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4년 6개월 만의 협정 타결…파이로 프로세싱 첫 단계 허용”
  • ▲ 22일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새로운 '한미 원자력 협정'에 가서명한 뒤 악수를 나누는 마크 리퍼트 주한 美대사와 박노벽 외교부 원자력 협정 전담대사.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2일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새로운 '한미 원자력 협정'에 가서명한 뒤 악수를 나누는 마크 리퍼트 주한 美대사와 박노벽 외교부 원자력 협정 전담대사.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자유로운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희망하던 한국 정부의 ‘꿈’이 한 발짝 현실로 다가왔다.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안이 타결된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도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의 첫 단계는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됐다.

    박노벽 외교부 한미원자력협정 개정협상 전담 대사와 마크 리퍼트 주한 美대사는 22일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대한민국 정부와 美합중국 정부 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협력 협정’에 가서명했다. 4년 6개월간의 협상 끝에 타결된 것이다.

    이날 가서명한 한미원자력협정은 40여 페이지 분량으로 원자로 연료의 공급, 사용 후 핵연료 관리, 원전 수출, 원자력 연구 자율성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협정에서 한미 양국은 사용 후 핵연료를 재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파이로 프로세싱(건식 재처리)’ 기술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보유한 연구시설에서 미국산 사용 후 핵연료를 갖고 ‘전해환원’과 핵연료 특성을 검사하는 ‘조사 후 시험’은 자유롭게 허용한다고 돼 있다.

    한국이 ‘전해환원’의 다음 단계를 자유롭게 연구하는 데 대해서는 한미 양국이 공동으로 진행 중인 ‘파이로 프로세싱’ 연구의 결과에 따라 협의해 결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차관급을 수석 대표로 하는 고위급 위원회도 설치할 예정이다. 이 고위급 위원회는 매년 열리며, 양국 원자력 문제에 대해 논의를 할 예정이다.

    사용 후 핵연료 관리 가운데 저장, 수송, 처분 분야에서도 한미 간 기술협력을 확대 강화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다. 또한 미국산 사용 후 핵연료를 한미 합의 아래 제3국으로 보내 위탁 재처리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또한 핵확산 가능성이 없다면, 미국산 우라늄을 20% 미만 농도까지 농축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한국 정부가 큰 관심을 갖는 원전 수출의 경우에는 한미 양국과 원자력 협정을 체결한 제3국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미국산 핵물질, 원자력 장비, 물품 등을 자유롭게 이전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방사성 동위원소 ‘몰리브덴 99(주로 암 진단용으로 사용)’는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것을, 앞으로는 미국산 우라늄을 이용해 국내에서도 생산하는 것은 물론 해외로 수출도 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이 핵연료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할 수 없도록 했던 ‘골든 스탠더드(핵물질과 관련한 모든 활동을 금지하는 기준)’는 아예 사라졌다.

    지금까지 한국은 핵물질을 재처리하거나 핵연료의 형태, 내용을 바꾸고자 할 경우 매건 마다 또는 5년마다 미국 정부의 동의를 받았어야 했다. 이런 문제 때문에 과거의 한미 원자력 협정은 “미국의 일방적인 통제 규정”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한미 양국이 새로 만든 원자력 협정은 가서명 이후 1~2개월 이내 정식 서명, 美의회와 한국 국회 보고 등을 거쳐 2016년 3월 이전에 발효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에 대해, “한국의 향상된 지위를 반영했다”며 “여러가지 제약을 풀어, 일방적으로 의존하고 통제받던 체제에서 벗어나 미래를 여는 선진적·호혜적 협정을 맺은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