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대표 주례회동에서 "국조 검토" 파장
  • ▲ 여야 원내대표 주례회동을 앞두고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를 자리로 잡아끌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여야 원내대표 주례회동을 앞두고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를 자리로 잡아끌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협상'을 위해서는 뭐든 주고 받아도 괜찮을까.  

    최근 여야 간에 쟁점 법안에 대한 양보를 서로 주고받는 '빅딜'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전혀 연관이 없는 법안을 연계시켜 협상하다가 자칫 '원칙'을 잃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야, 부동산 법안 '빅딜' 검토

    여야는 부동산 관련 법안을 빅딜로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5일 알려졌다.

    정부가 추진하는 부동산 활성화 법안을 처리하는 대신, 새정치민주연합이 주장하는 전·월세 상한제와 임대주택 공급 확대 법안 등에서 새누리당이 양보하는 방안이다.

    재건축초과이익폐지법·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주택법·국토계획이용법 등 4개 법안은 주택 경기 활성화를 위해 최경환 경제팀이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법안이다. 그간 투기를 조장하고 건설업자와 강남 부자들의 수익만 높여준다는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새누리당 나성린 정책위수석부의장이 지난달 16일 열린 기재위 국감에서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토위 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이 "야당이 부동산 활성화 법안을 양보할 수 있다면 전·월세 상한제는 얼마든지 협상의 여지를 열어두고 있다"고 '빅딜'의 문을 열어젖혔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이에 화답하고 나선 모양새다. 지난달 28일 열린 부동산 대책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홍종학 의원은 "방어적 입장에서 부동산 대책을 논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여당에서도 전·월세 상한제 관련 논의를 시작했기 때문에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협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는 14일 법안심사소위를 5개월만에 열고, 부동산 관련 계류 중인 법안들을 논의 테이블에 올릴 예정이다.

     

  • ▲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세월호 특별법-정부조직법 '빅딜', 원칙 잃은 거래

    정책 법안과 관련한 '빅딜'과는 달리 지난달 31일 이뤄진 이른바 '세월호 3법'(세월호 특별법·정부조직법·유병언법) 빅딜은 '원칙 잃은 거래'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새누리당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정부 원안대로 관철하는데 집중한 나머지, 세월호 특별법에서 핵심 쟁점을 대거 양보했기 때문이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장을 유가족 선출 위원이 맡게 되고, 특별조사위에는 실지조사권·동행명령권 등 강력한 권한이 부여됐다.

    특히 '빅딜' 과정에서 세월호 일반인 유가족들이 '희생' 당한 것이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여야 합의에 따르면, 유가족 몫 조사위원 3명은 유가족 총원 3분의 2 이상 출석,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선출하도록 돼 있어 소수에 불과한 일반인 유가족들은 사실상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사위원을 선출할 수 없게 됐다.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3일 일반인 유가족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그 점을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야당 측에서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했다"며 "다른 쟁점이 많아서 그 부분을 양보했다"고 털어놨다.

    다른 쟁점, 즉 정부조직법을 양보받기 위해 일반인 유가족 부분을 양보했다는 뜻이다. 연관 관계가 없는 세월호 특별법과 정부조직법을 '빅딜'하다가 원칙을 잃어버린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된다.

  • ▲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공무원연금 개혁과 4대강-자원외교 국조도 '빅딜'할까

    세월호 특별법 협상 타결 이후 관심의 초점으로 부상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과 관련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이 이를 '4대강-자원외교' 국정조사와 '빅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연내 처리하는 대신, 새누리당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요구하는 국정조사를 받아들인다는 내용이다.

    5일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완구 원내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은 4대강, 해외자원 개발에 대한 국정감사를 강하게 주장하는 반면, 우리 당이 역점으로 추진하고 있는 공무원연금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합의에 이르질 못했다"고 말했다.

    전날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와의 주례회동에서 "4대강 사업과 해외자원개발에 관한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에 대해, 여당은 검토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두 사안의 연계 처리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문제는 여당이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라는 시간표에 매달려 협상에서 원칙을 잃을 경우, MB(이명박) 정부를 정쟁판으로 끌어들인다는 야당의 전략에 말려들 수 있다는 점이다.

    4대강 사업과 자원 외교는 MB 정부의 대표적인 사업이다. 야당은 국정조사를 통해 MB 정부 흠집내기를 하면서, '이명박근혜' 프레임을 통해 궁극적으로 현 정부 공격에 나설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날 회의에서 이재오 의원이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중요한 계획을 시간을 정해놓고 졸속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반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공무원연금 개혁 자체에 반대한다기보다는 4대강 국정조사와의 '빅딜설'에 대한 견제구를 던지신 것으로 본다"며 "한때 4대강 전도사라 불렸던 이재오 의원으로서는 당연한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