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카에다' 연계했던 북아프리카, 중동, 호라산 지역, 동남아 테러조직까지 IS에 '충성'
  • ▲ 15일(현지시간) 리비아 ISIS 지부가 공개한, 이집트 콥트교도 21명 참수살해 영상. ⓒISIS 선전영상 캡쳐
    ▲ 15일(현지시간) 리비아 ISIS 지부가 공개한, 이집트 콥트교도 21명 참수살해 영상. ⓒISIS 선전영상 캡쳐

    15일(현지시간), 이집트 콥트교도 21명을 바닷가에서 참수, 살해한 테러조직. 이들도 ISIS 추종세력들이었다.

    일부 국내 언론들은 테러조직 ISIS가 이라크와 시리아에 국한돼 활동하는 듯 보도하고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美의회가 오바마 대통령이 요청한 ‘제한적 무력사용권’에 대해 “너무 부족하다”고 평가하는 것도 ISIS의 세력이 매우 커졌기 때문이다.

    테러조직 ISIS가 2014년 9월, 이라크와 시리아 일대를 휩쓸고 난 뒤 스스로 ‘이슬람 국가’를 참칭한 뒤 세계 각국의 이슬람 테러조직들이 줄이어 이들에게 ‘충성맹세’를 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충성맹세들을 살펴보면, 북아프리카와 이집트를 잇는 마그렙 지역, 동아프리카의 소말리아, 중동의 아라비아 반도와 시나이 반도 일대, 이란 북부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아프가니스탄을 잇는 호라산 지역, 동남아시아의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남쪽 지역에서 활동하던 테러조직들이 모두 ISIS에 충성 맹세를 했다.

    이들 가운데 대부분이 과거 알 카에다와 연계했던 조직들이라는 점은 눈길을 끈다.

  • ▲ 아라비아 반도를 중심으로 한 중동 지도. 지도 속 나라 대부분에 ISIS 지지세력들이 있다. ⓒ한국컴퓨터선교회 홈페이지 캡쳐
    ▲ 아라비아 반도를 중심으로 한 중동 지도. 지도 속 나라 대부분에 ISIS 지지세력들이 있다. ⓒ한국컴퓨터선교회 홈페이지 캡쳐

    튀니지에서 활동하는 ‘준드 알 칼리파’의 옛 이름은 ‘알 카에다 마그렙 지부(AQIM)’다.

    이집트와 이스라엘에 걸쳐 있는 시나이 반도에서 활동하는 ‘시나이 주(州, Province)’라는 조직은 한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폭탄 테러를 저질렀던 ‘안사르 베이트 알 마크니스’가 ISIS에 충성맹세를 한 뒤 바꾼 이름이다.

    아라비아 반도 상황도 비슷하다. 최근 후티 반군으로 인해 무정부 상태가 빚어진 예멘에서는 ‘알 카에다 아라비아 반도 지부(AQAP)’가, 요르단에서는 ‘타우히드 지하드’라는 단체가 ISIS에게 충성맹세를 했다.

    ‘호라산 지역’으로 불리는, 이란 북부와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중앙아시아 상황도 비슷하다. 파키스탄 탈레반(TPP)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 ISIS에게 충성맹세를 하며, 다시 테러를 저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나이지리아의 ‘보코하람’도 이름을 ‘이슬람 국가’로 바꿨고, 소말리아에서 해적들을 배후조종하고, 케냐 나이로비 쇼핑몰에서 테러를 저질렀던 알 샤바브도 ISIS에 충성맹세를 했다.

    최근에는 동남아시아에서도 ISIS에게 충성하는 테러조직들이 활개치고 있다. 가장 눈에 띠는 곳은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지역. 기존에는 알 카에다와 연계했던 테러조직 아부 샤아프는 이 지역에 온 외국인을 납치하고, 자국민을 무차별 살해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일대의 섬에서 활동 중인 제마 이슬라미야 또한 ISIS를 지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정부가 이들을 색출, 소탕하고자 노력 중이지만 큰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 인도네시아의 한 단체가 ISIS에 대한 충성맹세를 하는 모습. 인도네시아 정부는 현재 이들을 추적 중이다. ⓒ스트레이트 타임스 보도화면 캡쳐
    ▲ 인도네시아의 한 단체가 ISIS에 대한 충성맹세를 하는 모습. 인도네시아 정부는 현재 이들을 추적 중이다. ⓒ스트레이트 타임스 보도화면 캡쳐

    테러조직 ISIS를 지지하는 세력들은 유럽에서도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터키에는 이미 ISIS의 지부 13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수도 앙카라에서도 ISIS를 지지하는 세력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1월 7일(현지시간) ‘샤를리 엡도’ 테러를 겪은 프랑스에는 ‘외로운 늑대’형 테러리스트와 근본주의 무슬림 조직들이 ISIS를 지지하고 있다. 영국에서도 수니파 근본주의 단체들이 ISIS를 지지하며 비밀리에 활동을 벌이고 있다.

    테러조직 ISIS를 격퇴하기 위한 국제동맹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벨기에,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에서도 ISIS를 지지하는 ‘외로운 늑대’형 테러리스트들이 서서히 활동하고 있다.

    지난 1월 15일(현지시간) 벨기에 동부도시 베르비에에서 일어난 대테러 부대와 테러리스트 간의 총격전, 2월 14일과 15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 일대에서 일어난 연쇄 총격테러 또한 테러조직 ISIS와 연계되었거나 지지하는 세력들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때문에 유럽 각국과 중앙아시아, 파키스탄과 인도,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은 테러조직 ISIS 격퇴와 함께 자국 내에 거주하는 수십만 또는 수백만 명의 무슬림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 ▲ 세계 각국의 무슬림 인구 비율. 이들 중 0.1%만 ISIS를 지지해도 세상은 혼돈 속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컴퓨터선교회 홈페이지 캡쳐
    ▲ 세계 각국의 무슬림 인구 비율. 이들 중 0.1%만 ISIS를 지지해도 세상은 혼돈 속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컴퓨터선교회 홈페이지 캡쳐

    하지만 美정부는 ISIS 사태를 이라크와 시리아 중심으로 국한시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어, 美의회로부터 많은 우려와 비판을 사고 있다.

    오바마 정부가 보는 테러조직 ISIS의 규모는 이라크, 시리아 일대에서 활동하는 2~3만여 명. 때문에 국제동맹군의 공습과 쿠르드 민병대 훈련, 최정예 특수부대의 ISIS 지도부 ‘사냥’ 작전만으로도 현재 상황을 충분히 수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무슬림의 위협을 강조하는 북유럽 국가와 동남아 국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ISIS에 지지하는 무슬림이 전체의 0.1%만 되어도 상상하기 어려운 위협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세계 16억 무슬림 가운데 0.1%라 해도 160만 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라크, 시리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터키, 수니파 근본주의자들이 다수인 사우디아라비아, 팔레스타인 지역 등에서는 ISIS에 가담하려는 ‘외국인 전사’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고 있어 이라크와 시리아만 ‘평정’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美정보전문가들도 이런 유럽과 중동, 아시아 국가들의 우려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美정보기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테러조직 ISIS가 세계 곳곳에서 빠른 속도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美정보전문가들은 ISIS가 2001년 9.11테러를 일으킨 알 카에다와는 달리 ‘진입장벽’을 낮춰 ‘외국인 병사’들의 모집을 용이하게 만들고, 더욱 잔인한 수법의 테러를 저지르도록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2011년 5월 두목인 오사마 빈 라덴이 美특수부대에 의해 사살된 뒤 위세가 쭈그러든 알 카에다 대신 ‘국가’를 선포한 ISIS와 연계해 자신들의 세력을 과시하려는 테러조직들이 앞 다투어 제휴를 신청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 ▲ 2011년 5월 오사마 빈 라덴 사살 뒤 잠잠하던 파키스탄 탈레반(TPP)은 ISIS가 '이슬람 국가' 선포를 한 뒤부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사진은 파키스탄 탈레반이 ISIS에 충성맹세를 하는 모습. ⓒTPP 선전영상 캡쳐
    ▲ 2011년 5월 오사마 빈 라덴 사살 뒤 잠잠하던 파키스탄 탈레반(TPP)은 ISIS가 '이슬람 국가' 선포를 한 뒤부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사진은 파키스탄 탈레반이 ISIS에 충성맹세를 하는 모습. ⓒTPP 선전영상 캡쳐

    美정보전문가들의 의견은 오바마 정부의 수뇌부 의견과는 일치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15일(현지시간), 자칭 ‘ISIS의 리비아 지부’라는 단체가 인터넷과 SNS에 공개한 ‘참수영상’은 정보전문가들의 견해가 더욱 설득력이 있음을 보여준다.

    ‘ISIS 리비아 지부’는 리비아의 한 해변가에서 21명의 이집트 기독교도(콥트교도)를 리비아 해변가에서 참수, 살해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제목은 ‘십자가 국가(서방 국가)들에게 보내는 피로 새긴 메시지’였다. 

    ‘재스민 혁명’ 이후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들의 최종 목표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양문명의 제거’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