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딸, 문제없다→승마협회 비리" 말바꿔, "유진룡 발언, 나라에 아무 도움 안돼"
  •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했다.

    295명이 사망했으며 아직도 9명의 시신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역대 최악의 해상 사고로 기록된 이 참사는 안전규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우리 사회의 '적폐'와 함께 '나만 살겠다'며 도망친 이준석 선장과 같은 사람이 있기 때문에 벌어진 인재(人災)였다.

    그리고 2014년 12월, 박근혜 정부가 침몰 위기에 처했다.

    정윤회와 십상시 파문.

    박 대통령의 과거 측근 정윤회 씨와 현재 권력의 중심부에 있는 비서관들이 국정을 농단했다는 의혹에 대한민국이 휘청거리고 있다.

    이제는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회장까지 등장한 이 의혹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번 파문으로 박근혜 정부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돌이켜 보면 세월호 참사와 정윤회 파문은 그 원인에 있어서 비슷한 점이 많다.

    세월호 사고가 오랫동안 관행처럼 이어져 온 안전불감증 '적폐' 속에서 이준석 선장과 같은 '무책임한' 사람이 더해져 참사로 이어졌다면, 정윤회 파문도 오랫동안 내려온 특정 세력이 국가 인사를 좌지우지 하는 인사 '적폐' 속에서 나만 살겠다고 청와대 문서를 유출하고 폭탄발언을 던져버린 몇몇 '무책임한' 사람들이 사태의 원인이라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람이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문화부 공무원으로 평생을 지낸 유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 시절 차관으로 있으면서 인사잡음을 일으킨 바 있다.

    이번 정윤회 파문 속에서도 '폭탄 발언'으로 의혹을 번지게 만든 것도 그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때도 의혹이 진실로 규명되지 못한 것처럼 이번 발언도 사실로 확인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문제는 그의 '무책임함'이다.

    청와대의 '코드인사'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의혹만 제기하고 '등장과 잠수'를 반복하면서 국정을 혼란에 빠뜨리기 일수다.

    그러는 동안에 2018 평창 올림픽 등 중요한 결전을 앞둔 문체부는 혼란에 빠졌고, 국가 전체의 위기만 가중시켰다.

    MB정부에서 청와대 고위직을 지냈던 한 인사는 "유 전 장관은 MB정부에서도 기용설이 있었지만,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면서 "노무현 정부 때도 박근혜 정부 때도 유 전 장관은 폭탄발언으로 정권을 흔들며 자신의 이름만 날렸을 뿐, 결과적으로 자신이 지켜야 할 문체부만 곤혹스럽게 했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 유진룡, 노무현때 간 칼로 박근혜 3번 배쨌다

    이른바 '정윤회 파문'과 얽혀 있는 승마협회 관련 문체부 인사 개입 의혹을 폭로한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을 향한 쓴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체육계 적폐 척결 실패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 미흡 등에 책임을 져야 할 현 정부 초대 문체부 장관 출신으로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지난 2006년 노무현정권 때 문화부 차관으로서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배를 째달라는 말이라면 째드리겠다"는 말을 들었던 유진룡 전 장관이 이번에는 자신을 장관으로 등용한 현 정부를 향해 세 번(▲문체부 국·과장 인사 잡음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 혼선 ▲정윤회 파문 관련 부적절한 언급) 배신의 칼날을 휘둘렀다는 말까지 나온다.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5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한 나라의 장관을 지낸 분까지 나라를 혼란스럽게 만드는데 동참하고 있는 점에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체육계 적폐 해소 못해 '질책' 

    지난 4일자 〈한겨레〉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을 청와대로 불러 수첩을 꺼내 문체부 국장과 과장 이름을 거명하면서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며 인사 조치를 요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유진룡 전 장관은 이후 〈조선일보〉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대충 맞는 이야기"라고 사실상 본인 스스로 의혹을 폭로하며 더욱 키우는 역할을 했다.

    '문화 융성'을 내건 박근혜 정부에서 초대 문체부 장관을 맡은 사람이 정권을 향해 배신의 칼날을 날린 모양새가 됐다.

    게다가 유진룡 전 장관이 일처리라도 잘했으면 모르겠는데, 그런 것도 아니라는 것이 정치권 관계자의 주장이다.

    김종덕 현 문체부 장관은 지난 5일 유 전 장관의 발언 진위를 묻는 새정치연합 의원들의 질의가 계속되자 "대통령께서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에 대해 그 분이 주장하는 내용으로만 파악할 수밖에 없다"며 "당시에 비리 척결 의지 등이 너무 부족해 그런 말씀을 하신 것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그분이 만약 정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한다면 그 분이 하지 말았어야 한다"며 "해놓고 나서 물러나서 이제와 그런 말씀을 하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유진룡 전 장관이 취임한지 2개월이 지났을 무렵인 지난해 5월, 인천에서 태권도 관장을 하던 전모 씨가 심판의 편파판정에 항의하는 유서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참사가 있었다.

    전국체전 서울시 대표 선발전에 참가한 아들 전 군이 시종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종료 50초를 남기고 무려 7번의 경고를 무더기로 받으면서 자동 실격패하는 것을 지켜본 뒤 극단적인 방식으로 '체육계의 적폐'에 항의한 것이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 발언을 통해 체육계의 적폐를 일소할 것을 두 차례 지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지난해 7월 23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각 체육 단체장들이 다양한 비리에 연루됐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며 유진룡 전 장관을 향해 "체육계가 다시 거듭나야 한다"고 각별하게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주무 부처의 장관인 유진룡 전 장관은 이와 관련해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원 원내수석은 지난 8일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지난해 5월에 태권도 심판의 부당한 판정 결과 선수의 부친께서 자살을 하는 사건이 있어, 체육단체를 감사해 적폐를 바로잡으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김 수석은 "그런데 전혀 시정이 되지 않아 분석해보니 담당 과장과 국장이 전혀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는 보고가 있어 그 문제를 지적한 것인데, 그것을 마치 승마협회의 문제인 것처럼 거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김진선, 靑 짤라" VS. "장관 혼자 결정"

    2018년 강원도 평창에서 개최될 예정인 동계올림픽 분산개최 논란과 관련해서도 주무장관으로서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불과 3년 앞으로 다가왔는데 아직도 어느 경기장을 어떻게 건설하고 그에 따른 예산 조달과 경비 부담을 어떻게 할 것인지 여부가 분명치 않다.

    특히 '활강' 종목을 치를 경기장과 관련해서는 애초 조성 예정지로 지목된 가리왕산의 환경 문제와 얽힌 논란이 풀리지 않고 있다.

    이렇듯 준비가 미흡한 것은 대회를 책임지고 준비할 조직위원장이 중도에 갈리는 등으로 인해 대회 준비에 혼선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7월 김진선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이 전격 사퇴했을 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큰 파문이 일었다.

    이를 두고, 유 전 장관은 김진선 위원장 사퇴가 청와대 이재만 총무비서관과 김종 문화부 2차관에 의해 단행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차관은 이에 대해 "모든 인사를 좌지우지한 것은 오히려 유 전 장관"이라며 "모두 유 전 장관이 챙겼고 자신에게는 한 마디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유 전 장관은 1년 4개월이라는 재임기간 동안 동계올림픽이라는 국가적 대사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조직위원장마저 제대로 컨트롤 못하는 사이에 미흡한 대회 준비는 국격에까지 손상을 주는 지경에 이르렀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평창 동계올림픽의 한국·일본 분산 개최까지 거론하고 나선 배경에 유 전 장관의 실정이 배어있다는 것이다.

    이 기회를 틈타 강원도 평창에 밀려 동계 올림픽 유치 도전에 실패했던 전북 무주에서도 '분산 개최' 주장이 제기되는 등 기존의 혼란에 기름이 끼얹어지고 있는 격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일은 주무부처의 장관인 유진룡 전 장관이 책임지고 정리했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 "정윤회 딸, 문제 없다" → "승마협회 문제" 말 뒤집어

    이른바 '정윤회 파문'과 관련해 대두되고 있는 문체부 인사 개입 의혹도 논란거리다.

    정윤회씨의 딸이 국가대표 선발 대회에서 준우승하자 경찰이 심판을 조사하고 문체부가 승마협회를 대대적으로 감사하는 과정에서 딸이 국가대표로 선발되고 배후에 청와대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장관시절의 유 전 장관은 청와대 압력설을 강력하게 부인했다.

    지난 4월 1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에 출석한 유 전 장관은 "국가대표 선수로 선정되는 과정은 저희가 다시 또 조사해 봤습니다만, 특별하게 문제가 없는 것으로 지금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히려 승마협회 임원들을 향해 "대부분 장기집권한 분들로 상당히 많은 물의를 일으킨 분들이기 때문에 그 분들을 포함한 체육계 전반의 비리에 대해 정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유 전 장관은 자신의 이러한 발언을 뒤집고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승마협회를 조사한 결과 협회 쪽뿐 아니라 정윤회 씨도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냈고, 정윤회 씨가 여기에 반발해 담당자 처벌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현직에 있을 때와 정부 밖을 나왔을 때 언행이 정 반대로 바뀐 것이다. 스스로 자신의 발언을 뒤집으며 "나는 잘못한 것이 없다"고 폭로정치를 이어가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낸 유 전 장관이 시종일관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이지 못할 망정 "나는 잘못한 것이 없다"며 폭로정치를 이어가고 있는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김재원 원내수석이 "도대체 왜 이런 분을 장관에 임명해서 나랏일을 맡겼는지 기가 막힐 지경"이라며 "최소한의 인간됨됨이라도 검증해서 장관을 시켜야 하지 않느냐"고 개탄한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박지원-유진룡의 '공동 전선' 뒤에는 이런 관계가
    "정말 소신 있다" "가장 존경하는 장관" 평소 주거니받거니 칭찬
    좌천돼 있던 유진룡, 전격 발탁한 것이 박지원

     

    올해 6월 '만만회' 의혹을 처음 제기한 뒤, 최근 이른바 '정윤회 파문'이 불거지자 "김기춘 실장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며 대여(對與) 공세의 최전선에 나선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

    그리고 그 '정윤회 파문' 와중에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수첩을 보고 문체부 국·과장의 인사를 지시했다는 것은) 대충 맞는 정황"이라고 폭로함으로써 의혹을 크게 키운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그런데 유진룡 전 장관이 장·차관의 지위에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발탁한 사람이 다름아닌 박지원 의원이라는 점이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 지난 7월, 유진룡 전 장관이 면직되자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를 비난하는 글을 올린 박지원 의원. ⓒ박지원 의원 트위터 캡처 화면
    ▲ 지난 7월, 유진룡 전 장관이 면직되자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를 비난하는 글을 올린 박지원 의원. ⓒ박지원 의원 트위터 캡처 화면

    ◆유진룡 임명은 칭찬, 면직은 비난했던 박지원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은 현 정부 들어 마치 변사가 무성극 해설하듯 유진룡 전 장관의 진퇴(進退)에 맞춰 평을 해왔다.

    지난해 2월 박근혜 대통령이 초대 문체부 장관으로 유진룡 전 장관을 내정했을 때, 박지원 의원은 "아주 잘한 인사"라고 호평했다.

    이어 올해 7월 정성근 문체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낙마해 후임자가 미처 정해지지 않았음에도 이례적으로 유진룡 전 장관이 면직됐을 때, 이를 강하게 비난한 것도 박지원 의원이었다.

    박지원 의원은 당시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소신 장관은 면직하고 예스 장관만 필요하다면 왜 장관직을 두느냐"고 비난했다.

    장관직 면직 사태 때 이를 비난한 것은 대여 공세의 차원에서 그렇다 치더라도, 임명 때 "아주 잘한 인사"라고 칭찬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둘 사이의 인연이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각별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좌천됐던 유진룡, 문화부 공보관으로 전격 발탁한 박지원

    1998년 김대중 정권 출범 직후 국립국어연구원 부장으로 발령난 유진룡 전 장관.

    행시 출신이 산하 기관 부장으로 좌천됐다는 점에서 그의 커리어도 정리되는 단계에 들어서는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정권 실세였던 박지원 의원이 2000년 문화부 장관을 맡으며 산하 기관에 좌천돼 있던 유진룡 전 장관을 대변인 격인 공보관으로 전격 발탁했다.

    최초에는 이 둘의 사이가 그다지 순조롭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문화부 차관 시절 청와대의 인사 청탁을 들이받고 "배 째 달라는 말씀이냐"는 말을 들으며 물러났던 습성대로, 유진룡 전 장관은 자신을 발탁한 박지원 의원도 들이받았다.

    박지원 의원이 "당신은 일은 잘하는지 몰라도 충성심이 부족하다"고 꾸짖자, 유진룡 전 장관은 "정권에 대한 충성심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는 것이다.

    이에 박지원 의원은 화를 버럭 내면서 나가라고 했지만, 30분 후에 유진룡 전 장관을 다시 불러들여 "내가 생각해보니 당신 말이 맞다"고 수습한 것으로 알려졌다.

    ◆ 기회 있을 때마다 주거니받거니 칭찬… 돈독한 관계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이 둘 사이의 관계가 매우 돈독해진 것은 그 때부터였다는 평이다.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박지원 의원과 유진룡 전 장관은 사석에서나 인터뷰 등을 통해 기회 있을 때마다 서로 "정말 소신 있는 친구", "가장 존경하는 역대 문화부 장관"이라며 주거니받거니 칭찬을 늘어놓았다고 한다.

    '정윤회 파문'과 관련해 박지원 의원과 유진룡 전 장관이 뜻하지 않게 '공동 전선'을 취하는 듯한 모습을 띄게 된 것에는, 이러한 사사로운 돈독한 관계가 있다는 것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 정치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