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장례비, 평균 비용의 반값 적용..중소병원 경영난 악화 반발
  • ▲ 18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설공단의 혁신에 기대와 응원을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뉴데일리 임재섭 기자
    ▲ 18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설공단의 혁신에 기대와 응원을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뉴데일리 임재섭 기자

    서울시설공단이 시민 행복서비스를 창출하는 공기업으로 도약하겠다며 10대 혁신안을 내놓았지만 ‘착한 장례비 프로젝트’와 서울 월드컵경기장 개방 확대 등 일부 정책에 대해 졸속행정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서울시설공단이 18일 밝힌 혁신계획은, 공단이 운영을 맡은 산하기관의 서비스 품질 향상과 공단 내부 경영 혁신 등 두 가지 분야로 정리할 수 있다.

    공단은 산하기관 서비스 품질 향상 혁신안으로 ▲서울 월드컵경기장 개방 확대 ▲서울어린이대공원 ‘777어린이왕국’ 프로젝트 ▲서울시립 승화원 ‘착한 장례비 50% 모델’ 프로젝트 ▲승화원 묘역 역사자원 관광상품 활용 ▲자동차 전용도로 복구 시간 1/4로 단축 ▲지하도 상가 화재 대비 훈련 강화 ▲5개 자동차 전용도로 구조개선 등을 제시했다.

    공단 경영 혁신방안으로는 ▲지방공단 최초 100% 자립경영 실현 ▲스펙초월 채용 전형과 100% 외부 전문가 면접 ▲부패 감시 전문기관으로부터 모니터링 실시 및 원스트라이크 중징계 등을 목표로 정했다.

    공단 혁신안 발표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혁신은 멀리 있거나 거창한 것이 아니며, 시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혁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설공단은 시민의 삶을 챙기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서울의 많은 공간들은 새로운 봄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시설공단이 발표한 혁신안 가운데 일부는, 서민의 부담을 덜어주고 삶의 질을 높인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비현실적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착한 장례비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저수가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병원들의 고사(枯死)를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착한 장례비 프로젝트’는 서울시립승화원, 서울추모공원 등 공단이 운영하는 추모시설을 서울의료원 장례식장과 연계해, 평균 1,198만원인 장례비를 절반 정도로 내리겠다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

    서울시설공단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착한 장례비’는 시설사용료 91만원, 장의용품 173만원, 차량 30만원, 접객비 240만원, 안장비용 60만원 등 총 합계금액 594만원으로 책정됐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청한 현직 장례지도사 A씨는 서울시의 이런 방침에 의문을 나타냈다.

    A씨는 “최근 장례비는 2,000만원 수준이고 많게는 3,000만원을 호가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가격이 꽤 많이 나가는 꽃값도 생략돼 있어, 현재 장례가격의 4분의1 수준으로 장례 예식을 치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어 그는 서울시의 계획이, 저수가로 폐업 위기에 처한 중소병원들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대형 병원들이 저수가에 시달리면서 기본적인 진료업무로는 수익을 내는 경우가 거의 없어, 장례비는 병원의 수익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가격을 떨어뜨리면 가뜩이나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병원들은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

       - 장례지도사 A씨.


    ‘착한 장례비 프로젝트’의 시행이, 중소병원의 경영난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3년 전 무산된 서울시의 반값식당 정책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당시에도 서울시는 홀로 사는 어르신, 고시원 거주자 등 취약계층의 생활고를 덜어준다는 취지에서 반값식당 정책을 추진했으나, 주변 영세 식당들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란 비판이 쏟아지면서 사업 자체가 무산됐다.

    일반 시민들이 월드컵경기장 천연 잔디 위에서 축구를 즐길 수 있도록 경기장을 저렴한 가격에 빌려주고, 경기장 시민참여 프로그램을 10배 확대하겠다는 방침에 대해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시설공단은 “4월부터 11월까지 축구경기 및 문화행사가 없는 날, 월드컵 경기장을 일반시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대관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시설공단은 이를 위해 경기장 대관료를 종전 102만원(평일 주간·2시간 기준)에서 69만원으로 인하할 예정이다. 나아가 직장인 축구대회인 ‘선데이리그’, 어린이 프로그램 ‘잔디야 놀자’ 등 시민참여 프로그램의 횟수를 기존보다 10배 늘리기로 했다.

    공단의 방침은 생활체육 발전이나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경기장을 주로 사용하는 선수들과 체육계의 반응은 온도차가 있다.

    일부 선수들은 불량한 잔디상태로 항상 부상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선수들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FC서울의 한 서포터즈는 “K리그 선수들이 불량한 잔디상태 때문에 부상을 당한 게 한두 번이 아닌데 왜 이런 정책을 자꾸 입안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오성규 서울시설공단 이사장은 “월드컵경기장은 축구전용 대표구장으로 국가대표와 프로축구  K리그 경기 등 1년에 35회만 이용했다”며, “경기가 없는 날 경기장을 적극 활용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어 오성규 이사장은 잔디 훼손 등에 따른 우려에 대해 “잔디의 유지 보수에도 차질이 없도록 꼼꼼히 관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