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 근로자, 월급 못 받자 집단 출근 거부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 이시마루 지로 대표
     "직장을 통한 인민통제가 조금씩 무너지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RFA(자유아시아방송)   

                 
    북한 함경북도의 여성 노동자들이 당국의 약속 불이행을 이유로 출근을 거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6일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2013년 10월, 북한 함경북도 샛별군의 피복 공장에서 근무하던 여성 노동자들은 당국이 노동자에게 약속한 현물과 급여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자 집단으로 출근하지 않고 근무를 거부했습니다. 

    이 피복 공장은 2012년 샛별군 간부들이 중국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공장을 재가동하기로 하고 간부가 직접 중국을 방문해 작은 무역회사와 계약을 맺으면서 중국의 죄수복과 작업복 등의 가공을 맡았습니다. 또 근로조건은 '하루 12시간 노동에 강냉이 국수로 세 끼 식사를 제공하고, 월급은 현금 대신 한 달에 백미 30kg을 주는 것’으로 당시 많은 현지 여성이 조건에 만족해하며 공장에서의 근무를 지원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월급으로 받은 백미를 장마당에 되팔아 현금 수입을 얻으려 했던 겁니다. 

    하지만 공장을 가동한 지 한 달이 조금 지나 약속한 백미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자, 이에 화가 난 여성 근로자들이 출근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중국인 투자가는 돈벌이가 목적이니까 일한 만큼 돈을 주는 시장 경제식 투자를 한 거죠. 새 직장이 생겼기 때문에 새로운 노동조건에서 사람을 급하게 모집한 사례인데요, 하다 보니 (샛별군) 당국이 중간에서 착취한 거죠. 노동자들은 약속이 잘 지켜지지 않으니까 (직장을) 포기한 사례가 된 겁니다. 

    이시마루 대표에 따르면 당시 ‘월급용 백미’는 중국 기업이 들여와 해당 군(郡) 관리를 통해 노동자에게 지급한다는 약속이었지만, 관리는 군량미 명목으로 절반을 떼고 지급하면서 여성 노동자들이 분노했습니다.  또 노동자들의 출근 거부에 당황한 간부들이 직접 노동자들의 집을 찾아가 출근할 것을 설득했지만, 여성 근로자들은 ‘보수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데, 공장에 왜 가나?’며 간부들을 돌려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북한에서 집단으로 직장을 이탈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Ishimaru Jiro] 대부분 노동자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자마자 출근을 거부했다고 합니다. 이것은 시장 경제에서 ‘노동쟁의’라고 말할 수 있잖아요. 저는 그런 사례를 처음 들었어요. 그만큼 여성 노동자들의 계약 의식이 높아지고, 노동에 대한 생각과 관념이 많이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말할 수 있습니다. 

    이후 북한 당국은 다시 노동자를 모집했지만, 당국이 계약을 이행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근로자를 모집하는 것이 여의치 않았고, 끝내 중국인 투자가가 투자를 포기하면서 공장은 가동을 멈췄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이번 피복 공장의 사례는 제시된 노동 조건을 바탕으로 본인의 의사에 따라 지원했고 그만 둔 것”이라며 “근로자에게 배급은 물론 인건비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오늘날, 직장을 통한 인민통제가 조금씩 무너지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고 해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