주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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