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표심 의식 말바꾸기, 자신의 발목잡는 부메랑됐다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해 11월6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관련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해 11월6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관련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역주의'란 자승자박(自繩自縛)의 덫에 걸렸다. 지역 표심을 의식한 '호남 총리' 발언이 결국 자신의 발목을 잡는 '덫'이 된 셈이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문 의원은 우리 사회의 병폐인 지역감정을 조장할 수 있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해왔다. 

'부산정권' 발언이 대표적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의원은 2006년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대통령도 부산 출신인데, 부산 시민들이 왜 (노무현 정부를) 부산 정권으로 안 받아들이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지역주의 갈등 조정은커녕 지역감정 '조장'에 앞장섰다는 거센 지탄을 받았다. 

이후 제1야당의 대선 후보를 지낸 문 의원. 이번엔 당권을 손에 거머쥐기 위해 또다시 '지역감정 정치'에 나섰다.

문재인 의원은 최근 충남 출신의 이완구 의원을 국무총리 후보자로 발탁된 것과 관련해 "아쉽다. 호남 인사를 (총리로) 발탁했어야 했다"고 했다. 충청도는 발칵 뒤집혔고, 일각에선 문 의원의 사퇴까지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태가 겉잡을 수 없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문 의원은 "제 발언으로 충청 분들에게 서운함을 드렸다면 송구스럽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새누리당 대전시당은 "사과한 것은 진정성 없다"고 비판했고, 충북도당도 "당 대표 후보직에서 즉각 사퇴하라"고 압박했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 갚을 신세가 된 것이다. 

이번 '호남 총리' 발언으로 문재인 의원의 과거 고향 관련 발언도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012년 9월 27일,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였던 문 의원은 광주에서 열린 민주당 광주·전남 핵심당직자 간담회에서 자신을 '호남의 아들'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지난 광주·전남지역 대선 경선에서 시민과 당원들이 민주당 후보로 선택해 준 순간부터 나는 '호남의 아들'이 됐다"고 선언했다. 

같은 해 10월 14일, 서울 용산구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이북도민체육대회'에 참석한 문 의원. 그는 유세를 하며 이렇게 말했다. "(저는) 함경남도 입니다", "함흥의 아들 입니다." 함경남도 흥남 출신의 그의 부모가 흥남철수 때 미군 상륙함을 이용해 월남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하지만 당시 한 실향민은 흥남의 아들이라는 문 의원을 향해 "문 후보도 실향민인데 왜 종북세력과 가까이 하느냐"며 거세게 항의했고, 관중석에선 물병이 날아들기도 했다. 

열흘 뒤인 10월 25일, 
영남권 지지율을 다지기 위해 경남 함안을 방문한 문 의원은 경남도당 선대위 출범식에서 "경남은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다"고 주장했다.  

선거철만 되면, 특정지역의 환심을 사기 위해 장소와 시간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요'식의 화법을 구사한 셈이다. 카멜레온과 같은 변신을 거듭하는 철새 정치인과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지난 19일 문 의원을 향해 "노무현 대통령 때에는 '부산정권이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지난주 부산 연설에선 '영남 대표를 뽑아주십시오' 이렇게 하더니, 호남에 와서는 '내가 호남 적자다'고 말하는 것은 말이 틀리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박지원 의원은 특히 "문 의원은 저를 보고 '박지원 후보는 호남에서 강하고 나머지 지역에서는 약하다'는 얘기를 하는데, 이는 의도적으로 지역주의를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라며 지역감정을 교묘히 이용하려는 문 의원의 행태를 꼬집었다.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뉴데일리DB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뉴데일리DB

  •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듯한 문 의원의 과거 행태도 회자되고 있다. 

    문 의원은 지난 2013년 'NLL(서해북방한계선) 포기 논란이 정치권을 뒤덮었을 당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기록물을 열람하자며 사회적 파장을 증폭시킨 바 있다. 당시 대화록은 실종-폐기된 것으로 드러났음에도, 문 의원은 "어떤가. 이 정도면 NLL에 관해서는 논란을 끝내기에 충분하지 않나"는 등의 무책임한 언동을 했다. 

    당시 여야 정치권에선 문 의원을 향한 비판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분이 과연 맞느냐"고 목소리를 높였고, 
    박지원 의원은 지지율 폭락의 주역인 문 의원을 향해 "이럴바엔 시작을 안 했어야 했다. (이제) 민주당과 국민은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한탄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5월 문재인 의원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세월호는 또 하나의 광주"라고 주장해 거센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국민적 분노를 악용해 세월호 희생자는 물론 5.18 희생자마저 모독하는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특히 문 의원이 지난해 여름 세월호 유가족을 앞세우며 단식 투쟁 정치를 벌인 것도, 갈등을 해소하고 조정하는 정치인보다는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시민운동가의 모습에 가까웠다는 지적이 높다. 

    문 의원이 향후 당·대권 유세과정에서, 또다시 지역 편가르기 주장으로 국론분열을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