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된 8.15남북공동행사 대신 1만여 명이 합창하는 행사…정연진, 미주책임자 되자 반발
  • ▲ 북한을 찾은 정연진 AOK 대표. ⓒ블루투데이 보도화면 캡쳐
    ▲ 북한을 찾은 정연진 AOK 대표. ⓒ블루투데이 보도화면 캡쳐


    오는 8월 15일 일부 단체들이 추진했던 ‘광복 70주년 남북공동행사’는 결국 무산됐다. 하지만 다른 단체들이 이날 오후 8시 15분 ‘2015 우리의 소원-천만의 합창, 나비 날다’라는 행사를 열겠다고 한다.

    한국을 포함, 세계 각국에서 1만여 명이 참가해 ‘우리의 소원’ 노래를 부르고, 이를 SNS를 통해 생중계한다는 내용의 행사로, 겉으로만 보면 ‘평화적인 민간교류 행사’로 보인다.

    그런데 이 행사의 미주 지역 책임자가 ‘하나 된 한국을 위한 행동(Action for One Korea)’ 대표 정연진 씨로 알려지면서 재미교포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연진 씨는 2014년 12월 신은미의 ‘종북콘서트’ 논란 당시 신은미의 미국 내 후원자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 5월에는 페미니스트들이 참석한 ‘위민크로스DMZ’ 행사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기도 했다.

    정연진 씨는 2013년 4월 ‘AOK’를 창립한 뒤 LA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 국적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변호사다.

    정연진 씨는 2014년 이전까지는 한국 사회는 물론 재미교포 사회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럴 만도 했다. 그가 외부 기고하는 글에서는 그 성향을 뚜렷하게 내보이지 않고 “북한을 객관적으로 보자”는 식의 주장을 폈기 때문이다.

    다음은 정연진 씨가 ‘STN(Strait Talk News)’라는 사이트에 올린 ‘한반도는 아직도 분할통치의 희생물, 종북몰이에서 깨어나야’라는 글 가운데 일부다.

    “남과 북의 화해와 화합을 위해서는 우리가 매우 제한된 정보 또는 일방적으로 왜곡된 내용만을 알고 있었던 北에 대해서 온전히 알아야 할 것입니다.

    북한에 대해서 같은 겨레로서 온정적인 입장을 취한다고 해서, 北에 대해 보고 느끼고 온 것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함부로 ‘종북’이라는 잣대를 휘두르는 현재 국내의 폭력적인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합니다.

    통일의 상대방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 아닌지요?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어떻게 남과 북 국민들과 인민들이 함께 살아갈 미래를 꿈꿀 수 있겠습니까. ‘친북, 종북’이라는 편가름의 잣대를 들이밀기 전에, 그러한 잣대로 끊임없는 증오의 악순환에 불붙이기 전에, 과연 그렇게 하는 것이 누구를 정말 이롭게 하는 것인지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정말 우리 겨레를 이롭게 하는 길입니까. 한반도가 갈라진 것은 우리 겨레 스스로 원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었지 않습니까. 아직도 서로 갈라놓고 서로 미워하고 증오하는 가운데 분단이라는 분열 체제를 대물림하는 것은 과연 누구를 이롭게 하는 길입니까.

    일제에 나라를 빼앗겼을 때, 선조들이 되찾고자 한 것은 반쪽의 나라가 아닌 온전히 회복된 하나의 나라, 아니었던가요. 분단 조국에서, 섬 아닌 섬나라가 되어버린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어쩌면 사고방식도 온전한 하나가 되지 못하고 반쪽자리-내 생각과 다르면 모두가 적이고 원수-라는 옹졸함과 편협함에 갇혀 버렸는지도 모릅니다.…(하략)”


    이 글만 보면, 한국 내부와 한반도 상황을 모르고, 평소에 관심도 없던 한 재미교포가 “우리 모두 화해해요”라며 쓴 글로 보인다. 하지만 정연진 대표의 평소 활동을 보면 고개가 갸웃거려 진다.

    2014년 3월 22일, 재미 종북단체로 유명한 ‘재미동포전국연합회’ 홈페이지에는 “AOK 결성 1주년 기념식이 LA에서 열린다”는 광고가 올라와 있다.

    2013년 7월 17일에는 ‘LA-서울 화상연결 727 지구촌 통일 한마당’ 축제 광고가 교포 매체들에 실린 것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내용을 보면 정연진 대표가 신은미 씨와 함께 출연한다고 돼 있다.

    2013년 11월 13일에는 LA 소재 한인노동연대(KIWA) 사무실에서는 ‘전태일 열사 서거 43주기 기념식’이 열렸다. 여기에는 재미 종북단체로 지목된 ‘진보의 벗’, 최재영 민족통신 편집위원, 김기대 ‘미주 평화의 교회’ 목사, 정연진 대표 등이 참석했다.

    정연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오는 21일 오후 7시 LA시내 미주평안교회(170 Bimini Pl. Los Angeles, CA90004)에서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의 저자 신은미 교수의 ‘북녘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에 대해 발표가 있다”는 광고를 했다.

    2013년 12월 1일, ‘민족통신’에는 LA 시내에서 열린 ‘오인동 박사 도서출판 기념회’ 기사가 실렸다. 내용을 보면 정연진 대표는 ‘진보의 벗’ 사무총장 등 ‘좌파 인사’들과 함께 기념회에 참석했음을 알 수 있다. 이날 행사의 주인공인 오인동 박사는 ‘남북연방제’를 주창하며 대북의료지원을 해 왔다는 좌파 원로다.

    2014년 1월 16일 ‘미주 평화의 교회’에서 열린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의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강연회에도 정연진 대표의 이름이 나온다.

    이 자리에는 신은미 씨와 남편 정 모 씨, 정연진 대표와 AOK에서 실행위원을 맡고 있는 최재영 목사, ‘진보의 벗’ 대표이자 ‘LA시국회의’를 이끌고 있는 이용식 대표 등이 참석했다.

  • ▲ 한국을 찾은 신은미가 국내 종북성향 인사인 한상렬, 황선 등과 함께 술자리를 가진 모습. ⓒ블루투데이 보도화면 캡쳐
    ▲ 한국을 찾은 신은미가 국내 종북성향 인사인 한상렬, 황선 등과 함께 술자리를 가진 모습. ⓒ블루투데이 보도화면 캡쳐


    정연진 대표는 이뿐만 아니라 재미종북인사로 알려진 노길남 민족통신 대표를 후원하는 등 친밀한 관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2014년 4월에는 노길남의 칠순잔치에 참석하는가 하면, 종북매체 이창기 前자주민보 편집장의 LA 방문 환영식 등에도 참석했다고 한다.

    AOK의 활동을 보면, 북한의 선전을 그대로 따르는 스타일이 아니라, “북한을 새로이, 객관적으로 보자”는 식이다. 때문에 한국 상황을 잘 모르는 재미교포 1.5세나 2세들, 노인들에게는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는 게 현지 우파 단체들의 지적이다.

    정연진 대표는 2013년 AOK를 창립한 뒤 끊임없이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해 왔다. LA 한인타운 인근에서 꾸준히 열리는 ‘박근혜 퇴진-이명박 구속’ 요구 시위에 계속 참석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정연진 대표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천만의 합창’ 행사에 대해 “광복 70주년인 2015년, 5월 24일 위민크로스 DMZ행사를 전주곡으로, 7월 27일 정전협정일에 평화통일 관련 행사를 하고, 8월 15에는 ‘천만의 합창, 우리의 소원은 통일’ 행사를 피날레로 해 많은 국민들이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게 하자는 것”이라 설명했다고 한다.

    정연진 대표가 눈길을 끄는 것은 그 개인뿐만 아니라 남편이 교포사회에서 가진 영향력 때문이다.

    2013년 4월 5일 정연진 대표가 AOK를 창립했을 때 미주 중앙일보는 이 단체를 가리켜 “새로운 통일운동을 이끌어 갈, 탈이념 단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AOK의 활동을 보면 이 같은 소개는 사실과 달리 보인다. 그 비밀은 남편에게 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2014년 11월 3일 자유민주연구원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로렌스 펙 뉴데일리 LA특파원은 AOK를 “겉으로 보기에는 ‘통일운동’을 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북한 정권을 옹호하고 반한 활동을 벌인다”고 설명했다. 미국 내 공산주의 단체인 ‘WWP’ 등과도 공동 행동을 벌인다고 한다.

    로렌스 펙 특파원은 또한 “정연진 AOK 대표의 남편이 미주 중앙일보에 기고한다”고 설명했다. 찾아보니 정연진 대표의 남편 이 모 씨는 한의학 박사로 미주 중앙일보에서는 편집위원 겸 기획특집부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 ▲ 정연진 AOK 대표는 신은미의 후원자이기도 하다. 정연진 대표의 활동은 남편 이 씨가 논설위원으로 있는 미주 중앙일보를 통해 기사화되고 있다. ⓒ뉴데일리 DB
    ▲ 정연진 AOK 대표는 신은미의 후원자이기도 하다. 정연진 대표의 활동은 남편 이 씨가 논설위원으로 있는 미주 중앙일보를 통해 기사화되고 있다. ⓒ뉴데일리 DB


    이 씨가 쓴 논설이나 칼럼에서는 ‘특별한 성향’을 전혀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미주 중앙일보에서 정연진 대표의 활동이 비교적 상세히 소개되고 있는 점은 눈에 띠었다(이것이 이 논설위원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다).

    정연진 대표의 남편 이 씨와 신은미 씨의 남편 정 씨가 서로 아는 사이인지는 확인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정연진 대표와 신은미 씨 간의 유대관계는 다양한 뉴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이 부부 동반으로 다양한 행사에 참석한 흔적도 찾을 수 있다.

    때문에 한국 우파단체와 재미교포들은 정연진 대표가 신은미처럼 북한 체제를 옹호하는 인물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블루유니온 등 일부 우파 단체는 정연진 대표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지난 4월 검찰에 고발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현재 공안 당국은 정연진 대표가 미국 등에서 이적단체를 후원하고 신은미의 방북활동을 선전한 사실이 있는지를 조사 중이라고 한다.

    만약 한국 우파단체들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중 국적자’인 정연진 대표는 한국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도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