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해외유학 다녀온 30~40대…인민군 고위층 자녀와 ‘충돌’ 분위기
  • 과거 에릭 클립톤의 공연을 보기 위해 싱가포르를 찾았던 김정철. 주변 인물들이 봉화조 멤버라고 한다. ⓒ당시 KBS 보도화면 캡쳐
    ▲ 과거 에릭 클립톤의 공연을 보기 위해 싱가포르를 찾았던 김정철. 주변 인물들이 봉화조 멤버라고 한다. ⓒ당시 KBS 보도화면 캡쳐

    ‘봉화조’

    김정일 측근들의 자녀들이 만든 사조직이다. 2000년 초반 김정일의 둘째 아들 김정철이 중심이 되어 권력층 자녀들과 함께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은 스위스 등에서 해외유학을 마친 30~40대라고 한다.

    최근 북한 내에서 ‘봉화조’의 각종 비리가 드러나 권력층 내부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세계일보가 26일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익명의 북한 소식통을 인용, “봉화조에 속한 이들이 최근 외화횡령 등 각종 비리 혐의에 연루돼 내사를 받는 등 지배계층 내 이권다툼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이 같이 전했다.

    세계일보가 말한 ‘봉화조’에는 김정일 비자금 관리인이었던 리 철 前스위스 대사의 장남 리일혁, 강석주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의 장남 강태성, 조명록 前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장남 조성호, 오극렬의 차남 오세현,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 부장의 장남 김 철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 가운데서도 특히 오세현과 김 철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에 다르면 2014년 말 오세현과 김 철이 동남아 보석광산을 매입해 공장을 지은 뒤 고의로 부도를 내고 거액을 빼돌린 뒤 현지 은행에 보관해오다 적발됐다는 것이다. 

    김 철의 경우 2014년에도 중국산 원자재 수입 및 유통에 개입해 막대한 이권을 챙긴 혐의로 특별조사를 받은 바 있어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2014년 김 철이 조사를 받을 당시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중국과의 생필품 무역을 하던 황병서의 수양딸이 “사업에 문제가 있다”고 노동당에 의해 지적받아 곤란해지자 군부가 이런 형국을 뒤집기 위해 ‘봉화조’를 노리고 진정을 넣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세계일보와 접촉한 대북 소식통도 이런 맥락에서 ‘봉화조’와 북한군 간의 파벌 싸움이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北고위층 자녀들의 사조직 '봉화조'의 행실은 형편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파티에서 필로폰을 복용한다는 소문도 있었다. ⓒ당시 TV조선 보도화면 캡쳐
    ▲ 北고위층 자녀들의 사조직 '봉화조'의 행실은 형편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파티에서 필로폰을 복용한다는 소문도 있었다. ⓒ당시 TV조선 보도화면 캡쳐

    세계일보는 전문가를 인용, 이런 ‘내부갈등’ 때문에 최근 김정은이 노동당 정치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 참석해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하는 내용의 결정서를 채택했다며 “봉화조와 군부의 파벌 싸움, 봉화조 내부의 다툼이 북한의 내부균열로 번져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을 허물 수도 있다”고 풀이했다.

    하지만 ‘봉화조’든 북한 인민군 수뇌부 자녀들이든 김정은과 김정철을 누르고 권력을 잡으려 할런지는 의문이다. 북한 체제에서 김씨 일가를 제외한 권력은 ‘정통성’을 얻지 못하기에 ‘봉화조’와 군 수뇌부 자녀들 간의 ‘알력’은 일종의 ‘충성경쟁’ 수준에서 그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 일각에서 ‘봉화조’를 중국 공산당 고위층 자녀들로 이뤄진 ‘태자당’으로 비교하는 것도 실은 무리가 있다.  

    북한의 ‘봉화조’는 김씨 일가인 김정철을 빼면 ‘부와 권력’을 누릴 수 없는 구조인 반면, 중국 태자당은 같은 고위층 자녀라 해도 상하이 출신이 아니거나 실각한 관료의 자녀는 함께 권력이나 부를 차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