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NightCrawler 포스트 ⓒ뉴데일리 사진DB
    ▲ NightCrawler 포스트 ⓒ뉴데일리 사진DB

    얼마 전 미국에서 특이한 직업을 다룬 한 영화가 개봉했고 이 영화는 주인공 ‘루이스블룸’역을 영혼까지 연기한 제이크 질렌할의 명연기와 함께 북미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그럼 나이트 크롤러가 어떤 직업인지 알아보자.

  • ▲ 스트링거(STRINGER,NightCrawler) 취재차량 ⓒ뉴데일리 태상호 전문기자
    ▲ 스트링거(STRINGER,NightCrawler) 취재차량 ⓒ뉴데일리 태상호 전문기자

    ‘나이트 크롤러’는 프리랜서 범죄전문 취재기자들을 뜻한다.  그들 자신은 ‘나이트크롤러’보다는 ‘스트링거’라고 불리기를 원한다. 

    그들의 활동 무대는 영화와 같은 대도시, 그리고 활동 시간은 모두가 잠든 밤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이다.  이들이 이 시간 대에 활동을 하는 이유는 이 시간대가 이들에겐 블루오션이기 때문이다. 

    전국방송이나 지역방송 모두 제대로된 취재팀과 취재차량을 가지고 있지만 이들에게는 퇴근 시간이 존재한다.  물론 방송국에 따라 주간팀과 야간팀을 운영하기도 하고 야간전문 뉴스채널이 생기기도 했지만 11시부터 다음날 해가 뜰 때까지는 도시는 이들의 활동 무대가 된다. 

    스트링거들은 때로는 홀로 때로는 그룹을 이루면서 활동하기도 한다.  특히 요즘 트랜드는 팀을 이뤄서 소규모 회사를 만들고 퇴역 경찰이나 관계자들을 고용해 디스패치를 시키는 경우도 있다. 

    스트링거들이 현장에서 취재한 영상과 사진들은 원하는 지역방송이나 전국뉴스망을 통해 판매가 된다.  뉴스꼭지의 가치에 따라 따라 틀려지지만 대부분 지역방송의 경우 한 방송국 당 약 $X00-X00, 전국 뉴스망은 한 방송국 당 약 $X00-X,000 선으로 책정되어 있고 사건의 사안에 따라 이 가격은 달라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내가 촬영한 뉴스꼭지를 다음날 5개의 지역 방송과 2개의 전국 뉴스망에서 방송했다면 최소 $X,X00에서 최대 $X,X00 정도 비용 책정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 ▲ 스트링거(STRINGER,NightCrawler) 취재차량 ⓒ뉴데일리 태상호 전문기자
    ▲ 스트링거(STRINGER,NightCrawler) 취재차량 ⓒ뉴데일리 태상호 전문기자

    스트링거들의 장비는 의외로 간단하다.  빠른 현장 도착을 위해 차량은 필수인데, 취재차량은 이들의 안전과 특종에 직결되기 때문에 이들은 되도록 튼튼하고 빠른 차량을 선호한다. 

    경험이 많은 스트링어들은 특히 경찰차와 유사한 차량모델을 선호하며 차량번호판도 시에서 발행한 취재차량용 번호판을 다는 경우가 많다.  차량과 함께 필수적인 취재 장비 중에 하나가 바로 경찰이나 소방의 출동무전을 스캔해서 수신이 가능한 스캐너 무선장비가 필수이다. 

    특히 LA 같은 대도시의 경우 각지역별로 다른 사법기관이 존재하고 각각 다른 종류의 무전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차량에 5대 정도의 스캐너를 실고 다니는 경우도 많다.

  • ▲ 스트링거(STRINGER,NightCrawler) 취재차량 ⓒ뉴데일리 태상호 전문기자

    차량과 무전스캐너 만큼 중요한 장비가 바로 취재용 카메라와 GPS 네비시스템이 장착된 차량용 노트북이다. 

    취재용 카메라는 프리랜서마다 사용하는 기종이 틀리지만 기본적으로 방송용 수준의 비디오카메라에 마이크 그리고 LED 조명을 설치하고 다닌다.  장시간 촬영에 필수적인 삼각대 역시 필수 장비이다.  카메라 자체가 중요한건 아니지만 프리랜서인 이들에겐 카메라의 브랜드나 전문성이 신뢰도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한다. 

    대도시 일수록 매체 관계자들의 모습을 자주 접하기 때문에 카메라의 종류에 따라 관계자들이 주는 협조가 달라진다고 한다.

  • ▲ 스트링거(STRINGER,NightCrawler) 영상취재 현장 ⓒ뉴데일리 태상호 전문기자
    ▲ 스트링거(STRINGER,NightCrawler) 영상취재 현장 ⓒ뉴데일리 태상호 전문기자

    기자는 LA지역에서 활동하는 스트링어 회사 중에 하나인 On Scene TV사의 소속 스트링거의 차량에 동승해 이들을 밀착 취재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On Scene TV의 사주는 Zak Holman씨로 올해 서른이 넘지 않는 젊은 나이였다.   그는 이미 이 계통에서 8년간 근무한 경력이 있으며 그의 취재로 인해 지역의 골칫거리였던 방화범을 검거했던 일로 지역 경찰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 ▲ 스트링거(STRINGER,NightCrawler) 차량 ⓒ뉴데일리 태상호 전문기자
    ▲ 스트링거(STRINGER,NightCrawler) 차량 ⓒ뉴데일리 태상호 전문기자

    10:40분 포드사의 파란색 크라운 빅토리아 차량약속 장소에 나타났다.  취재차량 번호판이 없었다면 누가 봐도 미국 사법기관에서 많이 사용하는 차량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이날 동승해서 취재할 스트링거는 존 구달씨로 스트링거 경력 1년에 미육군에서 복무한 경험이 있는 프리랜서였다.   그는 필자에게 방탄베스트를 건내줬다.  이라크, 아프간에서 취재할 때 언제나 입었던 방탄베스트였지만 전쟁터도 아닌 LA에서 방탄베스트를 착용하고 취재를 한다는 것이 새로웠다. 

    그의 차량 내부에는 4대의 무전기 스캐너, 기사송부, GPS, 네비 시스템이 가능한 노트북, 경광등, 야광점퍼,가 있었고 차량 트렁크에는 취재 카메라와 함께 취재장비가 적재되어 있었다. 

    존의 지역은 LA에서도 유명한 범죄지역인 사우스LA 지역이었다.  이 지역은 LAPD에서 77번 구역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갱단 간의 전쟁 그리고 마약과 매춘이 일어나는 곳으로 유명하다.  존에게 영화 나이트클롤러와 현실의 차이에 대해 물어봤다. 

  • ▲ 영화 나이트크롤러에 나오는 LA한인타운  ⓒ뉴데일리 사진DB
    ▲ 영화 나이트크롤러에 나오는 LA한인타운 ⓒ뉴데일리 사진DB

    “영화 나이트클롤러는 우리의 직업을 영화적인 요소를 가미해 부풀려 놓은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우리는 직업상 지역 사법기관이나 구조기관원들과 매번 마주치고 가끔 다투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든걸 상식적인 선에서 끝내지요.  가끔 미디어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한 대원들과 마주치면 문제가 생기기도 하지만 법적으로 보장받은 취재원 증서와 함께 활동을 하면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 ▲ 범죄 현장으로 이동중인 취재차량  ⓒ뉴데일리 태상호 전문기자
    ▲ 범죄 현장으로 이동중인 취재차량 ⓒ뉴데일리 태상호 전문기자

    무전을 듣던 존의 차량이 갑자기 빨라졌다.  존은 LA보안관국 소속 경관이 교통사고와 연관되었다는 무전이 들어왔다면서 재빨리 차를 몰았다.  존의 차는 이미 법정 최고 속도보다 20마일을 더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스트링거들에게는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사건이 진행되는 시점에 다른 스트링거보다 빨리 현장에 도착해 방송사들의 구미가 땡길 장면을 카메라에 담아 그걸 빨리 전송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속도 경쟁은 사실 양날의 검이었다.  가끔 이들의 속도 경쟁은 교통사고로 이어지기도 하고 과속으로 인한 벌금을 발급 받기도 한다. 

    사고 현장에 도착하니 이미 현장은 정리 중이었다.  허탕이었다.  할 수 없이 존은 차량을 되돌렸다.

    • 존에게 이 직업의 매력에 단점에 대해 물었다.
      “매력이라면 아무래도 돈이죠.  우린 월급이 없습니다.  대신 사건 현장을 잘 잡으면 하루에도 많은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제 경우엔 최근 가장 많이 번 날 1500불을 벌었습니다.  매일 그런 일이 벌어지진 않지만 한 달에 몇 번만 그런 날이 있으면 우린 두둑한 용돈을 벌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엔 주간엔 결혼사진을 찍습니다.  다른 친구들도 대부분 주간에는 다른 일을 하죠.  그리고 이 직업의 장점은 출퇴근 시간이 자유롭다라는 겁니다.  또다른 매력은 누구도 보지 못하는 이 도시의 이면을 누구보다 먼저 보게 된다라는 점입니다.  매일 매일이 다른 날이기 때문에 언제나 흥분됩니다.
      단점이라면 밤에 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합니다.  새벽 6시까지 일하고 들어가면 적어도 오전 10시까지는 자야 하고 특히 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주말엔 밤에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친구나 가족 행사에 가기 힘이 듭니다.“

     

    기자가 동승한 날 의외로 사우스LA 지역에 많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존은 최근 갱단 간의 화해 무드로 인해 지금 휴전 분위기이고 일반적인 범죄자들도 이들의 무드를 헤치지 않기 위해 조심하고 있을 거라고 했다.  사우스LA의 경우 날씨가 풀리는 늦은 봄부터 초가을까지 범죄가 증가하고 늦가을부터 겨울 그리고 초봄까지는 범죄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스트링거들이 좋아하는 대기 장소는 꽁짜 인터넷 와이파이가 잡히고 화장실 이용이 가능한 장소이자 사건이 생기면 급발진이 가능한 장소이다.  차량을 떠날 수 없는 이들은 근무시간 대부분을 차량에서 보낸다.   3시가 넘어가자 슬슬 피곤이 밀려왔다.  존 역시 커피로 잠을 쫓고 있었다. 

  • ▲ 가택 수색중인 LAPD  ⓒ뉴데일리 태상호 전문기자
    ▲ 가택 수색중인 LAPD ⓒ뉴데일리 태상호 전문기자

    대기장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헬기 한 대가 나타났다.  헬기는 자리를 맴돌더니 갑자기 서치라잇으로 한  을 비치기 시작했다.  경찰 무전을 들을수 있는 스캐너에선 아무 무전이 들어오지 않았다.  경험 상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직감한 존은 현장으로 재빨리 차를 몰았다.  현장에 도착하니 소속이 정확하지 않은 경찰들이 가택을 수색하고 있었다. 

  • ▲ 스트링어 존 구달 기자  ⓒ뉴데일리 태상호 전문기자
    ▲ 스트링어 존 구달 기자 ⓒ뉴데일리 태상호 전문기자

    그들은 LA IMPACT이라는 LA지역 다수의 사법기관 소속 엘리트 대원들로 구성된 특별범죄수사팀으로 주로 마약단속, 매춘, 인신매매, 범죄조직을 수사하는 일종의 테스크 포스였다.  그들의 모든 작전이 비밀리에 이뤄지기 때문에 일반 경찰망에 무전이 들어오지 않은게 당연했다. 

    이날 그들은 멕시코 마약 카트텔의 현지 마약 운반책의 아지트를 수색하는 과정이었고 뜻하지 않게 이날 이들의 작전을 존이 카메라에 담을수 있게 된 것이었다. 

    LA IMPACT의 관계자는 존에게 다가와 사건 현장에서 100피트 떨어져서 취재를 할 것 그리고 LA IMPACT 소속 대원들의 얼굴에 모자이크를 처줄것을 요청했다.  존의 촬영은 새벽 6시까지 계속되었다.  IMPACT 대원들이 가택을 수색하고 증거물을 가지고 나오는 것까지 영상에 담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 ▲ 스트링어 존 구달 기자  ⓒ뉴데일리 태상호 전문기자
    ▲ 스트링어 존 구달 기자 ⓒ뉴데일리 태상호 전문기자

    스트링거들을 취재하면서 기자는 일종의 동질감을 느꼈다.  영화 나이트크롤러에 나왔던 특종과 자극적인 영상에 목숨을 걸고 필요하다면 현장을 훼손을 하고 동료를 죽여서라도 욕심을 채우는 ‘루이스 블룸’은 현실에 없었다. 

    현실의 나이트크롤러들은 일반적인 취재기자와 다를바가 없었다.  모든 주요매체 기자와 취재팀이 퇴근한 빈자리를 채우는 프리랜서 취재기자들이 바로 그들의 본모습이었다.

    현재 LA 지역에는 4개의 스트링어 회사가 있고 80여명의 프리랜서 기자들이 활동 중이다. On Scene TV는 이 중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회사 중에 한 곳이며 20여명의 프리랜서 스트링거들이 활동하고 있다. 

    (미국 LA-태상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