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부처와 여러 기관이 협력해서 기술적 문제 검토하고 있는 중"

  • 박근혜 대통령은 6일 세월호 선체 인양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열흘 후면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지 1주기가 되는데, 그동안 아픈 가슴을 안고 사신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현재 선체 인양과 관련한 기술적 검토가 이뤄지고 있고 관련 부처와 여러 기관에서 협력해서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인양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결론이 나면 실종자 가족과 전문가들의 의견과 여론을 수렴해 선체 인양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 사고 1주기를 앞두고 선체 인양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선체 인양 문제는 연간 1,200억원 이상의 비용, 작업 관계자들이 처할 위험성 등을 이유로 끊임없이 논란이 제기돼왔다.

    이런 논란 탓에 정부는 여러 문제를 총괄 검토한 후 공론화 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이날 언급에 따라, 정부가 선체 인양 방침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질적인 문제는 선체를 인양하는 방법과 성공 가능성이다.

    #. 세월호, 온전히 건져낼 수 있을까?

    수심 37m. 길이 146m, 무게 6,825t. 적재된 화물까지 포함하면 세월호의 총 무게가 1만t에 달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선체를 절단해 인양하는 것이 기술적으로는 수월한 방식이다. 그러나 해수부 측은 선체를 쪼개지 않고 그대로 들어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체를 절단할 경우, 실종자 수습과 사고 원인 파악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을 고려해 통째로 인양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것이다.

    선체 일부가 충격으로 훼손돼 있거나 오랜 침몰로 부식돼 있을 경우 절단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선체 일부가 개흙(뻘)에 묻혀 있고 화물이 한쪽으로 쏠려 무게중심을 잡기도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추정하는 인양 기간은 약 12개월. 침몰 지점은 물살이 거세기로 유명한 맹골수도라 인양 작업이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인양 기간이 당초 예상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 

     

  • ▲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에스토니아호 침몰 추모비를 찾은 유가족 레나르트 노르드씨가 실종된 어머니의 이름이 새겨진 부분을 어루만지고 있다. ⓒ조선일보 DB
    ▲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에스토니아호 침몰 추모비를 찾은 유가족 레나르트 노르드씨가 실종된 어머니의 이름이 새겨진 부분을 어루만지고 있다. ⓒ조선일보 DB

    #. 눈물 머금고 인양 포기한 에스토니아호

    앞서 1994년 9월 발트해에서 여객선 'MS 에스토니아호'가 침몰했다. 989명의 승객과 승무원 중 852명이 목숨을 잃은 참사였다. 건져낸 시신은 94구에 불과했다.

    실종자 대부분이 선내에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되면서 인양 요구가 들끓었다. 하지만 84m에 이르는 깊은 수심과 섭씨 10도 수준의 수온이 장벽이었다.

    수습을 책임진 스웨덴 정부는 석 달 뒤 수색을 중단했다. 철학자-법학자 등 가계 원로급 전문가들로 구성된 특별윤리위원회가 해법을 모색했지만, 결국 내린 결론은 "인양 도중 시신 훼손 등으로 온전히 수습하지 못할 바에는 그대로 두는 게 옳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위원회 논의 결과를 그대로 수용했고, 결국 인양을 포기했다.

    #. '아리아케' 말처럼 쉽지 않은 선체 인양

    지난 2009년 11월 일본 미에현 앞바다에서 침몰한 7,910t 규모의 여객선 '아리아케호'의 인양 논의는 처음엔 순조로운 듯 했다.

    29명의 탑승자 전원이 구조된 데다, 선주 역시 선체를 4등분으로 절단한 뒤 들어올리는 방식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듬해 3월 현지 해역의 강한 파도로 선체 앞부분이 부러지며 바다에 빠졌다.

    이 과정에서 화물과 기름이 유출되면서 인근 어장에 피해를 입혔다. 결국 가라앉은 부분을 50~100t짜리 덩어리로 자르는 추가 작업을 거치는 등 난항 끝에 최종 인양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 김진태 "또 다른 희생자 나올 수 있는데"

    세월호 선체 인양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최근 1만t에 이르는 선체를 인양할 경우 원형보존이 어렵다는 점, 천문학적인 인양 비용이 든다는 점, 인양 과정에서 인명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을 들어 '세월호 인양 삼불가론(三不可論)'을 폈다.

    김진태 의원은 작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도 돈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들고 인양과정에서 또 다른 희생자가 발생할 수 있다며 세월호 선체 인양을 반대 한 바 있다.

    특히 그는 비용과 관련해 "해수부에서는 1,000억원 정도 필요하다고 하다고 하지만 실제로 3,000억원 정도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인양비용을) 어디서 또 무리하게 끌어다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 '선체 인양 찬성' 여론 모이는 새누리당

    4.29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 지도부는 일단 선체 인양에 찬성하는 쪽으로 기울어 있다.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는 최근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선체 인양을 주장하며 정부에 조속히 결론을 내릴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당내 초·재선 의원 모임인 '아침소리'에서도 6일 찬성론이 제기됐다.

    하태경 의원은 "세월호 인양은 보수의 가치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수 정권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 국민의 생명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유골이라도 지구 끝까지 찾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이재 의원도 "9명의 실종자를 마지막 한 사람까지 찾는 데 정부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모임 소속 의원들이 선체 인양 촉구 서명운동에 동참할 것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