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이제야 깨달았나" "늦었지만 바람직" "실천이 중요" 지적
  •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이날 야당 의원들은 전해와는 달리 대부분 기립해 박 대통령을 맞이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이날 야당 의원들은 전해와는 달리 대부분 기립해 박 대통령을 맞이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의 부설 정책연구소인 민주정책연구원이 최근 대정부 극단 투쟁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잇달아 펴내, 대권 전략을 수정한 것인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정책연구원은 4일 펴낸 보고서 '진보의 길을 다시 묻다 - 제3의 길 이후'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무엇을 하든 오직 국민만을 생각하는 정치를 실천해야 한다"며 "차별화를 명분으로 극단화되지 말고 중도 싸움에 승리해 수권정당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유럽 사회민주주의 계열 정당들의 '제3의 길'과 미국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담대한 중도' 노선을 소개하며, 새정치연합도 이러한 방향으로 혁신할 것을 제안했다.

    구체적인 혁신 방향으로는 △문제는 신뢰다 △박근혜는 생각하지 말라 △희망이 분노를 이긴다는 세 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문제는 신뢰다' 항목에서 보고서는 "정치 불신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차별화는 정치적 말장난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라며 "차별성을 명분으로 극단화되는 아웃파이터가 아니라 인파이터가 돼 중도 싸움에서 승리하는 수권정당이 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새정치연합은 대선 패배 이후 국정원 댓글 논란·세월호 정국 등을 거치며 선명성을 명분삼아 장외에서 아웃파이팅을 해왔다. 그 결과는 만신창이가 된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철수(撤收)와 당 지지도의 10%대 추락이었다.

    인파이터가 돼 중도 싸움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것은, 당 일각의 좌경화 경향을 경계하면서 원내를 중심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한 '투쟁'이 아닌 '경쟁'을 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근혜는 생각하지 말라'는 항목에서 보고서는 "박근혜가 무엇을 하든 오직 국민만을 생각하는 '국민 제일의 정치'를 일관되게 실천해야 한다"며 "적대적 공존의 양극화 사회 속에서 선명성은 뻔한 관성을 떨쳐버릴 때 더욱 빛난다"고 지적했다.

    친노(親盧) 강경파 세력이 국민이 선출한 박근혜 정부를 악(惡)으로 규정하며, 정치적인 경쟁 상대(Rival)가 아닌 타도해야 할 적(Enemy)로 여기고 있는 듯한 행태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보고서는 "새정치연합은 시끄러운 소수의 그들만의 정당이 아닌, 당심과 민심이 하나되는 국민정당이 돼야 한다"고 지적해 이 점을 분명히 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8월 27일 이른바 장외투쟁을 선언하고 광화문 광장으로 나섰지만, 외국인 관광객조차 관심을 갖지 않고 무심히 지나가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8월 27일 이른바 장외투쟁을 선언하고 광화문 광장으로 나섰지만, 외국인 관광객조차 관심을 갖지 않고 무심히 지나가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마지막으로 '희망이 분노를 이긴다'는 항목에서 보고서는 "수권정당은 분노하는 항의 운동이 아니라 희망을 실천하는 대안정당"이라며 "새정치연합은 양극화의 진단이 아니라 계층상승의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은 '안녕하십니까' 대자보, '분노하라' 선동 등 좌파 세력들이 장외에서 외치는 소리에 분별없이 휩쓸리면서, 대선 패배 이후 면모를 일신할 2년의 '골든타임'을 허투루 보냈다.

    제1야당으로서 양극화에 고통받는 대중들을 선동해 분노를 이끌어내는 '운동'을 할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계층 상승의 희망을 제시하는 모습이 수권정당으로 가는 길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대선에서 패배한 뒤로 국정원 댓글 논란·세월호 사고 등으로 자유주의적 대안 수권 정당으로 거듭날 기회를 잃고 2년을 허송세월한 새정치연합이 늦게나마 정신을 차리고 대권 전략 수정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세월호 사고 당시 문재인 의원의 단식 등 극단적인 장외 투쟁을 일삼던 새정치연합은 당 지지도가 10%대로 떨어져 새누리당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굴욕을 겪었다.

    하지만 지난 8월 12일 민병두 의원이 민주정책연구원장으로 임명되며 "새정치연합과 유권자의 관계가 소원해져 있었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우윤근 원내대표 등 온건파 원내지도부가 새로 들어서면서 지지도는 조금씩이나마 회복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3일 발표한 정당 선호도에 따르면 새정치연합의 지지도는 5주 연속 상승하며 21.8%를 기록했다. 41.8%의 지지도를 기록한 새누리당에 비교하면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굴욕으로부터는 벗어났다.

    지난달 29일 박근혜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에 방문했을 때 그 전해와는 달리 대다수의 야당 의원들도 자리에서 기립해 맞이하는 등 태도 변화가 나타난 것도 이러한 맥락의 연장 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 새정치민주연합 백재현 정책위의장, 우윤근 원내대표,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 주호영 정책위의장(사진 왼쪽부터)이 여야 원내대표 주례회동에서 테이블에 앉기 전 악수하고 있다. 온건파인 우윤근 원내대표 등 새로운 원내지도부가 들어선 이후 새정치연합의 지지도는 상승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백재현 정책위의장, 우윤근 원내대표,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 주호영 정책위의장(사진 왼쪽부터)이 여야 원내대표 주례회동에서 테이블에 앉기 전 악수하고 있다. 온건파인 우윤근 원내대표 등 새로운 원내지도부가 들어선 이후 새정치연합의 지지도는 상승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연합의 이러한 전략 수정에 대해 시민들도 기대를 담은 충고와 일침을 전하고 있다.

    민주정책연구원의 보고서 '진보의 길을 다시 묻다'의 내용을 다룬 한 중앙일간지의 홈페이지 기사 댓글란에는 다음과 같은 시민 댓글들이 보인다.

    박 대통령만 사사건건 비난하고 물고 늘어지다가 망한 것 이제야 아는가? 국민을 우습게 보고 비난하고 운동권 스타일로 놀면 정권이 굴러들어올 줄 알고… 그런 시대는 사라진지 오래이다. 운동권 지금 설 자리가 없다. 이제는 보다 점잖고 착한 마음씨를 배풀어야 국민 지지 받는다.

    - 강○○(nsk****)


    지극히 상식적인 사실을 이제야 깨닫는다니 어이가 없다. 진보라면 앞선다는 것이고 앞서자면 빨라야 앞설 수가 있는 것이다. 근 반 년 동안 온통 나랏일을 마비시키며 단식쇼나 하는 정치가들이 그런 책을 이제 읽는다니 안 읽는 것보다는 나을 것.

    - 황○○(yhh****)


    민주정책연구원이 상황 파악을 이제야 제대로 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 정책에 무조건 반대하기 보다 좋은 방안을 가지고 협력하는 야당이 되어야만 그나마 당을 유지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 임○○(tos****)


    이제야 '아 이게 아니다'라는 생각이 겨우 드는구나. 그나마 다행이기는 하지만 그런 정도의 깨우침으로는 아무것도 이루어 낼 수 없다. 사람이 자빠질 적에 뒷통수가 깨질 정도로 벌렁 자빠져야 다시 일어나서 살 수 있는 법. '나 이러면 안되는데' 중얼대면서 스믈스믈 쓰러지면 영원히 일어서지 못한다. 대오각성 후 즉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보라.

    - 서○○(bum****)


    말없는 대다수의 국민이 바본줄 아나. 이제라도 정신차려서 한다니 조용히 지켜볼께.

    - 김○○(8****)


    오랫만에 좋은 생각으로 정리한 야당의 글을 읽고 이것을 일부의 생각으로 그치지 말고 구체적으로 실천 계획을 만들어 연수도 하고 교육하여 당론으로 추진해야 나라도 안정과 발전을 기할 수 있고 국회도 바로 가게 된다. 늦었지만 바람직한 내용이다. 야당이 건전하고 진정한 진보로 발전하기를 바라는 바이다.

    - 윤○○(ycj****)


    잘보셨네. 한가지 더, 만일 야당이 지금부터 현 정권와 여당에 협력해서 국정운영이 좋아진다면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야당이 대권을 잡는 길은 현 정권의 정책이 성공하도록 도우면서 야당의 차기 정책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속좁은 놈들은 걷기 어려운 길…

    - 최○○(chsw****)


    민병두 의원 바로 진단했다. 실천이 중요하다.

    - 김○○(k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