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픽쳐스 해킹으로 ‘봉미(封美)’ 되자 ‘통남(通南)’으로 전술 변경?
  • 지난 1일 오전 9시 36분, 김정은은 조선중앙TV에 나와 30분 동안 신년사를 읽었다. 일부 한국언론들은 김정은을 찬양하느라 정신을 못차렸지만, 객관적으로는 여전히 멍청하고 덜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北선전매체 조선중앙TV 캡쳐
    ▲ 지난 1일 오전 9시 36분, 김정은은 조선중앙TV에 나와 30분 동안 신년사를 읽었다. 일부 한국언론들은 김정은을 찬양하느라 정신을 못차렸지만, 객관적으로는 여전히 멍청하고 덜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北선전매체 조선중앙TV 캡쳐

    지난 1일 오전 9시 36분, 김정은이 조선중앙TV를 통해 30분 동안 신년사를 읽었다.

    김정은의 신년사 가운데 마지막 부분은 한국 정부를 향해 “대화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이 가운데 “남북 최고위급 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는 부분을 놓고 한국 언론들은 ‘남북정상회담’이 곧 열릴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북한의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점을 깨달은 美주요 연구소들은 김정은의 ‘대남 유화 제스처’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실제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美싱크탱크들에서 한반도 문제를 담당하는 연구원 대부분이 김정은의 신년사를 글자대로 해석하지 않고 ‘숨은 의도’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고 한다.

    리처드 부시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과거 경험에 비추어 김정은이 제안한 전제조건의 의미를 신중하게 파악해야 한다”면서 “단순한 (남북 간의) 만남을 위해 과도한 비용을 (한국 정부가) 지불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매년 신년사 때마다 남북관계 개선을 언급해 온 점을 지적하며 ‘숨은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은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한미 합동군사훈련 취소를 대화의 전제로 거론한 것에 유의해야 한다”면서 “이번 신년사는 핵무기에 집착하는 김정은의 기존 정책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정은의 신년사에 담긴 속뜻을 더 살펴봐야 한다는 유보적인 의견도 있었다.

    빅터 차 CSIS(전략문제연구소) 한국 석좌 연구원은 “한국 통일준비위원회와 통일부가 1월 중으로 남북대화를 열자고 제안한 상황이므로 북한이 여기에 어떤 반응을 하는지 지켜봐야 한다”면서 김정은의 신년사에 대한 평가를 유보했다.

    더글러스 팔 카네기 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최근 북한인권문제로 인한 국제적 고립에서 탈출하기 위해 대남유화공세를 펴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박근혜 정부는 김정은의 제안이 얼마나 진심을 담고 있는지 시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일부 한국 언론들처럼 김정은의 신년사 제안을 높게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북한전문매체 ‘38노스’를 운영하는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大 연구원은 “김정은의 신년사 제안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평가하기 이르다”면서도 “다른 계략이 있을 수도 있지만 진심을 담았다고 본다”며 호의적으로 평가했다.

    美씽크탱크 연구원들은 물론 워싱턴 정가에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김정은의 신년사가 특별한 변화를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한국 언론들은 김정은이 ‘조건부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한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두고 보도하고 있다.

    한편 북한 통일전선부에 근무했던 장진성 뉴포커스 대표는 “김정은의 신년사 가운데 대남, 대외 분야에서는 새로운 용어가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장진성 대표는 “과거와 달리 남북관계 회복을 희망하는 내용이 많았지만, 북한 체제의 고민을 털어놓듯 남한의 군사훈련, 대북전단(체제 모독), 북한인권문제(청탁외교) 등의 중단을 (남북 대화의) 전제로 내세웠다”면서 “어쩌면 이것들이 2014년 김정은을 괴롭힌 대북 성과라고 봐야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장진성 대표는 “현재 한국 언론이 남북정상회담을 점치며 호들갑 떨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냉정해야 한다”며 “남북관계 회복의 정점을 정상회담이라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