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영국, 독일 불참 통보, 오바마 대통령도 참석하지 않을 전망 우세
  • ▲ 2005년 5월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2차 세계대전 승전기념식 축하 불꽃놀이를 하는 모습.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2005년 5월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2차 세계대전 승전기념식 축하 불꽃놀이를 하는 모습.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북한, 중국 등과 ‘끈끈한 관계’를 과시하던 러시아 푸틴 정권. 이들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보이콧’이 시작되는 분위기다.

    서방 국가들이 오는 5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식에 불참하겠다고 줄줄이 통보하고 있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데이비드 캐머런 英총리가 러시아 승전 기념식에 불참할 계획이라 밝혔다”고 12일(현지시단) 보도했다. 타스 통신이 전한 英총리실 대변인의 이야기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의 행동에 대한 우리의 우려 등으로 인해 2차 세계대전 승전식 참석 문제를 검토할 것이다. 현재 계획에 따르면 총리가 행사에 참석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타스 통신은 앙겔라 메르켈 톡일 총리도 지난 11일 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식에 불참한다는 뜻을 푸틴 대통령에게 밝혔다고 전했다. 독일 정부 대변인의 이야기다.

    “메르켈 총리는 오는 5월 9일 2차 세계대전 승전식에 참석해달라는 러시아의 초청을 수락할 수 없다. 대신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이튿날인 10일 모스크바를 방문해 함께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하겠다는 제안을 했고 푸틴 대통령이 이를 수용했다.”


    美언론들은 버락 오바마 美대통령과 그 밖의 서방 국가 정상들도 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식에 불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보여준 푸틴 정권의 행태 때문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14년 9월 우크라이나와 휴전 협정을 맺기 직전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따위는 2주면 박살낼 수 있다”고 폭언을 하는 등의 오만한 행태가 드러나면서 서방 국가들의 반발을 샀다.

    이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메르켈 독일 총리, 친러 반군 수장 등과 함께 휴전협정에 서명을 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의 불씨는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여기사 오는 5월 러시아의 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식에 참석하겠다는 국가들이 대부분 舊공산권 국가여서 푸틴 정권의 국제적 고립은 오히려 더 심해질 수도 있어 보인다.

    지금까지 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식에 참석하겠다고 밝힌 국가 정상은 시진핑 中공산당 총서기, 쯔엉 떤 상 베트남 공산당 총서기, 밀로슈 제만 체코 대통령, 극좌파인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김정은 등 20여 명이다.

    이 가운데 김정은이 참석한다는 점도 서방 국가 정상들의 불참에 중요한 요인이 되었을 수 있다.

    이란, 시리아 등 ‘깡패국가’들에 핵무기 기술과 장거리 탄도탄 수출 등을 하면서 국제사회의 합의를 엉망으로 만들고 있는 북한의 김정은을 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식에 초청했다는 점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맞물려 서방 국가 정상들을 화나게 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승전 기념식에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도 참석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많은 수의 러시아계 유대인들을 위한 배려로 보인다는 해석이 많다.

  • ▲ 2005년 5월 2차 세계대전 승전 60주년 기념식 당시 푸틴 대통령 부부와 부시 대통령 부부, 후진타오 中공산당 총서기의 모습.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5년 5월 2차 세계대전 승전 60주년 기념식 당시 푸틴 대통령 부부와 부시 대통령 부부, 후진타오 中공산당 총서기의 모습.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해 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식과 달리 2005년 60주년 기념식에는 미국, 중국, 일본, 독일, 한국 등 53개국 정상이 참석했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초청장을 보냈지만, 한국 정부는 아직까지 참석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러시아의 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식에 참석할 경우 그렇지 않아도 위태로운 한미일 삼각동맹 공조에 균열이 생기는 것은 물론, 박근혜 정부가 친중은 물론 친러 성향을 가진 것으로 해석될 우려가 있다. 

    러시아는 5월 9일을 제2차 세계대전 승전일로 정하고, 매년 기념식을 연다. 이 가운데 승전한 지 10년이 지날 때마다 해외 정상들을 초청해 기념식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