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중심 권력 지형 변화 조짐..친-비박 갈등 가능성도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해 8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에 입성한 이정현 최고위원을 업어주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해 8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에 입성한 이정현 최고위원을 업어주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김무성에 각 세운 이정현 

21일 마이크를 잡은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의 표정은 결연했다.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고 작심한 듯 김무성 대표와 지도부를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제도 자체를 비난하는 것은 잘못됐다. 부작용 최소화 방안에 신경써야 한다."

김무성 대표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회의에서 정부의 연말정산 개편 정책을 비판하자, 이 최고위원제도개편의 당위성을 조목조목 설명한 뒤 정반대의 주장을 펼친 것이다. 

"왜 이런 요란이 일어나게 됐나. 무엇 때문에 건드렸느냐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이 최고위원은 평소와 달리 흥분한 모습이었고, 다소 격앙돼 보였다. 이젠 할 말을 하겠다는 표정이 엿보였다. 

이런 비판을 유야무야 넘길 김 대표가 아니었다. 김무성 대표는 이정현 최고위원의 발언이 끝나기 무섭게 마이크를 잡고 "세율 관계는 너무나 복잡한 체계이기 때문에 일반 국민은 이정현 최고위원이 말하는 그런 부분에 대해선 이해가 잘 안 된다"고 응수했다. 회의장엔 잠시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 이정현은 왜..

친박계 핵심인 이정현 최고위원과 비박계 김무성 대표의 공개 설전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 최근 김 대표의 수첩파동 등으로 인한 당청관계의 갈등, 친-비박계 간 갈등이 깊어지는 형국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특히 이날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이 불참한 상황에서 설전을 벌인터라 이 최고위원의 발언은 남다른 정치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평이다. 지난해 말 "내년 초부터 할말은 하겠다"던 친박 의원들의 발언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이 최고위원이 '박근혜 복심'으로 통하는 만큼 정부정책을 옹호하며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친박 의원들이 비박계의 정치적 움직임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 의원이 청와대를 옹호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선캠프 공보단장과 인수위 비서실 정무팀장, 청와대 정무수석, 홍보수석을 맡으면서 박 대통령 의중과 국정철학을 가장 깊숙이 꿰뚫고 있는 인사로 꼽힌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이 최고위원의 행보에 따라 친박계의 정치 스케줄이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최고위원은 22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무성 대표를 향해 청와대와의 소통과 협조를 주문하고 나섰다. 전날 당 지도부를 향한 '작심 발언'의 연장선인 셈이다.

"당은 대통령을 배출했고 정책과 국정운영 방향, 노선에 대해 정책을 실현할 의무가 있다. 당과 청와대는 한몸이 돼야 하고 하나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청관계 갈등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한 것이다. 

특히 이 최고위원은 "(과거정부의 경우) 그 다음 정권 창출을 위한 개입을 하거나 국무총리를 내세워 정치권 분열과 갈등, 대립, 혼란까지 야기한 사례들이 많았다"면서 "지난 2년 동안 현 정부 들어 대통령은 국내 정치에 대해 기자 질문을 제외하고는 정치 개입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과 청와대, 당과 정부의 협의가 좀더 진전되기를 바란다. 당대표가 청와대에 정례회동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회동이 올해는 실질적으로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친박계 지형구도 변화?

    서청원 최고위원은 최근 해외 일정 등을 이유로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고 있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의 여의도연구원장 임명 문제를 놓고 김무성 대표와 깊은 갈등을 겪으면서다.

    친박계 핵심 의원은 서 최고위원의 회의 불참에 대해 "최근까지 일본-중국 등의 출장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얼굴을 마주하면 듣기 좋은 말이 나올리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의도적으로 냉각기를 갖고 있을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다만 서 최고위원은 장외에서 김 대표를 향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지난 중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지난 19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당·청 관계 회복 방안에 대해 "대표가 잘 해야 된다"며 각을 세웠다.

    이정현 최고위원이 전방에서, 서청원 최고위원은 후방에서 비박계와 대결하는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선, 이 최고위원의 전면 등장으로 친박 지형에 일정한 변화가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 그 속을 들여다보면 좀 더 미묘한 기류가 감지된다. 
    이 최고위원이 본격적인 자기 정치에 나선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서청원 최고위원이 분명한 구심점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최고위원이 박근혜 정부를 돕기 위한 독자적 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 최고위원은 비박계는 물론 친박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여당 중진 의원은 "정부정책의 분명한 잘못에는 냉정하게 비판을 해야 한다. 이 최고위원이 무조건 정부 입장만을 옹호한다면 여러 곳에서 비판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