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대남선전선동 주장, 그대로 전파하는 재외종북세력, 실행하는 국내종북세력
  • ▲ 휠체어에 실려가며 자기 주장을 펴는 김기종. ⓒSBS 관련 보도화면 캡쳐
    ▲ 휠체어에 실려가며 자기 주장을 펴는 김기종. ⓒSBS 관련 보도화면 캡쳐

    10일 오후 마크 리퍼트 주한 美대사가 김기종으로부터 테러를 당한 지 닷새만에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서 퇴원했다. 테러범 김기종은 현재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김기종은 발목 골절을 이유로 편안하게 침대에 누워 경찰의 ‘출장조사’를 받았다. 발목 골절 수술도 받았다.

    리퍼트 美대사가 건강하게 퇴원을 하자 국민들의 관심은 다시 김기종에게 향하고 있다. 일각의 주장처럼 ‘개인의 일탈’인지, 아니면 공안 당국이 의심하는 것처럼 배후가 있는 것인지를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김기종이 조직적으로 활동하지는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北선전매체와 재외종북세력의 행태는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비슷하다.


    신은미-이인숙 “김기종이야말로 진정한 보수인사”


    지난 8일 서울 종로경찰서를 찾아 김기종을 면회하고 격려한 범민련 남측본부 고문 출신 김수남 ‘민족련방제 통일추진회의(일명 련방통추)’ 의장의 헛소리는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김수남은 이날 기자들에게 “지구상에서 작전권 없는 나라가 어디가 있느냐” “북한 관련 책 있다고 해서 보안법으로 몰아세우는 것이지 김기종은 종북이 아니다”는 등의 주장을 했다.

    김수남 씨의 경우 이적단체 범민련에서 활동한 사람이니 그렇다 치자. 2014년 12월 국가보안법 위반혐의 등으로 강제추방 당한 재미교포 신은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 대사에게 폭력을 가한 김기종 씨가 좌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한국에 관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보수와 진보의 '엉터리' 구분이다. 일부 언론보도는 미 대사에게 폭력을 행사한 김기종 씨를 좌파로 분류하고 있다. 이 사람이 좌파라고? 지난 행적을 보면 김기종 씨는 ‘극우 민족주의 보수’인 사람이다. 구태여 구분을 하자면 말이다. 이 사람이 어떻게 좌파로 불리우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신은미의 이 글은 페이스북에서 22번 공유됐고, 439명이 좋아요를 눌렀다고 나와 있다.

  • ▲ 북한과 김씨 일가를 찬양하다 추방당한 한국계 미국인 신은미의 페이스북. 김기종을 '우파'라고 주장한다. ⓒ신은미 페이스북 캡쳐
    ▲ 북한과 김씨 일가를 찬양하다 추방당한 한국계 미국인 신은미의 페이스북. 김기종을 '우파'라고 주장한다. ⓒ신은미 페이스북 캡쳐

    재미종북매체로 유명한 ‘민족통신’은 닷새째 김기종의 테러를 두둔하는 기사와 칼럼을 싣고 있다. 그 가운데 백미(白眉)는 자칭 간호사라는 이인숙이 쓴 ‘일베의 테러는 찬양하면서 김기종을 욕하는 비겁한 들쥐들’이라는 제목의 칼럼이다.

    이인숙은 “테러로 말하자면 세계에서 가장 더럽고 흉악한 테러범은 미국”이라고 주장했다.

    이인숙은 리퍼트 주한 美대사의 부상을 염려하는 재미교포 단체들을 향해 “이 비굴한 들쥐들아, 그러면 한국 군대에서 새파랗게 젊은 초병 군인들을 상관들이 때려죽이고 그 부모가 피눈물을 흘릴 때 너희는 과연 무엇을 했더냐”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이인숙은 또한 전북 익산에서 신은미와 황선이 열었던 ‘종북콘서트’ 당시 인화물질을 던진 사건에 대해서도 “당시 곽성준 청년이 리퍼트 美대사보다 더 훨씬 심한 테러를 당해 거의 초죽음 상태에 놓여 있었다”고 주장하며 독설을 퍼부었다.

    참고로 곽성준 씨는 당시 한 청소년이 던진 인화물질로 인해 얼굴과 손에 화상을 입은 사람이다. 하지만 곽 씨가 어느 정도의 부상을 입었는지는 보도된 바가 없다. 리퍼트 美대사보다 더 위험한 지경이었는지도 확인되지 않는다.

    이인숙은 이어 김기종의 리퍼트 美대사 테러를 ‘개인적인 분노를 분출한 단독 행위’로, 전북 익산 종북콘서트에서의 테러를 ‘박근혜 정권의 지원을 받는 일베라는 집단이 폭발물로 대중을 상대로 저지른 잔악한 테러범죄’로 규정했다.

    이인숙은 또한 “다카키 마사로를 추종하는 자칭 보수보다 독도 지킴이를 하면서 일본대사에게 시멘트 덩어리를 던진 김기종이 진짜 보수주의자”라고 주장했다.

    이인숙은 한미연합훈련인 ‘키 리졸브’를 평양을 점령하기 위한 핵전쟁 연습이라며, “황선 같은 진짜 민족주의자, 진짜 애국적 사람들”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인숙은 “테러로 말하자면, 세계에서 가장 더럽고 흉악한 테러범은 바로 미국”이라면서, 김기종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저주를 퍼붓기도 했다. 


    김상일 前한신대 교수
    “김기종은 스파르타쿠스 같은 노예”


    주로 미국에서 활동한다는 김상일 前한신대 교수도 ‘민족통신’에 글을 실었다. 요점은 한국은 미국에게 지배받는 노예들의 사회라는 것이었다.

    김상일 前한신대 교수는 ‘한 노예의 반란일 뿐’이라는 ‘민족통신’ 기고문을 통해 테러범 김기종을 ‘스파르타쿠스’에 비유하며, 한국 사회를 폄하했다. 그의 글 가운데 일부다.

  • ▲ 김상일 前한신대 교수가 재미종북매체 '민족통신'에 기고한 글. 김기종의 테러를 '스파르타쿠스와 같은 노예반란'이라고 주장한다. ⓒ민족통신 화면 캡쳐
    ▲ 김상일 前한신대 교수가 재미종북매체 '민족통신'에 기고한 글. 김기종의 테러를 '스파르타쿠스와 같은 노예반란'이라고 주장한다. ⓒ민족통신 화면 캡쳐

    “…보수 언론과 단체들은 질금 메뚜기 제철 만난 듯이 날뛰고 있다. 그러나 김기종 사건의 답은 간단하다. ‘일제 35년 미제 70년’이라고 현대사를 본다면 답은 간단하다. 미국은 일본과 나라 따먹기 했고(1904년), 1945년부터 우리의 군사 주권을 빼앗아 주군 노릇하고 있고(2015년), 지금까지 전쟁을 부추기며 무기 팔아먹고 있고(국제시장 영화에도 나오는 말), 통일 가로 막고 있고…이 쯤 되면 김기종은 한 노예의 반란일 뿐이지 않겠는가?”


    김상일 前한신대 교수는 또한 김기종의 테러를 비판하는 PD계열 좌파 인사들을 향해서도 독설을 내뱉었다.

    “…지금 우리는 김기종 사건을 두고 어느 선택을 할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다. 노예이면서도 노예인줄도 모르고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이라는 인간 족속과 춥고 배고파도 인간답게 살자는 패는 동서고금 어디에나 있는 법인가 보다.…(중략)…소위 PD라는 진보들은 그렇게도 민족주의를 혐오하더니 김기종을 극단적인 민족주의가 문제라고 하면서 한 가닥 잡고 있다. 진중권, 심상정, 노회찬 등은 제 때를 만난 듯 평소 자기들 주장이 옳았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다. 새정치 연합인들 무엇 하나 다르겠는가?”


    김상일 前한신대 교수는 또한 “해외에 나와보면 남한을 배부른 노예들의 군상 이상으로 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왜 모르냐”면서 한국 사회의 사대주의 정신을 비판했다.

    ‘민족통신’은 이 밖에도 ‘미국대사 피습사건, 그 배경을 파헤친다’는 기획 시리즈를 내보내며 김기종을 띄우고 있다. 그런데 ‘민족통신’을 통해 나오는 주장이나 기사 대부분이 김정은 집단의 선전매체들이 주장하는 것과 대동소이해 눈길을 끈다. 


    北선전매체 “김기종, 안중근 같은 애국지사”


    김정은 집단은 지난 5일 오전, 리퍼트 美대사가 테러를 당한 뒤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TV 등을 통해 논평을 내고, 김기종의 행동을 “전쟁광 미국에게 가해진 응당한 징벌” “미국에 대한 정의의 칼 세례”라고 추켜세웠다.

    지난 8일에는 김기종을 ‘안중근 의사’에 비유하는 발언까지 해 한국 국가보훈처와 보훈단체들을 열 받게 만들었다. 일부 보훈단체는 김정은 집단을 사자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며 난리다.

  • ▲ 지난 5일 김기종이 리퍼트 美대사를 테러한 뒤 北선전매체들은 이를 보도하며 미국과 한국을 조롱했다. 사진은 6일자 노동신문.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5일 김기종이 리퍼트 美대사를 테러한 뒤 北선전매체들은 이를 보도하며 미국과 한국을 조롱했다. 사진은 6일자 노동신문.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8일 북한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이하 조평통)’은 리퍼트 美대사를 향한 테러가 “남녘 민심의 반영이자 항거의 표시” “의로운 행동”이라고 추켜세우면서 “전쟁 책동에 반대하는 행동이 테러라면 안중근 반일애국지사의 의거도 테러라고 해야 하냐”며 억지를 부렸다.

    조평통은 김기종의 테러가 일어난 것은 모두 미국과 한국 탓이라는 이상한 논리도 폈다.

    “한미군사훈련이 진행되지 않았다면 이번 사건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친미사대, 反통일 대결분자들의 망동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다.”


    조평통은 또한 한국 국민 대부분이 김기종을 종북으로 보고 있는 상황에 대해 “남측이 고의로 김기종 씨를 북한과 연계시키고 있다”며 “이는 통일애국세력을 전멸시키고 反공화국 모략소동에 더욱 더 매달리려는 악랄한 기도”라고 떠들었다.

    하지만 경찰 수사가 진행될수록 테러범 김기종의 종북적 성향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경찰이 분석을 위해 압수한 김기종의 자료는 모두 219건에 달한다. 경찰은 지난 9일 7곳의 외부기관에 김기종의 자료에 대한 이적성 여부를 판별해 달라고 의뢰했다. 그 결과 하루 만에 13건의 자료가 이적문건으로 분류됐다.

    경찰과 언론이 이적성 여부에 대해 이견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김기종의 주장은 북한 김정은 집단의 대남선전선동 내용과 흡사하다. 때문에 김기종이 북한 대남사업조직과 연관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개인의 일탈’ vs. ‘배후세력 있는 테러’


    한편 김기종의 리퍼트 美대사 테러 직후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들이 “이번 사건은 개인의 일탈일 뿐이다.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말라”고 주장하면서, 김기종의 테러는 정치적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새민련 일부 의원과 몇몇 좌파 매체들은 김기종의 테러를 ‘개인의 일탈 행위’라며 배후단체가 없으므로 테러행위가 아니라는 주장을 한다. 이들의 논리는 “한 개인이 신념에 따라 저지른 일이므로 정치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 ▲ 김기종 테러 직후 새정치민주연합 등은 "이번 사건은 개인의 일탈일 뿐"이라며 "정치적 해석은 자제하자"고 주장했다. 2013년 RO 사건 당시에도 통진당은 "이석기 개인의 행위에 불과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2014년 통진당과 RO 사건 관련 채널A 보도화면 캡쳐
    ▲ 김기종 테러 직후 새정치민주연합 등은 "이번 사건은 개인의 일탈일 뿐"이라며 "정치적 해석은 자제하자"고 주장했다. 2013년 RO 사건 당시에도 통진당은 "이석기 개인의 행위에 불과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2014년 통진당과 RO 사건 관련 채널A 보도화면 캡쳐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테러’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타인에게 공포감(Terror)을 조성하는 행위를 말한다. ‘테러’인지 아닌지를 구별하는 핵심은 ‘정치적 목적’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정신병자의 무차별 총기난사와 테러조직의 암살 중 후자를 테러라고 부르는 것이다.

    10일에는 경찰이 새민련 의원과 좌파 매체들의 입이 쏙 들어갈 증거를 찾아냈다. 김기종의 집에서 이적단체들이 모인 연대단체 ‘전쟁반대 평화실현 국민행동’의 5차 대표자 회의 회의록과 이적단체 범민련이 2003년에 발행한 책들을 찾아낸 것이다.

    특히 ‘전쟁반대 평화실현 국민행동’은 한미연합훈련, 한미일 삼각동맹의 정보공유에는 게거품을 물고 반대하는 반면 中공산당의 내정간섭적 발언이나 협박에는 찍 소리도 하지 않는 민권연대, 범민련 등 이적단체들과 2014년 12월 해산된 舊통진당 당원들이 모여 반미시위를 하는 단체다.

    실제 김기종도 ‘전쟁반대 평화실현 국민행동’이 광화문에서 벌인 시위에 참가한 바 있다. 해당 장면은 한 통신사의 사진으로 주요 매체를 통해 소개된 바 있다.

    또 하나 눈여겨 볼 부분은 김기종이 리퍼트 대사를 테러하기 한 달 전에 北대남선전사이트 ‘우리민족끼리’가 한미연합훈련과 ‘사드’ 미사일 배치 등을 이유로 리퍼트 대사를 살해하겠다는 식으로 협박을 했다는 점이다.

    국내 우파진영은 이것이 이석기가 2013년 3월 개성공단 폐쇄령을 듣고 RO 비상소집을 한 것처럼, 김기종에 대한 ‘지령’이 아니냐고 보고 있지만, 아직까지 확실하게 드러난 증거는 없다.
     

  • ▲ 경찰은 김기종이 가진 문건 가운데 '전쟁반대 평화실현 국민행동'이라는 단체의 회의록을 찾아냈다. 이 단체에는 여러 이적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채널A 관련 보도화면 캡쳐
    ▲ 경찰은 김기종이 가진 문건 가운데 '전쟁반대 평화실현 국민행동'이라는 단체의 회의록을 찾아냈다. 이 단체에는 여러 이적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채널A 관련 보도화면 캡쳐

    아무튼 앞서 본 것처럼 北선전매체를 통한 대남선전선동은 해외종북세력에게 먼저 전달된다. 해외종북세력들의 메시지는 SNS, 온라인 등을 통해 국내종북세력에게 전달된다. 국내종북세력은 이 메시지에 따라 ‘실행’을 하는 것이 아닐까.

    김기종을 그저 단순히 정신이상자나 과격분자 정도로 보기 어려운 점을 정리하면 이렇다.

    그의 주장이 이적단체나 북한 김정은 집단의 선전선동과 거의 대부분 일치하고, 민주평통 자문위원,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성공회대 외래교수 등 다양한 사회활동을 벌였던 경력이 있다는 점, 최근까지도 이적단체들과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는 점, 야당과 좌파 성향 시민사회단체, 언론 등에 광범위한 인맥이 있다는 점 등이다.

  • ▲ 김기종이 통일부 통일교육위원으로 활동했던 시기. 통일교육위원은 초중고교에 가서 학생들에게 '통일교육'을 한다. ⓒ채널A 관련 보도화면 캡쳐
    ▲ 김기종이 통일부 통일교육위원으로 활동했던 시기. 통일교육위원은 초중고교에 가서 학생들에게 '통일교육'을 한다. ⓒ채널A 관련 보도화면 캡쳐

    이런 점에서 보면 국내종북세력은 김기종을 ‘만일의 사태에 활용할 연(鳶, Kite)’으로 활용한 게 아닌가 의심된다.

    ‘연(鳶, Kite)’이라는 단어는 냉전 시대 첩보기관들끼리 사용하던 단어로, 적성국 요인을 암살하거나 사보타지 등을 벌일 때 정규요원이나 군인이 아니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민간인을 대가를 주고 고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고용된 사람과 고용한 첩보기관 간에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것처럼 증거를 없애, 테러를 당한 측에서는 수사에 애를 먹는다. 

    김기종도 이런 ‘연’일 가능성은 없을까. 심각한 생활고를 몇 년 째 겪었던 김기종이 다른 이적단체를 통해 ‘의뢰’를 받고, 테러를 저질렀을 가능성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