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전문가들 “韓보건당국, 대처속도 느리고 외부 조력 받은 데 적극적이지 않아” 지적
  • 현재 서울대 병원 내에 설치된 메르스 감염 의심환자 격리동. ⓒ뉴데일리 DB
    ▲ 현재 서울대 병원 내에 설치된 메르스 감염 의심환자 격리동. ⓒ뉴데일리 DB


    첫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입원한 뒤 15명이 넘는 2차 감염자가 생긴 평택성모병원 등 역학조사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한국 보건 당국의 태도에 해외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英로이터 통신은 한국에서의 메르스 급속 확산과 관련해 英보건 전문가들과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에서 英보건 전문가들은 “메르스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투명한 정보공개와 국제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알리무딘 주믈라 英런던대 감염질환 전문교수는 3일(현지시간)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보건 당국의 메르스 대처 속도가 느리고 외부 조력을 받는 데 적극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알리무딘 주믈라 교수는 “메르스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국제적 관심과 공조가 필요하다”면서 “한국 보건당국은 정보를 공개하고 자료를 공유해 해외 전염병 전문가들의 지원을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英리딩대의 바이러스 학자인 벤 뉴먼도 인터뷰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메르스가 확산됐던 사례를 설명하며 “능동적이고 투명한 대응이 공중 보건은 물론 정책적으로도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세계적인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 또한 한국 보건당국의 메르스 대응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사이언스’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메르스를 담당하는 피터 벤 엠바렉과의 인터뷰를 실었다. 인터뷰에서 피터 벤 엠바렉은 “2012년 메르스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된 뒤 많은 나라에서 감염자가 생겼지만, 이번처럼 광범위하게 확산된 것은 한국이 처음”이라면서 “감염자 수도 아라비아 반도 밖에서는 최대”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보건당국이 메르스 바이러스 표본을 보낸다고 했지만, 아직 표본이 한국을 떠났는지도 알 수 없다”면서 “우리(WHO)가 빠른 시일 내에 메르스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해 바이러스 변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사이언스’는 또한 한국에서의 메르스 급속 확산에 대해 “한국인이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메르스에 취약한 유전자 구조를 갖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전문가 의견을 싣기도 했다. 이 전문가의 지적대로라면 ‘메르스’는 ‘코르스(KoRS, 한국호흡기증후군)’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피터 벤 엠바렉은 ‘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보건 당국이 전염병 확산에 대해 국제적으로 공조하는 데 매우 수동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국내 메르스 환자에게서 채취한 바이러스 샘플을 홍콩대와 네델란드 메디컬 센터 등에 보내 메르스 바이러스의 변이여부에 대한 분석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해외 전염병 전문가들이 이처럼 ‘메르스 바이러스 대응 공조’를 촉구하고 나섬에 따라 한국 보건 당국의 전염병 대응에 대한 비난 여론이 다시 한 번 거세게 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