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석 의원회관 대회의실, 마지막 순간까지도 20%만 자리 채워
  • ▲ 의원회관 벽에 도배하듯 붙어 있는 다이빙벨 시사회 안내 포스터.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의원회관 벽에 도배하듯 붙어 있는 다이빙벨 시사회 안내 포스터.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1. 8일 저녁 18:15 의원회관 입구

    세월호 사고를 다룬 자칭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의 국회 특별상영회(시사회)가 열리는 날. 상영 장소인 의원회관으로 들어서자마자 의원회관을 마치 도배하다시피 붙여진 포스터가 눈에 띠었다.

    포스터에는 '국회의원 및 보좌관, 직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석을 부탁드린다'는 문구가 애원하 듯 삽입돼 있었다.

     

  • ▲ 500석 규모의 의원회관 대회의실이 을씨년스럽게 비어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500석 규모의 의원회관 대회의실이 을씨년스럽게 비어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2. 8일 저녁 18:30 의원회관 대회의실

    주최 측은 이날 의원회관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500석 규모의 대회의실을 빌렸다. 포스터에는 당일 '선착순' 무료입장이라는 글씨가 선명한 붉은 색으로 강조돼 있었다. 자칫 늦을 경우 입장이 불가능 할 수도 있다는 경고였다.   

    하지만 막상 시사회 시작 예정 시각이 되자, 선착순 입장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는 점을 쉽게 알게 됐다. 500석 대회의실에는 겨우 40여 명의 인원이 드문드문 앉아 있거나 서성이고 있었다.

    그나마도 서성이는 인원들은 출입카드를 목에 건 국회출입 기자들이 대다수였다.

    예정된 시사회 시작 시각인 저녁 6시 30분이 되자 "참석 의사를 밝히고서 도착하지 못한 분들이 꽤 된다"며 10여분 지연을 알리는 안내 멘트가 흘러나왔다.

    500석 대회의실의 채 10분의 1도 채우지 못한 '한가한' 시사회장에는 적막감까지 감돌았다.

     

  • ▲ 8일 자칭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의 국회 시사회가 열린 의원회관 대회의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8일 자칭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의 국회 시사회가 열린 의원회관 대회의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3. 8일 저녁 18:40 의원회관 대회의실

    이윽고 저녁 6시 40분을 넘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실 관계자가 사회자 단상에 올라 "지금부터 시사회를 시작할테니 바깥에 있는 내빈 여러분들은 입장해 주기 바란다"고 알렸다.

    애초부터 바깥에 있는 내빈은 많지 않았기에 안내 멘트가 나온 뒤에도 인원이 크게 늘진 않았다.

    겨우 자리한 인원은 60여 명. 안민석 의원실 관계자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참석해주신 것에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이날 행사에서 처음 내빈으로 소개된 인사는 '유민아빠' 김영오씨였다. 야당 국회의원보다 먼저였다. 사회자는 "여기 계신 많은 분들이 아실 것"이라고 소개하자 맨 앞줄에 앉았던 김씨가 일어나 인사했다.  

    김 씨에 뒤이어 새정치연합 안민석·배재정·이미경·노웅래 의원이 차례로 인사했다.

    애초 '다이빙벨'의 국회 시사회는 21명의 국회의원이 공동주최로 명의를 내걸었다. 국회 국민안전혁신특별위원회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소속돼 있는 야당 의원들이다.

    전병헌·노웅래·권은희·김민기·신정훈·유은혜·은수미·전정희 의원(이상 국민안전혁신특위)과 설훈·김태년·도종환·박주선·박혜자·박홍근·배재정·안민석·유기홍·유인태·윤관석·조정식·정진후 의원(이상 교문위)이다.

     

  • ▲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4. 8일 저녁 18:45 의원회관 대회의실

    이내 곧 안민석 의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안 의원은 "다이빙벨 영화를 보기 원하는 분들과 원치 않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며 "원치 않는 분들은 가을에 있었던 부산영화제에서도 출품을 막으려 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 추운 겨울의 길목에서 '꼭 봐야겠다'고 갈망하던 분들이 모였다"며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는 시점에 국회에서 시사회를 열게 된 것은 상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배재정·노웅래 의원은 축사를 권유받았으나 고사했다. 곧 불이 꺼지고 러닝타임 77분의 영화 '다이빙벨'의 상영이 시작됐다.

     

  • ▲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사진 왼쪽)과 이른바 '유민 아빠' 김영오 씨.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사진 왼쪽)과 이른바 '유민 아빠' 김영오 씨.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5. 8일 저녁 20:00 의원회관 대회의실

    다이빙벨이 한 편의 영화로 가지는 흡입력·구성력·정서·작품성·품격·진실성·가치 등을 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영화가 끝나고 스탭롤이 흐르는 동안에도 상영 측은 불을 켜지 않았으며, 관객들은 이를 끝까지 미동 없이 지켜봤다는 것이다. 스탭롤까지 포함해 영화가 모두 완전히 끝나서야 실내등이 들어왔고 관객들은 박수를 쳤다.

    안민석 의원실 관계자는 "양심의 부력이 있는 한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라는, 극중 이상호 감독의 마지막 대사를 재차 반복했지만, 애초에 없던 감동을 불어넣기에는 무리였다.

    상영이 끝나고 불이 들어온 순간 대회의실에 자리한 관객들의 숫자는 100명을 약간 넘었다. 상영이 시작될 때는 보이지 않던 새정치연합 임수경 의원과 정청래 의원도 나타나 뒤늦게 사회자의 소개를 받았다.

     

  • ▲ 자칭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 감독을 맡은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칭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 감독을 맡은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6. 8일 저녁 20:20 의원회관 대회의실

    시사회가 끝나고 자칭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의 공동 감독인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와 안해룡 PD가 단상에 올라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 하는 대담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이상호 기자는 "현장에서 고발 기자로 20년 생활했고 영화에는 조예가 전혀 없다"고 스스로 밝히면서도 "취재진이 많이 와 있는데, 언론에서 제대로 보도했다면 영화를 만들 필요가 있었겠느냐"며 언론을 비난했다.

    그는 "팽목항에 아직도 인양돼야 할 진실들이 많다"며 "이 분(유가족)들의 억울함은 언론을 통해 해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화 '다이빙벨'의 7일까지 관객 수는 전국 4만4888명(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발권기준)이다. 좌석점유율은 지난달 26일 45.5%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하락해 주말이었던 지난 6~7일에는 각각 11.6%와 10.2%라는 저조한 수치를 기록했다.

    한 때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한 줄기 '희망'이었지만 구조현장에서 드러난 '허구성'으로 국민적 비난을 받은 결과이다.

    특히 세월호 특별법의 여야 합의로 진상조사위가 구성되는 시점에 국회 상영을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비난도 거세다. 당초 주최 측 의원 21명 중 5명 만이 참석한 것도 이러한 '부담감'이 표출된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다이빙벨은 현실에서도, 영화로서도 외면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