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지난해 6월 핵잠 과학자 불러 연회 열고 '개발' 재촉
  • 러시아 빅터급 잠수함.ⓒ러시아해군
    ▲ 러시아 빅터급 잠수함.ⓒ러시아해군


    북한이 비밀리에 핵(원자력)추진 잠수함을 개발하고 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최근 뉴데일리가 단독 입수한 대북소식통 문건에 따르면, 북한은 함경남도 신포시 마양도에 위치한 마양도해군기지에서 핵추진 잠수함 개발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의 핵잠수함 개발은 김정은의 직접 지시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은 지난해 6월 14일, 함경남도 낙원군 서호리에 위치한 특각(김정일 별장)에서 해군 관계자와 핵 잠수함 개발자를 불러 연회를 열고, 2016년까지 핵잠수함 개발을 끝내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은 당시 연회에서 “2016년까지 (핵)잠수함의 추진동력으로 사용될 고농축 우라니움(우라늄)을 핵 동력화 사용연료로 전환시키는 작업을 끝내라”며, “하루빨리 핵잠수함 개발을 마쳐 핵 강국의 위력을 보여주자”고 지시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김정은이 연회를 연 서호리 별장은 핵잠수함 개발 현장으로 지목된, 마양도 북한군 동해 함대사령부까지 지하도로로 연결돼 있다.

  • 북한 서호리 김정일 별장.ⓒblog.donga.com/sulak123
    ▲ 북한 서호리 김정일 별장.ⓒblog.donga.com/sulak123


    대북소식통의 문건을 보면, 북한은 설계단계부터 핵잠수함을 독자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구소련이 생산한 3,500톤급 잠수함을 들여와 개조하는 방식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문건에는 구체적인 잠수함의 종류까지 언급돼 있지 않지만, 만재 배수량이 3,500톤급이란 점에서 구소련이 사용한 ‘골프급’으로 추정된다.

    특히 문건은 북한이 개조 중인 잠수함이 1척이 아니라 3척이라고 밝히고 있다.

  • 구소련 골프-II급 잠수함.ⓒfas.org
    ▲ 구소련 골프-II급 잠수함.ⓒfas.org


    이번 문건은 작성자가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활동대상으로 하는 북한당국자와 접촉한 뒤, 그 내용을 바탕으로 만든 것으로 보여 신빙성을 더 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6월 16일, 김정은이 마양도에 위치한 '제167 잠수함 부대'를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시점을 보면 이 시기 김정은은 북한 해군기지 일대를 시찰하면서, 핵잠수함 개발자 등을 만난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우리 군 당국은 이같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 사진은 북한 김정은이 지난해 6월 16일 노동신문 사진으로 167부대를 시찰한 모습이다. 김정은이 잠수함의 망루(turret)에 올라 전방을 응시하는 모습.ⓒ연합뉴스
    ▲ 사진은 북한 김정은이 지난해 6월 16일 노동신문 사진으로 167부대를 시찰한 모습이다. 김정은이 잠수함의 망루(turret)에 올라 전방을 응시하는 모습.ⓒ연합뉴스


    ◇ 국내 전문가 "북한 핵잠수함 개발 '충분히' 가능성 있다"

    군사전문가는 북한의 핵잠수함 개발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양욱 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북한 핵잠수함 개발 정보와 관련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북한의 전술을 미루어 볼 때 김정은 정권의 의지가 확인된 것”이라며, 핵잠수함 개발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양욱 위원은 “북한의 잠수함 전력이 숫자상 우리해군을 앞서지만 북한의 잠수함은 단기작전만 가능해 전략적 가치가 떨어진다”며, “이런 열세를 핵잠수함으로 만회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해군 잠수함사령부 소속 214급(1,800톤)잠수함.ⓒ해군
    ▲ 해군 잠수함사령부 소속 214급(1,800톤)잠수함.ⓒ해군


    국내 최고 잠수함 전문가로 꼽히는 문근식 국방과학연구소 전문연구위원도, 북한 핵잠수함 개발 정보에 대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근식 위원은 “이미 핵탄두를 완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핵잠수함을) 개발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며, “북한 핵 개발 능력은 상당한 수준이기 때문에 북한에게 잠수함 탑재용 소형 원자로 개발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 핵 개발의 궁극적 목표는 핵 미사일을 탑재한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보유하는 것이라고 핵 잠수함 개발 배경을 분석했다.

  • 한국형 중소형 원자로.ⓒ한국원자력 연구원
    ▲ 한국형 중소형 원자로.ⓒ한국원자력 연구원


    문 위원은 “북한이 원자력 추진(핵) 잠수함을 개발하고 거기에 핵탄두 미사일을 가지게 된다면 핵무기에서는 미국과 동급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다만 함정에 탑재하는 원자로 최적화(소형화) 기술은 진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위원은 한국도 원자력 추진(핵) 잠수함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2020년을 목표로 추진 중인 해군 ‘장보고-III’(3,500톤급) 디젤 잠수함을 수년 내에 원자력 추진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 핵잠수함 개발 20년 전부터 준비

    북한의 핵잠수함 개발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은 이것만이 아니다. 북한은 그동안 디젤 잠수함 개발을 통해 핵잠수함 개발능력을 축적해 왔다.

    영국 군사전문지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는 2005년 4월, 북한 핵잠수함 개발과 관련해 의미심장한 보도를 했다.

    “러시아 기술자들이 1992년과 그 이듬해까지 북한을 수차례 방문해, 667A급 핵잠수함이 적재한 R-27장거리 미사일 기술을 전수했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 2005년 4월 8일,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


    러시아가 핵잠수함을 ‘고철’로 북한에 판매한 사실도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대목이다.

    러시아는 1994년 골프 II급 잠수함 10척과 폭스트롯급 잠수함 4척을 ‘고철’로 북한에 판매하려고 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고철 잠수함’ 북한 판매는 서방국가의 비난 속에 그 수가 크게 줄었고, 러시아는 결국 골프급 잠수함 1척만 북한에 넘겼다.

    러시아와 북한의 ‘고철 잠수함’ 거래는 일본 중계상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러시아가 넘긴 고철 잠수함이 폐기되지 않았을 가능성이다.

    러시아가 잠수함 폐기 과정을 지켜보기 위한 당국자를 보내기로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런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당시 전문가들은 북한에 인도된 잠수함은 사격통제장치는 빠졌지만 SLBM 탄도탄 발사관은 제거되지 않은 상태였으며, 20년 이상 더 사용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