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선 발표 후 야당 대표실로 첫 걸음, "더 자주 야당 찾겠다"
  •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가 23일 총리 지명 발표가 있은 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하고 있다. 함께 배석한 새정치연합 조정식 사무총장과 백재현 정책위의장의 표정이 유난히 밝을 정도로, 이완구 원내대표의 총리 지명은 야당의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가 23일 총리 지명 발표가 있은 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하고 있다. 함께 배석한 새정치연합 조정식 사무총장과 백재현 정책위의장의 표정이 유난히 밝을 정도로, 이완구 원내대표의 총리 지명은 야당의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가 23일 국무총리 내정자로 지명된 것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날 이완구 총리 내정자를 맞이하는 새정치연합 핵심 당직자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가득했다. 마치 새정치연합에서 총리가 나온 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이완구 원내대표가 그간 각종 현안에서 야당과의 소통을 중시하고 여야의 협치를 통한 국회 운영을 중시해 왔다는 점에서, 그의 입각으로 야당과 정부, 야당과 청와대와의 관계에 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이날 총리 내정 발표가 있자마자 첫 일정으로 국회내 야당 원내대표실을 찾았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개헌 모델 연구차 오스트리아를 방문하고 있는 상황이라, 백재현 정책위의장과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가 대신 이완구 원내대표를 맞이했다.

    이 자리에서 이완구 원내대표는 "야당을 이기려는 정부·여당은 성공하지 못한다"며 "내가 야당 방을 찾은 이유도 야당을 국정의 한 축으로 인정하고 존중하며 소통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혹시 내가 청문회에서 통과돼 총리에 임명된다면 지금과 진배 없이, 아니 오히려 더 자주 야당을 찾겠다"며 "야당과 함께 국정을 이끌어가겠다"고 한껏 몸을 낮췄다.

  •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총리 지명 발표 직후,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실을 찾아 백재현 정책위의장에게 잘 부탁한다며 인사하고 있다. 함께 배석한 새정치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가 이를 보며 활짝 웃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총리 지명 발표 직후,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실을 찾아 백재현 정책위의장에게 잘 부탁한다며 인사하고 있다. 함께 배석한 새정치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가 이를 보며 활짝 웃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백재현 정책위의장은 "이완구 원내대표는 국회의원으로 3선을 하고 충남도지사를 하는 등 총리로 당연히 통과되실 분"이라며 "정말로 큰 일을 해낼 수 있는 분"이라고 따뜻하게 화답했다.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훌륭한 인품과 탁월한 식견을 갖춘 이완구 원내대표가 총리로 지명받은 것을 축하드린다"며 "소신과 철학에 관해서는 소나무 같은 푸르름과 대나무 같은 선비 정신을 잃지 않으시기 때문에 책임총리로서 일관된 길을 가리라 생각한다"고 격찬했다.

    그러면서도 "야당은 이번에 현미경 같은 청문회를 통해 야당을 정말로 존중하고 국민을 사랑하는 실천적인 정치를 하실 분인지 검증하겠다"고 엄포를 빼놓지 않았지만,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이 "현미경은 너무 쎄다"고 하니 금방 "그럼 돋보기 정도로 하자"고 정정할 정도로 분위기는 줄곧 화기애애했다. 배석해 있던 박완주 원내대변인이 "이 회동이 끝나면 곧바로 내려가 (총리 지명) 환영 성명을 낼 예정"이라고 공공연히 밝힐 정도였다.

    회동을 마친 뒤 안규백 원내수석이 "정드니 헤어진다"고 하자, 이완구 원내대표가 따뜻하게 "아니, 헤어지긴… 앞으로도 자주 만날텐데"라고 하는 모습에서는 마치 십년지기(十年知己)를 떠나보내는 느낌마저 들었다.

    한편 이날 오전 동학농민운동 1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느라 자리를 비웠던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오후 2시 이완구 원내대표를 따로 맞이했다.

    이 자리에서 문희상 위원장은 "모처럼 정치인 출신 총리가 나오게 돼서 아주 좋다"며 "예행 연습 없이 바로 총리하실 수 있는 분이라, 국정에 시간 낭비가 없게 됐다"고 높이 평가했다.

    나아가 "이완구(李完九)의 구 자가 '아홉 구' 자인 것이면 이제 됐다"며 "(미생이 아닌) 완생(完生)을 하려면 그 구 자가 '아홉 구'여야 한다"고 이름까지 들어가며 덕담을 아끼지 않았다.

  •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가 23일 오후 총리 지명 발표이 있은 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활짝 웃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가 23일 오후 총리 지명 발표이 있은 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활짝 웃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그러면서도 야당 당대표로서 뼈 있는 말을 던지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문희상 위원장은 "야당 입장에서는 좋은 협상 파트너였는데 이제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비판의 대상으로 역할이 달라졌다"며 "철저하게 견제할테니 서운해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대통령에게 '아니오'라고 유일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총리"라며 "이제 각하라고 하지 말라"고 돌직구를 꽂았다.

    지난해 12월 청와대에서 열린 당·청 오찬 회동에서 이완구 원내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세 번 '각하'라고 호칭한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이에 이완구 원내대표는 "이름 풀이까지 해주셔서 정말로 감사하다"며 "'각하'라는 호칭은 국가원수에 대한 예의로써 사용한 것인데, 국민정서와 맞지 않다면 유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위원장 말씀 잘 받들어 대통령께 직언하고 '아니오'라고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며 "청문회를 통과하면 대통령과 야당의 소통 문제부터 강력하게 건의해, 자연스런 통로를 만들겠다"고 장단을 맞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