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적' 분위기 바꾸겠다는 이병기 실장, 열린 청와대 주도하며 스킨십 강화
  •  

    박근혜 대통령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불통(不通) 이미지가 어느 정도 사그라지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7일 "과거에는 잘 안 만나주다가 이제는 자주 만나준다"며 박 대통령의 소통 행보를 호평했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전북 우수당원 표창장 수여식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런 때(불황)일수록 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으로 잘 단결해야 위기를 벗어나지 않겠는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여러분이 박 대통령을 만들었는데, 꼭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록돼야만 여러분들 한을 풀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도와주시길 부탁드린다.

    박근혜 대통령께서 잘해보려고 하다가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년 간 솔직히 말해서 소통이 잘 안됐다. 그러나 이제 소통하려 많이 노력하고 있다.

    과거에는 저도 잘 안만나 주다가 이젠 자주 만나준다. 과거에는 이야기를 하려고 해도 기회 안줘서 말도 못했는데 이젠 언제든 대화할 수 있게 됐다. 박 대통령께서 성공할 수 있도록 잘 좀 도와 달라."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빗장을 열고 소통 강화에 나선 배경과 관련, 이병기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이 변화를 주도했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 청와대와 정치권 주변에서는 이병기 실장이 전격 발탁된 이후 한 달여 간 박 대통령의 소통 행보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꽉 막혔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지난달 17일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와의 3자 회동도 이병기 실장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중동 4개국 순방 직전 참석한 3.1절 기념식 행사장에서 김무성 대표의 3자 회동 요청을 즉석에서 받아들였는데, 김 대표의 이러한 요청 자체가 청와대와 사전 조율을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회동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정치공세를 정면으로 받으면서도 100분 간 큰 논란 없이 현안 논의를 마쳤다. 

    회동이 끝난 뒤 박 대통령은 회담장을 나갔지만 참석자들은 2시간 동안 청와대에 머물며 합의문을 도출해내기도 했다.

     

  • 우윤근(오른쪽)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와 이병기(왼쪽) 대통령 비서실장이 1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찬을 하기에 앞서 서로 먼저 앉을 것을 권하고 있다. ⓒ조선일보 DB
    ▲ 우윤근(오른쪽)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와 이병기(왼쪽) 대통령 비서실장이 1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찬을 하기에 앞서 서로 먼저 앉을 것을 권하고 있다. ⓒ조선일보 DB

    또한 이병기 실장은 직접 여의도 일대를 뛰어다니며 여야와 과감한 스킨십을 시도하고 있다.

    이병기 실장은 지난달 26일 여의도 모 식당에서 새누리당 원내대표단과 만찬을 갖고 "그 동안 (당청이) 소통을 안 했던 게 비정상이라면 이렇게 만나 소통하는 것이 정상이다. 앞으로 (당청 소통에 있어)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당시 모임은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만 참석하는 자리였지만, 이병기 실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 "만찬에 참석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해 규모가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평소 공식적인 자리에 잘 모습을 보이지 않던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까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1일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지도부와 만찬을 갖고 소통의 폭을 넓혔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청와대가 야당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치 파트너인 야당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국민 목소리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병기 실장은 "소통을 잘하고 귀를 기울이겠다"며 공감을 표했다.

    나아가 이병기 실장은 전임 김기춘 실장 시절 지나치게 폐쇄적이라는 비판을 받은 비서실의 변신도 함께 꾀하는 중이라는 게 청와대 인사들의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