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법적(私法的) 잣대를 묵과해선 안된다!
    ‘법 없이는 못 살 궁민(窮民)’은 인민재판이 두렵다

    이 덕 기 / 자유기고가
  •   우리는 흔히 “법(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말을 쓴다.
    마음이 곧고 착하여 법의 규제가 없어도 나쁜 짓을 하지 아니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헌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우리 사회에서는 ‘법이 없으면 살기 어려운 사람, 못 살 사람’이 대부분이다. 어리숙하고 힘 없는 우리네 궁민(窮民)들은 그나마 법의 보호를 받아야만 살아 갈 수가 있는 세상이다. 
      그래서 사법(司法)이 중요하고, 우리는 사법부(司法府)를 존중한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판단해서는 다소 섭섭·억울한 경우도 있지만, 사법부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재판의 결과에 승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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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 전부터 논란이 되어 온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절차가 아직도 국회에서 막혀있다. 대법관 공백에 따른 여러 문제점이 보도되곤 하지만, 우리네 궁민(窮民)들이야 피부로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신임 대법관 임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여러 일들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신임 대법관 후보가 발표되자, 이 분이 지난 1987년 1월에 벌어졌던 ‘탁 치니 억하고 쓰러진’ 사건의 수사 검사팀에 포함되어, 사건의 은폐·축소 기도를 묵인 또는 방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의혹이 제기되자 사실 여부가 밝혀지기도 전에, 어떤 연유인지는 잘 모르지만 사퇴하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떼지어 들리기 시작했다. 가히 ‘툭’하(고 의혹을 제기하)자, ‘크악’하고 일제히 물어뜯는 거다. 그 후 여러 언론에서 실체적 진실을 밝혀보려는 노력이 있었고, 우여 곡절 끝에 열린 국회 청문회에서도 집중적으로 공방이 오갔다. 결국 ‘탁 쳐서 쓰러뜨린’(?) 당시 수사관들이 “어떤 검사가 와도 우리 외에 물고문한 공범이 더 있었다는 것을 밝힐 수 없었다”고 증언함으로써 결정적으로 의혹이 해소되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현직 판사님들중 몇 분이 개인적인 판단에 입각하여 신임 대법관 후보가 자격이 없다며, 법원 내부 게시판에 공개적(?)으로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고 한다. 이런 일의 속사정을 ‘법 없이는 못 사는’ 우리네 궁민(窮民)들이 속속들이 알기는 힘들다. 단, 보도한 언론이 ‘찌라시’가 아니라면, 몇몇 판사님들은 사법적(私法的)인 견해와 판단을 갖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1987년 이른바 ‘6월 항쟁’에 참여했다는 판사분은 대법관 후보에 대해 ‘은폐·축소 기도를 알면서도 묵인 또는 방조한 검사’로 『추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또 다른 판사분은 ‘우리법연구회’ 소속이라고 한다. 좁은 소견이지만, 이른바 ‘민주화 운동’과 관련한 개인적인 부채감(負債感)이나, 투철한 신념(?)들이 작용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법연구’라는데, ‘우리’를 굳이 붙인 것으로 봐서는 ‘대한민국 법이 아닌 자기들의 법을 연구’하는 것은 아닌지? 제 삼자의 입장에서는 ‘니네법연구회’가 된다. 뭐 세상에는 이런 저런 일도, 사람도, 경우도 많으니 사법부(司法府)에도 예외는 아닐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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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엊그제에는 서울시의 교육을 책임지는 수장(首長)에 대한 재판이 있었다. 요즘 이 교육 수장(首長)분들도 시민들이 직접 선출했다고 위세가 대단하다. 비록 시민(유권자)들의 25%내외가 표를 던졌을 뿐이지만...
      선거전 과정에서 “상대후보가 미국 영주권을 가졌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되었다고 한다. 필자도 서울시민이지만, 선거 과정에서 그런 일이 있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하여간 나흘간의 ‘국민참여재판’ 결과, “배심원(7명) 전원일치 유죄, 벌금 500만원”이 선고되어 상급법원 판결에 따라서는 수장(首長)질을 그만 두어야 할 위기에 놓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날 법원에서 재판장의 선고가 있자, 그 지지자(추종자라고 해야 맞을 듯)들이 욕설과 함께 법정 소란을 벌였다고. “뭐 이런 재판이 다 있어!... 너희들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것이다.... 내가 너희들 반드시 죽인다. 너희 목숨을 너희가 줄이고 있는 거야” 소름끼치고 섬뜩하다. 이를 보도한 신문이 ‘찌라시’가 아니라면, 이는 ‘법정 소란’이라고 표현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대한민국 사법(司法)체계에 대한 전면 부정’이 맞다. 이건 그 지지자들의 사법적(私法的) 판단에 의한 강변(强辯)이자 협박(脅迫)이다. 
      더욱이 재판에 증인으로 섰던 서울시 교육청의 관리는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것이 『전략적 실수』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런 논리가 가능하다.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것은 일반인들의 상식에 비추어 명백하지만, 어찌어찌해서 같은 통속인 ‘니네법연구회’ 소속 판사 같은 분이 재판장이 되면 무죄(無罪)가 될 수 있었다. ‘니네법연구회’ 소속 판사분이 아니더라도 어떤 방법이든 위협과 압력을 넣으면 충분히 당선 무효형은 면할 수 있었다”
      서울시 교육의 수장(首長)은 이런 행태 및 사고를 가진 지지자와 부하 직원을 둔 것만으로도 당선 무효의 필요·충분 조건이 된다. 그들이 하고자 하는 교육, 길러내고자 하는 학생의 모습은 보지 않아도 뻔하다. 
  •   사법(司法)이 사법적(私法的) 잣대와 위협으로 대체되는 사례를 우리는 이미 65년전인 1950년 6월 28일부터 9월 27일간 적(敵) 치하 서울에서 경험했다. 그리고 지방 곳곳에서도 그 결과로 무고한 이들이 피를 흘렸다. ‘인민재판’이 그것이다. 
      그래서 ‘법 없이는 못 사는’ 궁민(窮民)들이야 말로 ‘사법적(私法的) 잣대’가 정말 무섭고 두려울 수밖에 없다. 
    <더  끼>
    # 후기 : 이 글에서의 사법(私法)은 “민법·상법 등 개인 사이의 재산·신분 따위에 관한 법률관계를 규정한 법”이 아님을 밝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