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통행식 사업 추진에 민심 등 돌려, 대선 의식한 치적 쌓기 비판도
  • ▲ 지난 10일 오전, 서울시가 개최한 ‘서울역 고가 시민개방행사’ 현장에서, 남대문시장 상인들이, ‘생존권 보장’ 등을 요구하면서 ‘서울역 고가 공원화 반대’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 사진 연합뉴스
    ▲ 지난 10일 오전, 서울시가 개최한 ‘서울역 고가 시민개방행사’ 현장에서, 남대문시장 상인들이, ‘생존권 보장’ 등을 요구하면서 ‘서울역 고가 공원화 반대’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 사진 연합뉴스

    박원순 시장이 자신의 약속을 뒤집으면서까지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을 강행 추진하면서, 처음부터 사업 추진을 완강하게 반대했던 남대문시장 상인과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

    유통과 도매업종이 많은 이 지역 일대 점포의 특성을 고려할 때, 시장의 주요 진출입 통로 역할을 하는 서울역 고가를 공원으로 만들겠다는 발상은, ‘지역 상인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짓’이란 섬뜩한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는 오는 10월부터, 공원화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시장통 상인들과 서울시 사이 갈등의 골은 시간이 흐를수록 깊게 패이고 있다.

    지역 상인과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이 박원순 시장 최대의 실책으로 기록될 것이란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소통을 중시하던 박원순 시장이, 기존 입장을 번복한 것은 물론, 지역 상인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그 이유를 ‘대선’과 연결지어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청계천 복원=이명박’,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오세훈’과 같이, ‘성공한 서울시장 박원순’을 보여줄 수 있는 기념물을 남기고자 하는 욕망이, 사업 강행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서울 중림동·서계동·공덕동·회현동 주민들과 남대문시장 상인들은 지난 10일, 서울시가 개최한 서울역고가 시민개방행사 ‘서울역고가 두 번째 만남-고가에서 봄’ 현장에서,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 규탄집회를 열고, 박원순 시장의 일방통행식 사업추진에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남대문시장 상인회 이민호 총괄본부장은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역 고가는 남대문시장 상인 5만명의 생존권과 직접 연결된 도로”라며, “도·소매 업종이 대부분인 남대문시장은 유통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대책 없이 고가도로를 공원화한다는 주장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그는 “뜬금없이 서울역 고가를 공원화하겠다는 발상은 우리를 무시하는 행동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민호 본부장은 박원순 시장이 과거 자신이 한 약속마저 저버리고 있다면서, 박 시장의 무책임한 행태에 분노를 표시했다.

    “박원순 시장은 대체 고가도로를 만든다는 계획을 백지화시키고, 아무런 대책 없이 고가도로를 공원으로 만들려고 한다. 시민들과 약속한 대체 고가도로를 만들겠다는 기존 계획을 지켜주길 당부한다”

  • ▲ 지난 10일 오전, 남대문시장 상인들과 지역주민들이,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사진 연합뉴스
    ▲ 지난 10일 오전, 남대문시장 상인들과 지역주민들이,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사진 연합뉴스

    서울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재임 당시인 2006년, 고가도로의 안전등급이 D등급으로 나오자, 현재의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새로운 고가도로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박원순 시장도 취임 후, 기존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새로운 고가도로를 신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를 방문한 박 시장은, 갑자기 입장을 바꿔, 서울역 고가도로를 공원화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당시 박 시장은 “서울역 고가도로는 도시 인프라 이상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갖는 산업화 시대의 중요한 유산”이라며, “미국 뉴옥의 하이라인 파크를 뛰어넘는 녹지공간으로 서울역 고가도로를 재생시키겠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의 발언 직후, 남대문시장 상인들과 이 지역 주민들은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지역 상인과 주민들은 주요 간선도로 역할을 하고 있는 서울역 고가를 공원화한다면, 시장의 침체는 물론이고, 극심한 교통혼잡을 피할 수 없다며, “박원순 시장이 주민의사와 무관한 비현실적 정책을 추진하려 한다”고 입을 모았다.

  • ▲ 서울역 고가 공원화에 반대하는 남대문시장 상인들이, 10일 서울역 고가 인근에서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 조선닷컴
    ▲ 서울역 고가 공원화에 반대하는 남대문시장 상인들이, 10일 서울역 고가 인근에서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 조선닷컴

    상인들과 지역주민들의 반대에 박 시장은 협의를 통해 접점을 찾겠다며, '현장 시장실'을 비롯해 토론회를 열었지만, 주민들의 마음을 돌리는 데는 실패했다.

    박원순 시장의 사업 강행에 최창식 서울 중구청장은, “45년 동안 이용한 중요 도로를 막는다니 지역주민들의 상실감과 걱정이 큰 것은 사실”이라며, “안전등급 D등급으로 철거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작은 골목 하나를 막아도 대체도로를 만드는데, 별다른 대안 없이 고가도로를 막는다고 하니 걱정이 많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최창식 구청장은 “고가도로가 노후화됐다고 하지만, 하중제한이나 집중적인 유지보수를 하면서 대체도로가 만들어질 때까지 사용하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며, “남대문시장 및 주민들과의 대화 여력이 아직은 있으니, 사업 추진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주민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역 주민과 상인들을 대하는 박원순 시장의 태도도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시는 7일 서울역 대체 고가도로 건설을 중심으로 한 ‘서울역 일대 종합발전계획’을 내놨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코레일과 ‘북부역세권 개발사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올 하반기 민간사업자를 공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코레일은 서울시의 발표내용을 즉각 부인했다.

    코레일은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시와 ‘북부역세권 개발사업 관련 TF’를 구성키로 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체교량 설치, 민간사업자 공모일정 등 세부사항은 협의한 사실이 없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현재 코레일은 서울역 고가 공원화와 대체 교량 설치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면서 코레일은 서울시가 협의한 사실도 없는 내용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며, 불편한 심경을 숨기지 않았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상인과 주민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남대문시장 주변에서는 “박원순 시장이 무책임한 빈말로 주민들을 무마하려 한다”는 원색적인 비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 ‘서울역 고가 공원화’를 추진 중인 서울시가, 10일 ‘서울역 고가도로 시민개방 행사’를 열었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에도 같은 행사를 열었다. ⓒ 조선닷컴
    ▲ ‘서울역 고가 공원화’를 추진 중인 서울시가, 10일 ‘서울역 고가도로 시민개방 행사’를 열었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에도 같은 행사를 열었다. ⓒ 조선닷컴

    박 시장의 '임기 내 대체 고가도로' 발언에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 시장이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시장이 되겠다’고 강조하더니, 이제는 임기 안에 고가도로를 만들겠다고 한다. 서울시 발전과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대선을 의식한 밀어붙이기 치적 쌓기로 비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박원순 시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청계천 복원 성공을 벤치마킹해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화 사업을 벌이는 건지도 모르겠다”며, “광화문광장 확대,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화, 세운상가 공중보행교 건설에 몰두하는 박 시장의 모습은 대선을 의식한 너무 속내보이는 행동”이라고 촌평했다.

    지역 주민 및 상인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박원순 시장의 사업 강행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

    서울시는 13일 서울역 고가 공원화 국제현상공모 당선작을 발표하는 등 사업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시는 이날 네덜란드 출신의 건축·조경 전문가인, 비니마스(Winy Mass, 55)의 서울수목원'(The Seoul Arboretum)을, ‘서울역7017 프로젝트 국제현상설계공모’ 당선작으로 최종 선정했다.

    서울시는 당선작을 바탕으로 설계안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건축가와 설계범위에 대한 구체적인 협상을 진행한 뒤, 다음 달 중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