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화통일 No! '정상회담용 비밀접촉' 안 한다..‘흡수통일’ 원한다고 北무너지겠나”
  • 뉴데일리는 '인보길 초대석'에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을 모셨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뉴데일리는 '인보길 초대석'에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을 모셨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우리가 ‘흡수통일’을 원한다고 북한 김정은 체제가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남북 긴장을 고조시키는 역할만 할 것이라고 본다. 차라리 ‘평화통일’을 대북전략 목표로 추구하는 것이 한국에 이익이 된다고 생각한다.”


    지난 9일 오전 11시, 서울 태평로 코리아나 호텔에서 만난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 민간측 부위원장의 설명이다.

    정종욱 부위원장은 지난해 말 류길재 통일부 장관과 함께 ‘신년 남북대화’를 제안하는 과정에서 “한국은 ‘흡수통일’을 지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를 놓고 ‘한국 주도의 통일을 반대하는 거냐’고 비난을 쏟아 붓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29일, 정종욱 부위원장이 류길재 통일부 장관과 함께 남북대화를 제안하면서 한 말 때문에 국민들 사이에서는 많은 의구심이 생겼다. 박근혜 정부의 통일전략, 대북정책을 믿을 수 있느냐는 게 대부분이었다. 


    “통일준비위, 대통령 직속이지만 자문기구”


    정종욱 부위원장은 “통일준비위원회는 대통령이 위원장인 직속기구이지만 동시에 자문기구”라며, 위원회가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정부부처에 비해 활동과 개입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돼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50명의 위원 가운데 30명의 민간위원들이 있기 때문에 정부 관계자에 비해 보다 자유롭게 입장을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흡수통일에 반대한다”는 말의 뜻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혹시 한국 정부에 감추어 놓은, 씨름판의 ‘뒤집기’와 같은 ‘비장의 협상 카드’가 있다거나 협상 기술 문제로 흡수통일을 반대한다는 말을 일부 한 것이냐”는 인보길 뉴데일리 미디어그룹 회장의 질문에 정종욱 부위원장은 “그런 감춰놓은 카드나 계책은 전혀 없다”고 답했다.

    “그런 것은 없다. 제가 ‘흡수통일’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가 흡수통일을 추구한다고 북한이 몰락하고 그런 것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남북 긴장을 고조시키는 역할만 할 것이라고 본다.

    만약 북한에 급변사태가 생겨 체제 통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될 경우 우리에게 엄청난 문제를 안겨준다. 많은 사람들은 우리가 흡수통일을 하면 남북 간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보는 데 저는 오히려 엄청난 많은 문제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본다.”


    정종욱 부위원장은 “남북통일은 한국이 주도해야 하는 것은 많지만 현실에서는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매우 많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중국이 만들어 놓은 북한 체제 붕괴의 대응책이나 복안과 같은 외부 변수들이 많다. 북한에 급변사태가 생기면 한국이 모든 것을 컨트롤해서 우리가 통일을 주도할 수 있는 환경이 쉬이 만들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또 하나 생각해야 할 점은 흡수통일 보다 평화통일-대화를 통한 체제 통일-이 통일의 편익 및 비용 차원에서 우리에게 훨씬 유리하다고 본다. 만약 북한이 갑자기 몰락하게 되면, 외부 변수가 모두 해결돼 남한이 통일을 주도한다고 해도 이후 우리가 부담해야 할 문제들이 지금은 간단히 생각할 수 없는 엄청 복잡한 성격을 띨 것이라고 본다.”


    얼핏 정종욱 부위원장의 지적이 일리 있어 보이지만, ‘흡수통일’이라는 표현은 사실 김씨 일가가 “남조선이 북침하려 한다”며 사용하는 통일에 대한 부정적 표현이다.

    ‘흡수통일’이 반드시 무력을 통한, 전쟁에서 이긴 뒤에 이뤄지는 통일은 아니지 않을까. 독일처럼 ‘평화’를 내세운 흡수통일도 있었는데 말이다. 이에 정종욱 부위원장은 “제가 말하는 ‘흡수통일 반대’는 주로 북한급변사태를 전제로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제가 ‘흡수통일에 반대한다’는 것은 그런 뜻이 아니라 북한 급변사태를 전제로 한 것이다. 북한급변사태가 벌어질 경우 여러 가지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지 않은가. 그럼 한국 정부가 당연히 대응책을 세워야 하지만, 그 사이에 대단히 복잡한 상황이 생길 것이라는 말이다.

    북한이 붕괴한다면 중국은 물론 러시아, 미국, 일본 등이 제각각 다른 반응을 보일 것이다. 국제적 상황을 배제한다 하더라도 북한 내부가 무질서한 상황에 빠졌을 때 우리가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하는 부분은 굉장히 복잡한 문제라는 말이다.”


    인보길 뉴데일리 회장은 “그게 통일준비위원회를 만든 목적 아니냐”고 반문했다.

  • 인보길 뉴데일리 회장은 "통일준비위야말로 북한급변사태를 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인보길 뉴데일리 회장은 "통일준비위야말로 북한급변사태를 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그래서 통일준비위원회를 새로 만든 것 아닌가? 통일을 대비하는 기구로 민주평통이 있음에도, 통일 전 과정에서의 상황과 조건을 예상하고 대응하는 시나리오와 전략전술을 짜기 위해 통일준비위를 만들었지 않나? 흡수통일을 할 경우 상황이 복잡해지니까 그런 목표는 빼자고 하는 게 더 이상하다.”


    “그게 통일준비위 만든 목적 아닌가?”
    “그건 확대해석” 


    정종욱 부위원장은 “그건 통일준비위원회의 역할을 확대해석하시는 것”이라고 답했다.

    “두 가지를 일단 말씀드리겠다.

    하나는 통일준비위원회는 북한 급변사태가 일어난 뒤 한국이 주도해 흡수통일하는 것 보다는 오랜 시간 대화를 통해 남북 간의 합의통일을 이루는 것이 우리에게도 좋고 북한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한 가지는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대응책 등은 민간에서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에 이를 다루는 부처가 있다.

    따라서 민간 분야도 함께 통일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목표로 잡은 것이 합의통일이고,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책을 연구하자는 것이다.”


    정종욱 부위원장은 “남북 합의통일이 목표일뿐만 아니라 전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 정종욱 통일준비위 부위원장은 '합의통일'이 전제이자 목표라고 강조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정종욱 통일준비위 부위원장은 '합의통일'이 전제이자 목표라고 강조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하지만 여기서 의문이 생겼다. 지금까지 분단 상태에서 통일된 나라로는 독일과 예멘이 있다.

    1989년 독일 통일은 ‘급변사태를 통한 흡수통일’이었다. 예멘의 경우 1994년 다른 체제의 두 나라가 ‘합의통일’을 이뤄냈지만 결국 내전을 치러 수많은 인명피해를 봤다. 이후 20년 사이 이 나라는 이슬람 테러조직이 휩쓰는 곳이 됐다.

    과연 역사상 대립하는 체제를 가진 국가들이 협상이나 대화를 통해 통일을 성사시킨 사례가 있을까. 정종욱 부위원장도 이런 의구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인정했다.

    “사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합의통일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것이다. 때문에 저희도 많은 고민을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합의통일은 역사에서 아무도 가지 않았던 전인미답의 길’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저희더러 스마트 내비게이션이 되어 달라는 말도 하셨다.”


    통일을 위한 남북 간의 대화? 좋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독재자 김씨 일가를 인정해야 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또한 김씨 일가가 내세우는 고려연방제 통일,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등을 모두 수용해야 한다는 종북진영의 주장을 인정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자칫 김씨 일가가 70년 동안 추구해 온 ‘적화통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에 정종욱 부위원장은 “적화통일도 흡수통일 아니냐”며 반문했다.

    “적화통일은 당연히 반대한다. 적화통일은 북한이 남한을 흡수통일 하는 것 아닌가. 대화를 통한 통일이라는 것은 남북 간의 대화를 전제로 한다. 북한이 요구하는 통일방안은 연방제 아닌가. 지금도 그대로다. 북한이 갖고 있는 3대 통일 헌장이나 고려연방제, 93년에 내놓았던 10대 민족대단결 방침 등이 있다. 그 중 제일 중요한 것은 고려연방제다.

    고려연방제는 남북이 서로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1민족 2체제를 하는 것인데 북한은 그 자체를 통일로 보는 것이다. 반면 우리는 교류협력을 거쳐 연합단계를 거쳐 통일국가로 가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일단 서로 요구조건이 있으니까 남북이 대화로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화를 통한 통일’이라.

    한국 정부가 1972년 7.4남북공동성명 이후 40년 넘게 추구해 온 목표다. 이 과정에서 수차례 남북 간의 ‘비밀접촉’이 있었다. 5공, 6공,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가 그랬다. 이명박 정부도 임태희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중국에서 남북 간 ‘비밀접촉’을 시도했다.

  • 정종욱 통일준비위 부위원장은 자신이 아는 한도 내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나 현 정부 모두 북한과 '비밀접촉'이나 '거래'는 하지 않을 것이라 단언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정종욱 통일준비위 부위원장은 자신이 아는 한도 내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나 현 정부 모두 북한과 '비밀접촉'이나 '거래'는 하지 않을 것이라 단언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그렇다면 ‘통일대박’을 외치는 박근혜 정부 또한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비밀접촉’을 시도하는 게 아닐까. 정종욱 부위원장은 “현 정부나 통일준비위원회는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지금 정부에서는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통일준비위원회는 말씀드린 것처럼 민간기구이기 때문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 만약 ‘무슨 일’을 한다면 통일준비위원회가 아니라 통일부 등이 하고 있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 남북정상회담 비밀추진 않는다”


    정종욱 부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은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부연했다.

    “정상회담은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많은 준비와 사전 실무회담이 필요하다. 특히 북한 특성상 언젠가는 정상회담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정상회담 자체가 바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제가 아는 한도에서 박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과 정부의 시각은 북한과의 비밀접촉에 상당히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비밀접촉이라는 특성상 ‘검은 거래’가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남북 간의 비밀거래는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물론 나중에 시일이 지나 진짜 남북정상회담이 추진되면, ‘물밑 접촉(비공식 접촉)’은 하겠지만, 비밀접촉을 통한 흥정, 거래와 같은 것은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정종욱 부위원장은 현 정부가 남북대화에 서두르는 이유에 대해 ‘오랜 냉각기간’을 꼽았다.

    “사실 남북 간의 대화가 너무 오랫동안 없었지 않는가. 이런 냉각기가 계속 되면 분단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 질 것이라고 본다. 북한에서 부분적이지만 변화의 가능성이 조금씩 나오고 있고 김정은이 정권을 잡은 지 3년이 지났다. 그리고 금년이 광복 70주년 아닌가. 이런 역사적인 시기를 맞아 남북 간에 진지한 협상이 이뤄지는 것이 좋다고 보고 있다.”


    정종욱 부위원장은 “김정은 정권이 안정되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3년 12월 장성택을 처형한 뒤 북한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는데? 무슨 근거가 있을까. 혹시 일반인이 모르는 정보를 가진 걸까.

    “저도 사실은 북한에 대한 첩보수준의 내용만 안다. 제가 아는 것은 대부분 언론에 공개된 정보다. 제가 김정은 정권이 비교적 안정되어 있다고 한 것은 경험에 의한 부분도 있다.

    1993년 YS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2년 동안 외교안보수석으로 근무하면서 직접 북한 문제를 다뤘다. 당시 ‘북한은 금방 몰락한다’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냉전구도가 붕괴되고, 한중수교가 이뤄졌으며, 북한 경제 사정도 나빴다.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마치고 주중대사로 갔는데 그때가 북한에서는 고난의 시기였다. 이때는 중국에서도 북한이 몰락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당시 첩보 수준이었지만 쿠데타 이야기도 나왔다. 그게 21년 전이었다. 하지만 북한은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지금 북한 경제가 어렵기는 하지만 정부에 대한 조직적인 저항도 없고, 경제도 20년 전에 비하면 오히려 많이 개선된 것 같다.

    그리고 북한은 1994년과 2012년 초, 2번의 권력이양 과정을 거쳤지 않는가. 권력이양 초기에는 정치적인 불안이 있을 수 있지만, 벌써 3년이 지나면서 체제도 상당히 안정됐고, 김정은 체제도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정종욱 부위원장의 설명은 일면 합리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일부 탈북자들이 주장하는 ‘김정은 꼭두각시설’ ‘실제 북한 권력은 노동당 조직지도부가 갖고 있다’는 설까지 모두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에 정종욱 부위원장은 “김정은이 권력을 잡지 못했다면 할 수 없었던 일을 여러 가지 했다”고 주장했다.

  • 정종욱 통일준비위 부위원장은 장진성 뉴포커스 대표 등 탈북자들이 전하는 '북한 내 권력다툼' 가능성을 일축했다. 장성택 처형이 그 증거라고 주장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정종욱 통일준비위 부위원장은 장진성 뉴포커스 대표 등 탈북자들이 전하는 '북한 내 권력다툼' 가능성을 일축했다. 장성택 처형이 그 증거라고 주장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북한의 정치체제는 유일영도체제, 즉 김일성 일가여야만 북한 지도자로 추대된다. 따라서 김정은 외에는 대안이 없다. 두 번째는 김정은이 취임한 뒤에 한 여러 가지 일, 그 중 장성택 처형과 같은 것을 보면 권력을 가지지 못하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장성택이 누군가?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었고 중국의 비호까지 받고 있었다. 김정은은 장성택이라는 집권의 거대 장애물을 제거한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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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장진성 뉴포커스 대표는 “김정일이 죽은 뒤 평양에서는 노동당 정치국 회의가 한 달 넘게 열렸고, 이 과정에서 개방개혁 세력을 밀던 장성택이 노동당 조직지도부와의 권력다툼에서 밀려 숙청당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장진성 대표는 “북한에는 2개의 북한이 있다”며 “한국이나 다른 나라는 ‘선전용 북한’만 보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를 설명하자 정종욱 부위원장은 “제게는 북한 내부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고 물러서면서도 “북한 체제의 특성상 김정은을 허수아비로 두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 장성택과 김정은. 장성택 처형의 진실은 무엇일까. ⓒ北선전매체 보도화면 캡쳐
    ▲ 장성택과 김정은. 장성택 처형의 진실은 무엇일까. ⓒ北선전매체 보도화면 캡쳐

    “저에게는 사실 북한 내부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 국정원에는 물론 그런 자료가 있을 것이다. 제가 민간인이기 때문에 직접 북한정보에 접근하거나 혹은 얻을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 잘 모르겠다. 그러나 공산권 연구를 한 학자로서 이야기한다면, 제가 서울대 교수로 있을 때 북한 관련 글을 쓴 적이 있다.

    제가 보는 북한에 대한 기본 인식은 다른 공산주의 전제독재국가와 다르다는 점, 수령 체제이기 때문에 수령이 궁극적인 권력을 행사하고 정책결정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를 떠받치는 조직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노동당 조직지도부다. 밑에 있는 조직이 수령을 허수아비로 만들 수 있는 체제는 아니라고 본다. 김정은 시대에도 그런 큰 테두리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다고 본다.

    또 한 가지는 조직지도부와 관련한 것이다.

    김정일은 선군정치를 표방, 군을 가장 중요한 세력으로 만들었다. 예산 등에 있어 군에게 절대적 위치를 줬다. 반면 김정은 시대에 들어오면서 당 정치로 권력이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당이 정책결정과 집행의 중심이 되고 있다는 말이다.” 


    정종욱 부위원장의 주장은 ‘논리적’이기는 했지만, 지난 40년 넘게 북한 정권이 보여준 속성 때문에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 1972년 7.4남북공동성명 이후 북한은 ‘도발과 대화’를 동시에 사용하면서 한국을 곤란에 빠뜨렸기 때문이다. 정종북 부위원장도 40년이 넘는 남북대화의 결과 남북 간의 불신이 더욱 쌓였다는 데는 공감했다.

    “남북 대치가 계속되고 있고 남북 간의 불신은 더 쌓이고, 북한은 핵전력을 증강하고 있는 그런 것이 잘못된 남북대화의 결과라고 본다. 과거 남북관계를 보면 미래를 낙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아무 행동도 안 하는 것은 너무도 무책임한 것 아닌가. 역사적인 면에서도 그렇다.”


    점심식사가 시작되면서 화제는 김정은의 ‘신년사’로 넘어갔다. “남북 최고위급 대화도 못할 이유가 없다”는 부분이 첫 주제였다.

    김정은이 신년사를 발표한 뒤 국내 일각에서는 “김정은이 미국의 대북제재를 피하고 한국으로부터 지원을 받으려는 수작”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이를 ‘봉미통남(封美通南)’이라 불렀다.

    반면 정종욱 부위원장과 통일부는 이를 “통 큰 제안”이라며 반겼다. 김정은의 말이 기존 신년사와 뭐가 다르기에 ‘통 큰 제안’이라고 평한 걸까. 


    “김정은 집권 후 첫 남북대화 언급, 매우 큰 의미”

    “2014년 신년사와 달리 올해는 남북 최고위급 회담 이야기가 나왔다. 이게 ‘통 큰 제안’이라고 봤다. 과거에도 이런 제안이 있었지만 김정은 집권 후에는 처음이라는 것이다.

    물론 앞으로 면밀히 지켜봐야겠지만, 북한도 지도자가 바뀌면 조금이나마 변하는 것을 바라볼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 때는 북한도 변화를 시도하는 새로운 제안을 내놓을 수 있다고 본다. 또한 북한 내부 상황도 김정은이 변화를 시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일 수도 있다.” 


    “(김정은의 대화 제의는) 결국 식량과 돈 달라는 것 아닌가”라는 인보길 뉴데일리 회장의 지적에 정종욱 부위원장은 “그렇게만 보는 것은 너무 단편적인 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 인보길 뉴데일리 회장(左)은 "외부 세계가 북한의 내부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인보길 뉴데일리 회장(左)은 "외부 세계가 북한의 내부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인보길 뉴데일리 회장은 외부세계가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들어 북한이 변화하는 것 같다고 하셨는데 저는 이렇게 본다.

    김일성은 갑옷을 모두 입고 방패를 들었다. 김정일은 앞면만 갑옷과 방패를 들고 있다. 김정은은 지금 알몸에 방패를 들고 있다. 그런데 외부세계는 옷을 홀랑 벗고 있는 김정은은 안 보고 방패만 바라보고 활을 쏘고 있다. 김정은이 알몸인 것을 몰라서, 그래서 말짱 헛발질 수준인 대북정책만 내놓고 있다고 본다.

    특히 언론, 북한 전문가라는 이들은 북한의 달라진 점을 못 보고, 지금도 김일성 때나 김정일 때나 똑 같다고 생각해 이야기한다. 즉 북한의 변화를 보고 그 약점을 찔러야 김정은도 협상에 나오고 대화도 될 것인데, 그러지를 않고 있다.”


    정종욱 부위원장은 북한을 보는 시선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북한에 ‘퍼주기식 지원’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렇게 이야기 드리고 싶다.

    현재 전 세계에서 냉전 질서가 완전히 사라졌다. 북한 입장에서 볼 때 냉전 질서가 사라지고 동유럽의 많은 사회주의 국가들, 그 가운데 루마니아 독재자 차우세스쿠와 같은 전철은 밟지 않겠다는 강한 생각을 갖고 있으리라 본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남북관계가 참 복잡한 길을 걸어왔는데, 그런 악순환은 더 이상 하지 말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우리 국민들부터 갖고 있다고 본다. 정부도 그 점을 잘 안다. 아무리 일시적인 평화가 중요하다고 해도 북한에다 ‘퍼주기식’ 지원을 함으로서 협상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정종욱 부위원장은 “냉전질서가 모두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과연 그럴까. 


    한반도 주변 신냉전 vs. 냉전 아니다


    한반도는 그 ‘냉전’이 마지막 남은 곳 아닌가. 여기다 최근 미국의 아태지역 회귀 전략, 중국과 일본의 패권 경쟁, 무력증강은 ‘신냉전’이라는 말까지 낳지 않았는가.

    특히 일본은 개헌을 통한 무장, 기시 노부스케 정권에서부터 이어진 ‘한반도 영구분단 전략’을 실행하려 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 모두 한반도 통일에 부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하지만 정종욱 부위원장은 “지금 상황은 ‘냉전’과는 좀 다르다”고 답했다. 

    “(한반도 주변 질서에는) 다른 측면도 있다고 본다. 미국과 중국이 통일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본다. 미중관계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한반도 문제와 동북아 질서가 요동치지 않겠느냐. 그런 의미에서 미중관계, 특히 군비경쟁이 중요하다고 본다. 중국은 지난 20년 동안 매년 군비를 15% 증가하고 있다. 동시에 경제 측면에서 보게 되면 상호 의존성이 굉장히 강하다.

    앞으로 미중 양강 구도가 어떻게 될 것인지가 큰 관심사항이다. 일본은 아무래도 미국을 따라가는 부차적 요소로 보기 때문에 미국과의 관계에 따라 일본 관계는 조정할 수 있다고 본다.” 


    정종욱 부위원장은 중국과 일본이 한반도 통일을 방해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으며, 우리는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 정종욱 통일준비위 부위원장은 "한반도 통일의 핵심요소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미동맹에 달렸다"고 주장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정종욱 통일준비위 부위원장은 "한반도 통일의 핵심요소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미동맹에 달렸다"고 주장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저는 한반도 통일 준비는, 극단적으로 말하면 한미동맹으로 시작해 한미동맹으로 끝난다고 본다. 한미동맹은 통일에 있어 변하지 않는 상수라고 본다. 중국도 그걸 이해할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만약 미중 간의 이해관계가 노골적으로 충돌되면 어떻겠느냐, 그러면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전략적으로 대단히 위험해진다. 물론 그렇게는 안 될 것으로 본다.

    중국이 일본과 센카쿠 열도를 놓고 무력충돌 직전까지 여러 번 갔는데 그걸 자제한 이유도 사실 미국 때문이라고 본다. 앞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을 무시하고 벌어지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

    중국이 한반도 통일에 대해 갖는 입장은 세 가지라고 한다. 첫째는 평화통일이다. 무력통일 반대는 마찬가지니까. 둘째는 반중 통일에 반대한다. 셋째는 통일 한국이 중국과 적대적인 정책을 취하는 제3국과 동맹을 맺는 것은 반대한다.

    따라서 미중 관계가 우호적일 경우에는 괜찮지만, 미중 관계가 좋지 않을 때는 한반도 통일을 굉장히 위협적이 될 것이다. 중국이 늘 말하는 우선순위가 뭐냐 하면 첫째도 안정, 둘째도 안정, 셋째도 안정이라고 한다. 즉 ‘상안(常安)’이다. 이게 뭘 의미하느냐 하면 북한이든 남한이든 한반도 지역의 안정을 깨뜨리려는 것은 중국이 절대 반대할 것이다.

    지금 상황만 봐도 북한이 한반도 안정을 깨뜨린다고 보기 때문에 중국의 태도가 싸늘한 것이다. 북한이 영원한 우방이라고 믿을 수 없기에 북핵에 대해 중국도 위협을 느낀다. 물론 북한과 중국 간의 핵전력을 비교하면 상대가 안 된다. 하지만 위협은 분명하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은 일본보다는 중국에 대해 매우 친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상회담도 7번이나 가졌다. 이 정도로 가까운 한중 정상 관계로 볼 때, 중국이 혹시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프로세스’를 도와줄 그런 방안은 갖고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해 정종욱 부위원장은 “중국이 북한에 압력을 가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고 전했다.

    “물론 한중 정상 간에 이렇게 친했던 적이 없다. 그러나 중국이 북한에 압력을 가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핵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번 압력을 가한 것으로 알고 있다.”


    역시 북한 핵개발이 가장 큰 문제였다. 


    北核 한반도 통일 최대 장애물


    국방부는 최근 발간한 국방백서를 통해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를 기정사실화했다. 이는 한국은 물론 동북아 지역에 상당한 위협이 된다. 통일준비위원회에서 파악하고 있는 북한의 핵소형화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정종욱 부위원장도 국방부 의견에 상당 부분 동의했다.

    “북한 핵무기 소형화는 앞으로 남북관계에서 상당한 문제가 될 것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 뒤 그걸 전술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소형화·고도화를 이루는 데 짧으면 2년, 길면 4~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북한이 2006년 처음 핵실험을 한 뒤, 9년 동안 3번의 핵실험을 했기 때문에, 핵무기 소형화를 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을 것으로 봐야 한다.”


    그렇다면 한반도 통일 과정에서 북한 핵능력 제거는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말 아닌가. 하지만 통일준비위원회에서는 ‘민감한 정보’는 다루지 않는다는 게 정종욱 부위원장의 설명이었다.

    “북핵 문제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없고, 이를 다루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북한이 핵보유국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남북대화를 한다면, 단기적으로 볼 때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북한이 미국과 합의해서 핵을 폐기하거나 밖으로 내보내는 것도 어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북한이 단계적으로 핵능력을 포기해 나가도록 대화를 끌어나가야 한다고 본다. 핵을 문제로 대화를 거부하지 말고, 대화를 통해 서서히 해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으로는 대화를 통해 북핵을 해체해야 한다”는 정종욱 부위원장의 총론은 사실 현실적으로 와 닿지 않았다. 차라리 우리가 가진 비대칭 전력, ‘대북전단’을 더 많이 활용하는 게 좋지 않을까.

    정종욱 부위원장은 ‘대북전단’ 문제에 대해 “현안이기 때문에 함부로 말할 수 없다”면서도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노력 중인데 지금은 조금은 자제하는 게 좋지 않겠나”라고 개인적인 생각을 내비쳤다. 

    “현안문제이기 때문에 함부로 말할 수는 없다. 다만 현 정부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통해 양측이 신뢰를 쌓아간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먼저 대화를 시작한 뒤에 작은 것이라도 합의를 해 나가면서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작은 통일에서 큰 통일로 발전한다는 개념이다. 하지만 지금 남북 간에 아무런 대화가 없기 때문에 신뢰가 쌓이지 않고 있다.

    통일준비위원회에서 대북전단 문제를 직접 다루지는 않지만, 5.24문제를 포함해 남북대화를 추진하면서 먼저 생각하는 것은 대화를 먼저 해야 겠다는 점이다. 따라서 대화 분위기를 저해하는 행동은 가급적 자제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물론 헌법에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자는 말은 아니지만, 조금은 자제해야 한다고 본다.

    아닌 말로 대북전단을 날렸을 때 북한군이 총격을 가해 국민이 다칠 수도 있고, 대북전단 살포 때 진보와 보수가 충돌할 수도 있다. 또한 대북전단 상당수가 휴전선 이남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즉 요란한 소리를 내는데 비해 효과가 큰 것은 아니라고 본다.

    지금 대북전단이 아니라도 대화를 통해 북한 주민의 인권문제를 일부 해소할 수도 있다고 본다. 물론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자는 의견은 아니지만, 국회에서도 결의안이 나올 정도이니 조금 자제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와 통일준비위원회는 일단 ‘대화’만 하면 된다는 말인가.
    그것이야말로 박근혜 대통령이 ‘싫다’고 말하는, ‘대화를 위한 대화’ 아닌가. 


    北核 대화로 푼다? 대북전단은 안 되고?


    인보길 회장은 “대화만 한다고 신뢰가 쌓이느냐”며 “적대적 체제의 두 국가가 하는 대화도 ‘전쟁의 연장’ 아니냐”고 지적했다.

    인보길 회장은, 김정은이 신년사를 발표하기 이틀 전인 지난 12월 30일 “2015 통일대전을 앞당길테니 대화제의에 동요하지 말라”고 말한 사실을 거론한 뒤, “정부와 통일준비위원회는 한국 내부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지적하며, 현재 정부의 남북대화 전략이 김정은 정권에 비해 너무도 단선적인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 김정은은 지난 1월 1일 오전, 조선중앙TV를 통해 신년사를 발표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이틀전 노동당 비준간부들에게는 "내가 하는 남북대화 이야기는 신경쓰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北선전매체 보도화면 캡쳐
    ▲ 김정은은 지난 1월 1일 오전, 조선중앙TV를 통해 신년사를 발표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이틀전 노동당 비준간부들에게는 "내가 하는 남북대화 이야기는 신경쓰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北선전매체 보도화면 캡쳐

    정종욱 부위원장은 “그렇게 이해했다면 홍보가 잘못된 것”이라고 해명하며, 독일에서의 경험을 풀어놨다.

    “정부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남북관계가 워낙 예측불가인 측면이 많기 때문에 정부에서 모든 걸 예단해서 하기는 힘들 것이다.

    제가 독일 가니까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은 25주년 기념식, 아직 그 열기가 남아 있었다. 두 가지였다. 하나는 여전히 통일에 대한 환호가 남아 있다는 것, 또 하나는 통일된 지 25년이나 지났지만 후유증이 있다는 점이었다.

    동독 사람들은 여전히 서독과 갑을 관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통일도 문제지만 통일 이후 문제도 중요하다고 본다. 독일은 사실상 동독이 백기를 들고 서독에 흡수된 것 아닌가.”


    정종욱 부위원장은 독일 통일과 한반도 통일이 큰 차이점을 보이는 이유로 동독과 북한의 대외의존도 차이를 꼽았다.

    “당시 동독은 소련에 많이 의존하고 있었다. 동독의 마지막 수상이 대규모 탈출 사건이 생겼을 때 고르바초프가 외면하지 않았나. 고르바초프가 이때 동독 수상을 도와 서독으로의 탈출을 막았다면 독일 통일은 어려웠을 것이라고 본다.

    반면 북한에는 고르바초프와 같은 외부세력도 없고, 해외의존도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낮기 때문에 결국 한반도 통일은 남북이 풀어가야 한다는 말이다.”


    박근혜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성공, 그에게 달렸다


    수긍을 하는 부분, 할 수 없는 부분을 떠나 정종욱 부위원장은 박근혜 정부가 내세우는 ‘통일대박’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2012년 대선 때 캠프에서 활동한 적이 없음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야심차게 준비한 ‘통일준비위원회’의 민간 대표 자리를 맡았다.

    정종욱 부위원장은 “이 자리를 맡기 전까지는 박근혜 대통령과 별 다른 인연이 없었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찜을 당했다’는 말이었다. 그는 “처음 뵈었을 때 ‘거대담론’만 말하는 다른 분들과 달리 현실적인 이야기와 여론을 전해 그렇게 된 것 같다”고 나름대로 해석했다. 

  • 정종욱 통일준비위 부위원장의 손목. '박근혜 시계'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정종욱 통일준비위 부위원장의 손목. '박근혜 시계'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정종욱 부위원장은 박 대통령과의 오찬 당시 강인덕 前통일부 장관, 이인호 現KBS 이사장 등이 거대 감론 위주로 말했을 때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와 중국에서 근무했을 때의 경험을 들어 의견을 밝혀 눈에 띠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었다.

    “대선 때는 전혀 한 게 없다. 인수위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그 때는 외국에서 강의했다.

    제가 박근혜 대통령을 처음 만난 것은 2013년 2월이다. 대선 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던 해 봄에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10명의 전문가로 ‘국가안보자문단’을 구성하는데 거기에 내 이름이 들어간다고 하더라.

    그리고 얼마 뒤에 ‘국가안보자문단’과 대통령이 오찬을 했다. 그때 박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처음 뵈었다.”


    정종욱 부위원장은 2014년 7월 15일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직속기구 ‘통일준비위원회’가 생기면서, 언론에 자주 등장하게 됐다. 위원회가 처음 생겼을 때는 사무실도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고 한다. 때문에 실제 업무는 통일준비위원회 설립 발표 일주일 뒤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정종욱 부위원장의 말에 따르면, 통일준비위원회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관심은 대단한 듯 했다. 당초 3개월마다 열기로 한, 대통령 주재 전체 회의가 2014년 8월, 10월, 12월에 열렸다. 박 대통령이 특별한 관심을 보이는 덕에 통일준비위원회 직원들은 지금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일하고 있다고 한다.

    1993년 김영삼 정부 시절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내며 대북전략을 세우는 데 관여했고, 주중 대사로 지내며 한중 관계의 토대를 쌓았던 정종욱 통일준비위 부위원장.

    관직에서 물러난 뒤 여러 대학과 KDI 정책대학원 등에서 ‘지도자의 리더십’을 강의했다.

    그는 “KDI 정책대학원에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이승만, 박정희, 모택동, 등소평, 요시다 시게루, 이광요의 리더십에 대해 강의할 때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영어책이 너무 드물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정종욱 부위원장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당시 김영삼 정부가 비전향 장기수 이인모를 북송한 직후 김일성 정권이 NPT를 탈퇴한 사실과 1994년 미국이 영변 폭격 직전까지 갔던 일을 설명하며,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프로세스’에서는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남북대화가 정권의 업적을 세우기 위한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자유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어느 정권이든 업적을 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그렇게 정권이 바뀌면서 역사가 발전한다”는 데 대해서도 공감했다.

  • 정종욱 부위원장은 통일준비위의 역할에 대해 '민간자문기구'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정종욱 부위원장은 통일준비위의 역할에 대해 '민간자문기구'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 민간 측 부위원장 약력

    1940년 경남 거창 출생
    1965년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1975년 美예일대 정치학 박사
    1977년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1993년 김영삼 정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1996년 駐중국 대사
    2010년 동아대 석좌교수
    2013년 국가안보자문단 외교분과 자문위원
    2014년 인천대 석좌교수 및 중국학술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