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자 "진실보다는 곁가지 관심으로 몰고가려는 태도"
  • 김종 문체부 2차관이 5일 교문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가운데, "여야 싸움으로 몰고 가야" 쪽지 파문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김종 문체부 2차관이 5일 교문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가운데, "여야 싸움으로 몰고 가야" 쪽지 파문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정윤회 씨의 승마협회 및 문체부 인사 개입 의혹을 둘러싸고 날선 공방이 벌어지던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가 국장이 차관에게 전달한 쪽지 한 장으로 파행을 맞았다.

    5일 열린 국회 교문위에서 포착된 "여야 싸움으로 몰고 가야"라는 이 쪽지 한 장으로, 새누리당은 국회로 들어오게 된 '정윤회 파문'을 맞이하는 입장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지게 됐다는 지적이다.

    이날 국회 교문위 전체회의에서는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출석한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른바 '정윤회 파문'을 소재로 파상공세를 가했다.

    지난 4월 대정부질문에서 정윤회 씨의 승마협회 개입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새정치연합 안민석 의원은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이 그동안 논란이 됐던 것에 종지부를 찍었다"며 "퍼즐이 다 끼워맞혀졌다"고 주장했다.

    이날 유진룡 전 장관이 조선일보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문체부 국·과장의 인사를 직접 지시했고 △김종 문체부 2차관이 이재만 청와대 비서관의 인사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힌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의원들은 오전까지 야당의 공세를 적극적으로 반박하는 형세였다.

    새누리당 이에리사 의원은 "(정윤회 씨의 딸) 정모 선수는 외국인 심판 5명이 심판을 본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는 등 경기 실적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의혹은) 체육인으로서 사과를 받고 싶은 모욕"이라고 말했다.

    평범한 여야 공방 구도가 뒤집어지게 된 것은 오전 질의가 끝나기 직전 새정치연합 유기홍 의원이 급히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하면서부터였다.

    유기홍 의원은 "긴급 제보가 들어왔다"며 "문체부 우상일 체육국장이 김종 차관에게 '여야 싸움으로 몰고 가야'라는 쪽지를 전달한 것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다"고 폭로했다.

  • 5일 교문위 전체회의 도중 우상일 문체부 체육국장이 김종 2차관에게 전달한 "여야 싸움으로 몰고 가야" 쪽지. ⓒ연합뉴스 사진DB
    ▲ 5일 교문위 전체회의 도중 우상일 문체부 체육국장이 김종 2차관에게 전달한 "여야 싸움으로 몰고 가야" 쪽지. ⓒ연합뉴스 사진DB

    이에 김종 차관이 "쪽지를 받았지만, (내용은) 확인하지 않았다"고 답하자 순간 여야 의원들이 동요하며 의석이 크게 술렁이기 시작했고, 설훈 교문위원장은 "당장 쪽지를 이리 가져오라"고 호통을 쳤다.

    설훈 위원장에게 전달된 이 쪽지는 우상일 체육국장이 김종 2차관에게 건넨 것으로, 크고 또렷한 글씨로 "여야 싸움으로 몰고 가야"라고 적혀 있었다.

    쪽지를 확인한 설훈 위원장은 "여야 싸움으로 붙여 나가라고"라며 "공직자가 이런 걸 차관에게 쪽지라고 보냈느냐"라고 고성을 질렀다.

    이어 "이런 일이 세상에 있을 수 있느냐"며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라고 즉시 정회를 선포했다.

    정회가 선포된 뒤에도 위원장석 마이크를 통해 "정신 나간 인간들이다", "이건 미친 짓" 등의 흥분된 언사가 여과 없이 흘러나왔다.

    오후 2시에 회의가 속개되자마자 야당 의원들은 문체부 장관과 차관, 국장을 격렬하게 공박하고 나섰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여야 싸움으로 몰고 가야'라는 쪽지의 내용이 즉흥적인 것보다는, '정윤회 파문'의 관심을 핵심에서 주변부로 돌리는 '물타기'를 하려는 것이 아닌지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새정치연합 박혜자 의원은 "문체부 체육국장은 진실을 밝히려는 국회의 노력을 여야간 싸움으로 몰고가려 했다"며 "국민들의 눈과 귀를 사실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진실보다는 곁가지 관심으로 몰고 가려는 태도 아니냐"고 질타했다.

    같은 당의 유은혜 의원도 "우 국장이 그런 쪽지를 차관에게 써서 전달한 것은 뭔가 감추고 싶은 사실이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차관은 본인과 관계 없다고 했는데도 여야 싸움으로 몰고 가라는 것은 사실을 은폐하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여야 싸움으로 몰고 가야"라는 내용의 쪽지를 받은 김종 문체부 2차관이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있는 가운데, 우상일 체육국장(사진 왼쪽 뒤)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앉아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여야 싸움으로 몰고 가야"라는 내용의 쪽지를 받은 김종 문체부 2차관이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있는 가운데, 우상일 체육국장(사진 왼쪽 뒤)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앉아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박주선 의원은 "교문위가 투우장이냐 투견장이냐"며 "쪽지 전달 건에 대해 장관이 재발방지 차원에서 어떤 조치를 할 것인지 들어야 위원회를 계속 진행할 수 있겠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안홍준 의원도 "싸움으로 몰고가라고 한다고 몰고가 지겠느냐"며 "굉장히 부적절한 메모를 보낸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종덕 장관은 "국장의 적절치 못한 처신에 공식 사과드린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상임위가 끝나는대로 적절한 인사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김종 차관도 "국장의 처신에 대해 차관으로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연신 고개를 숙였다.

    이날 포착된 '여야 싸움으로 몰고 가야'라는 쪽지 한 장은 비단 교문위를 파행시킨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두고두고 정부·여당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5일 임시국회를 소집해 15~16일 양일간에 걸쳐 긴급현안질문을 진행하기로 양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이날 합의함에 따라 '정윤회 파문'은 좋든싫든 국회로 들어오게 됐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여야 싸움으로 몰고 가야'라는 쪽지가 같은 날 발견됨에 따라, 향후 운영위나 교문위 등에서 여당 의원들이 청와대·정부를 향한 야당의 공세에 반박에 나서면 '여야 싸움으로 몰고가 물타기를 하려고 한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새정치연합 박완주 원내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을 통해 "이제 여야 간에 싸울래야 싸울 수도 없게 됐다"고 비꼰 것은 바로 이 점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완주 원내대변인은 "새누리당은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 요구에 응해달라"며 "만일 새누리당이 새정치민주연합의 (운영위 소집) 제안을 받지 않는다면, 문체부 국장의 메모에 새누리당 158명의 의원들이 지시를 받는 꼴이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