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한국대표부 통해 하루 만에 입장 발표…신속한 대응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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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4일(현지시간) "국내 정치 관련 관심을 시사하는 보도에 대해 전혀 아는 바도 없고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2017년 대선과 관련한 불출마 선언은 나오지 않았다. 반 총장의 '선긋기'가 애매하다는 평가가 뒤따르는 대목이다.

    반 총장은 이날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유엔 사무총장의 입장을 굳이 한국대표부를 통해 전달한 것은 한국 언론에만 이를 공개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동안 사무총장 대변인실을 통해 입장을 밝혀온 것과는 한층 세밀한 대처로 보인다.

    반 총장의 부인으로 '반기문 대망론'은 잠시 물밑으로 내려갈 뿐 사그라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

    무엇보다 반 총장의 '기민한 움직임'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반 총장의 대응은 하루 만에 이뤄졌다. 이를 두고 자신의 대선 출마설을 두고 여야가 집중하는 현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봤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반 총장 대망론의 정점은 지난 3일 새정치민주연합 권노갑 상임고문의 입에서 시작됐다.
    그는 "반 총장 측근이라 할 수 있는 분들이 와서 '반 총장이 새정치연합 쪽에서 대통령 후보로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 ▲ 권노갑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지난 3일 '반기문 대망론'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권노갑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지난 3일 '반기문 대망론'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그 전까지 친박계에서는 새누리당의 친박(親朴) 의원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 세미나에서 "정권 재창출을 위해 반 총장을 영입할 수 있다"는 말이 나왔다.

    이같은 정치권의 기대감은 곧장 주가에 반영됐다. 전략 기자재 전문기업인 보성파워텍의 부회장이 반 총장의 동생이라는 소식이 알려진 지난달 27일부터 보성파워텍 주가는 5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지난달 27일 1460원이던 주가는 4일에는 3510원으로 치솟았다.

    결국 한국거래소는 5일 이 회사 주식에 대해 투자 경고를 하고 거래를 정지시켰다.

    반 총장은 당분간 사무총장 직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됐다.

    또한 측근으로 지목된 반 총장의 동생인 보성파워텍 반기호 부회장과 임도수 보성파워텍 회장 모두 그의 출마설과 관계설을 적극 부인, '대망론'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을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도 한 동안 반 총장을 대선과 직접 연결시키는 일은 자제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경쟁적으로 영입에 나서야 하는 인사인데 섣불리 나섰다가 관계가 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반 총장에게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여권관계자는 "여야의 정치논리로 반 총장 카드가 너무 빨리 나왔다"면서 "반 총장의 임기가 2016년 말에 끝나고 그 다음 해에 대선이 있는데 벌써부터 나올 필요가 있겠느냐. 결심이 섰건, 서지 않았건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